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다가오는데 "돈 못 줘"..임금 체불에 근로자 한숨

임태우 기자 2017. 9. 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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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차일피일 임금 지급을 미루는 사업주들 때문에 생활고를 겪는 근로자들이 많습니다.

다가오는 명절이 오히려 두렵다는 이들을 임태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건설 현장에서 30년 가까이 거푸집을 만드는 목수로 일해온 62살 김 모 씨.

한창 일할 시간에 집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서울 흑석동 건축 공사장에서 일을 해왔지만, 석 달 치나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일을 아예 그만둔 것입니다.

체불 임금은 자신이 데려온 보조목수 다섯 명의 임금을 포함해 모두 6천 7백여만 원.

보조목수 볼 면목도 없지만 어느덧 넉 달째 일곱 식구 생활비도 못 줬습니다.

[김모 씨/임금체불 근로자 : 뭐, 피 말리다 못해 사람이 정말. 죽는 사람들이 왜 죽는지, 이 상황이 나니까 죽는 거예요. 가정에서 시달림받고 밖에 나가면 밖에서 시달림받고.]

컨테이너 화물기사인 이장휴 씨도 일을 주는 물류업체로부터 인건비 6백여만 원을 몇 달째 못 받고 있습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이 씨는 다가오는 명절이 두렵습니다.

[이장휴/화물차 기사 : 명절날 돌아오고 그러면 돈 들어갈 일 있지. 그러니까 더 힘들어요. 방에서 그냥 코 박고 자는 것 밖에 더 있겠습니까?]

올해 임금 체불액은 지난 달까지 8천 9백억 원, 피해 근로자는 21만 9천여 명에 이릅니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70퍼센트 가량을 차지해 영세한 기업일수록 임금체불이 더 심각했습니다.

[전재희/전국건설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 : 애초에 공사 금액에서 따로 떼서 발주자가 직접 관리 감독해서 제때 제대로 건설 노동자에게 지급될 수 있게끔 하는 임금지급 시스템이나 확인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되풀이되는 당국의 일회성 단속보다는 임금 체불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 영상편집 : 김준희)  

임태우 기자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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