'방송탄뒤 유명세' 제주오름, 불법주차 탐방로 훼손 '몸살'

박미라 기자 2017. 9. 2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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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주의 ‘오름’이 방송예능프로그램 등 대중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유명 관광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탐방로 훼손과 주차장 부족, 교통 혼잡 등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제주 용눈이 오름을 찾는 탐방객이 많아지면서 탐방로가 훼손된 일부 구간의 출입이 통제됐다. 박미라 기자
금오름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차장에 주차하지 못한 차들이 갓길 주차를 하고 있다. 박미라 기자

지난 23일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용눈이오름. 50대 이상 주차할 있는 공간이지만 렌터카 등으로 주차장은 만석이다. 차들이 나가고 들어오기를 반복했고, 입구와 도로변까지 들어차기 일쑤였다. 용눈이오름은 1시간 안팎이면 등반이 가능하고 가파르지 않아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광객부터 단체관광객까지 골고루 눈에 띄었다.

제주의 오름은 정상부가 깔때기 모양으로 오목하게 파인 분화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용눈이오름 역시 정상인 분화구 주변을 한 바퀴 돌 수 있는데, 주변의 또 다른 오름은 물론 성산일출봉, 우도 등 제주 동부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탁 트인 경치가 일품이다. 무엇보다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관광객에게 급속도로 알려졌다. 문제는 몰려든 사람들의 발길로 인해 풀이 자라지 않고 흙이 유실되는 현상이 생긴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최근 훼손된 분화구 둘레 일부 구간을 생태계 회복 구간으로 정하고 탐방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않아 골치를 앓고 있다.

같은 날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금오름(금악오름, 검은오름). 이 오름 역시 최근 한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제주 서부지역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데다 해질녘 풍경이 장관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한적한 매력은 사라졌다. 주차장이 협소한 상황에서 렌터카가 몰리다보니 올라가는 입구부터 뒤엉켜 혼잡을 빚었다. 도로 맞은편은 물론 갓길까지 불법주차가 이어졌고 무단횡단도 빈번했다. 주차한 차량과 오가는 차량, 사람이 뒤엉켜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었다.

관광객 김모씨(30·서울)은 “방송에서처럼 한적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이곳을 지나는 제주도민들은 도로변까지 차지한 수많은 차량 때문에 “행사가 있는 줄 알았다”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방송예능프로그램에 나온 백약이오름도 마찬가지다. 이들 오름의 1일 탐방객의 숫자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소 100명 안팎에서 수백명, 많게는 천명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제주의 독특한 풍광인 오름이 알려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훼손이 쉬운 자연경관지인데다 기반시설이 부족한 곳에 갑작스레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용눈이오름의 경우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싶지만 사유지라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름은 제주도 한라산 기슭에 분포하는 소형 화산체로, 제주도 전역에 걸쳐 360개 이상이 분포한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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