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자친구 가족 ID까지..명의 도용해 '댓글 공작'

김종원 기자 2017. 9. 24. 20: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 인터넷 포털 사용자 아이디로 작성된 댓글들입니다. 반유신과 반독재 투쟁을 종북으로 규정한 군 내부 시험을 비판한 기사에 종북 세력의 저의를 몰라 한심하다고 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이 아이디로 2012년 대선 전후 6개월간 작성된 정치적 댓글 60여 개가 남아 있는데, SBS 취재 결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부대원이 민간인 아이디를 도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치 시사 팟캐스트인 '나는 꼼수다', '나꼼수 앱'을 종북 앱으로 규정하고 강제 삭제하도록 한 군의 조치가 정치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지휘관 징계를 권고했습니다.

이날 이와 관련된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군 통수권자를 비방하는 건 당연히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며 인권위 결정을 비난합니다.

이 댓글 아이디의 주인이 SBS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이때 댓글을 쓴 건 자신이 아니라 당시 남자친구였던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부대원 김 모 씨라는 겁니다.

댓글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며 여자친구인 자신과 가족의 아이디까지 가져갔는데 이런 글을 단 줄은 몰랐다고 했습니다.

취재 결과 김 씨는 2012년 대선 직전 이례적으로 군무원을 대거 채용해 댓글 부대에 배치할 때 뽑힌 걸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민간인 개인 정보를 도용해 불법 정치 댓글을 단 댓글 부대원이 김 씨 한 명이 아니란 점입니다.

[김기연/前 사이버사 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 : 자기 본인 것만 갖고는 (댓글) 작업이 안 되잖아, 작전을 많이 할 수가 없잖아. (상부에서) 지시를 하니까 (주변 인물들 아이디를) 빌린 거지. (댓글) 할당은 떨어지지, 자기 (아이디만으로는) 할당 채우는 건 안 되지, 그러면 (부대에서) 방법을 알려주겠지. 지인 거 빌려서 (댓글 공작) 하라고.]

심지어 댓글 공작을 벌일 아이디를 만들기 위해 민간인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해 제출하라는 지시까지 요원들에게 내려졌던 걸로 전해졌습니다.

민간인 명의를 도용한 댓글 공작은 과거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군의 이번 재조사에서 규명돼야 할 것입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오영택, VJ : 김준호)  

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