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초 더미서 바늘 찾지 말고, 건초 더미를 살 걸

박효재 기자 2017. 9. 2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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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액티브펀드’의 2배 수익 낸 ‘인덱스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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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뮤추얼펀드인 미국 뱅가드그룹 설립자 존 보글은 저서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에서 “지푸라기 더미에서 바늘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지푸라기 더미를 사라”고 썼다. 여기서 바늘은 주식시장의 유망주를 뜻한다. 보글의 조언은 주가지수가 상승 흐름일 때 펀드에 전 종목을 담으면 유망주 몇 개만 선택해 가지고 있는 것보다 수익률은 낮을 수 있지만 확실하게 수익을 거두게 된다는 의미다.

국내 펀드 투자자들이 이제서야 보글의 조언에 신경 쓰게 된 것일까.

최근 들어 코스피200 등 지수 자체를 추종해 그 수익률만큼만 가져가는 ‘인덱스펀드’가 인기다. 반면 펀드매니저가 직접 투자종목 수십개를 골라 담아 사고팔면서 수익을 내는 ‘액티브펀드’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있다.

2007년 8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액티브 대형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은 전체 펀드시장에서 92%를 차지했지만 지난 7월 말 기준으로는 58%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액티브펀드 비중이 2006년 84%에서 2016년 말 64%로 낮아졌다. 국내 펀드시장에서 액티브펀드 시장의 감소폭이 미국보다 훨씬 크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코리아의 정승혜 이사는 “한국의 경우 액티브펀드가 지속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내면서 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펀드 기준으로 지난 5년간 전체 액티브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2.75%였다. 반면 인덱스펀드는 25.75%로 거의 2배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지난 1년간으로 설정해 보더라도 인덱스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8.36%로 액티브펀드(15.01%)보다 훨씬 높았다.

이 같은 수익률 차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편입 비중 차이에서 기인한다. 최근 약 2년간 인덱스펀드가 강세를 보인 이유는 주가가 260만원대까지 치솟은 삼성전자의 편입 비중이 26% 정도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비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액티브펀드에 비해 인덱스펀드의 편입 비중이 거의 2배 정도로 높은데 거기서 대부분 차이가 벌어졌다”면서 대형주 강세장이 계속 지속되면서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덱스펀드냐 액티브펀드냐를 선택하는 기준은 대형주 중심의 강세장이 얼마나 지속되느냐, 언제쯤 코스닥 중소형주 위주로 시장이 전환될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소형주가 치고 올라간다고 하면 유망주만 골라 담아 투자하는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이 더 잘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 랠리가 끝난 이후에 설비투자가 확대되고 반도체 업황의 수혜가 중소형주로 내려오는 시점에는 액티브펀드 투자도 고려할 만하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까지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주식시장은 근 7년 만에 박스권을 돌파했고 추가 상승 여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반도체 업황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 바람으로 관련주들도 상승하고 있고 무엇보다 글로벌 정보기술(IT)주들의 상승세가 여전하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IT부문 비중이 40%를 넘기 때문에 이런 세계적인 흐름과 궤를 같이할 수밖에 없다.

인덱스펀드는 수익률도 높지만 관리하기도 쉽다. 상품을 비교하고 고르기가 액티브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액티브펀드는 개별종목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업체의 사업구조와 전반적인 업종 상황 등 파악해둬야 할 것들이 많다. 반면 인덱스펀드는 시장의 대표지수를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기 때문에 개별기업을 따로 분석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도 “본업이 있어 충분한 시간을 내기 어려운 개인투자자라면 인덱스펀드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액티브펀드 대비 절반 수준의 낮은 수수료, 신속한 거래도 인덱스펀드의 장점이다. 보통 펀드를 매매하는 데는 이틀이 걸린다. 하지만 인덱스펀드 중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는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

ETF는 인덱스펀드와 주식의 장점을 두루 갖춰 인덱스펀드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거래소를 통해 쉽게 거래할 수 있으며 특정 종목을 골라 계속 살펴봐야 하는 부담이 적다. 최근 IT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개인투자자가 개별종목을 분석하고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ETF를 활용하면 IT시장 전반에 투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ETF는 상승장·하락장에 상관없이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ETF 레버리지’는 지수 등락폭의 두 배만큼 수익과 손실을 떠안는 상품이다. 상승장이 확실하다면 레버리지에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지수가 떨어질 때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ETF 인버스’에 투자하면 하락장, 박스권일 때 위험도 회피하고 수익까지 거둘 수 있다. 단 상승장에서는 돈을 잃을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코스피가 1800에서 2050선 박스권일 때는 지수가 1800에 가까워지면 코스피200 레버리지를 사고, 2000을 넘길 것 같으면 코스피200 인버스를 사는 전략이 인기였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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