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철의 인터뷰]자동차에 '순간의 영혼' 더할 줄 아는 김학리 포토그래퍼
“예술은 기술과 만나며 그 예술적 가치를 잘 보여준 창조물은 인정 받고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도 빼놓을 수 없는 그 중 하나죠.(완성차 업계 관계자)”
최근 완성차 메이커들이 앞다투어 자사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고 복합 브랜드·체험 공간을 잇따라 여는 것은 그 만큼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시장 내 ‘기술은 예술과 만난다’라는 주제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주요 요소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량의 특성을 잘 담아낸 한 장의 사진은 제품 설득력을 뒷받침하는 ‘베이스’이자 글로벌 완성차 무대에서 정보 매개체로 각인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김학리 포토그래퍼(44)가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출신이어서 누구보다 한 장의 ‘컷’에 들어가야할 스토리와 조명, 구도 면에서 경쟁력을 지닌 그는 현대·기아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페라리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완성차 브랜드들과 폭넓은 스펙트럼을 구축해왔다.
자동차 카테고리 외 여행·광고·패션·공연 부문에서도 그를 찾는 이들은 늘고 있다. 더구나 20년 간 왕성한 활동을 했음에도 아직도 40대 중반에 불과하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하루 24시간을 촘촘히 나눠 쓰는 김학리 작가를 만나 이러한 에너지 원천은 무엇인지, 작가로서의 삶과 작품에 대해 들었다.
-자동차 업계에서 ‘평’이 좋기로 소문났는데.
“(웃음)그런 평가가 있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처음부터 자동차 사진을 주로 찍은 것은 아니고 사실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피플’에 중점을 두고 출발한 케이스다. 그러다 장애우들의 인권 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 제 3자의 눈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앵글을 담아왔는데 아마 이러한 궤적으로 주목을 받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자동차와 여행·광고·패션·공연 부문에서 나름 노력하는 있는 젊은 사진가 중 한 명이라 소개하고 싶다.”
- 작가로 자신만의 ‘앵글’을 잡는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면.
“1999년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장애우 인권과 그들의 삶을 담는 다큐멘터리 작업에 참여 했었고, 2002년엔 외신기자로 이슈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었다. 이 시기에 휴먼 다큐멘터리에 빠져들었는데 그러한 값진 경험들은 현재 내 작업의 베이스가 됐다.”
-다양한 장르에서 포토그래퍼들이 활동하고 있다. 카메라를 잡을 때 철학이 있다면.
“철학을 논할 만큼 공력(?)이 높지 않다. 하지만 사진 한 장을 제대로 얻기 위해선 자신만의 앵글과 테크닉이 몸에 배어 있어야한다. 충무로에는 ‘병’만 30년 넘게 촬영 하신 분들도 있고, 보석만 앵글로 담는 작가들이 있다. 겨울산 정상에 올라 며칠을 기다려 ‘운무’나 일출을 촬영하는 분들도 있다. 그만큼 원하는 하나의 장면을 얻기 위해선 누가 뭐래도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차를 사진으로 담게 된 계기는.
“아주 우연하게 시작됐는데 2010년 편집디자이너였던 오래 친구가 추천을 해준 것이 첫 발을 디딘 계기가 됐다. 몇번 촬영해보니 위험하기도 하지만 한 컷을 위해 다양한 노하우가 필요해 매료됐다. 어쩌면 아주 딱 맞는 슈트를 입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자동차 분야를 더하게 됐다.”
- 김 작가가 찍은 자동차 사진을 보면 색과 선, 면면들이 살아 있다. 이유가 있나.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차량의 특성, 주행 역동성, 수요 타깃층까지 살핀 스토리를 모두 담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프레임(구도), 속도감, 노출, 드라이빙 순간 등을 꼼꼼히 봐야 하고 이후 후반 리터칭을 통해 아름다운 한 컷을 얻고 있다.”
- 차 사진 외 ‘메이드 인 서울’ 작품이 기네스를 통해 검증을 받은 것으로 안다. 하지마 최종 등재는 못했다고.
“아쉽고 속상한 부분이다. ‘메이드 인 서울’은 5년 간 서울의 4계절 풍경을 400여컷으로 찍어 이를 연결한 한 장의 사진인데 2009년 완성해 기네스북에서도 세계에서 제일 긴 단일 사진으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기네스 등록 비용이 1억원 가까이 든다고 해서 서울시를 통해 전시 한번 한 후에는 빛을 못보고 말았다.”
- 비용뿐 아니라 전시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다.
“맞다. 원래 이 사진은 상징적 의미가 커서 지금의 광화문 세종대왕상 자리에 고정 배치할 계획이었는데 결국 반영이 되지 못했다. 작품이 지닌 가치가 알려질 기회가 오면 다시 한번 공개되길 바란다.”
- 많은 후배 작가들이 김 작가를 보고 배우려 한다. 끝으로 이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면.
“달콤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달란트를 갈고 닦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어디를 가면 수제자로 키워준다고 하더라’는 식의 정보에 멈칫거리는 것보다 나만의 앵글과 이야기를 세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베이스가 다져져야지만 자신 만의 컷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스토리를 전하고자 하는 ‘에너지’까지 더해지면 좋은 포토그래퍼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 김학리 포토그래퍼는
1974년생 범띠인 김학리 포토그래퍼는 1999년 대학(사진학 전공)졸업 후 장애우들의 인권 문제 등을 비롯해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휴먼 다큐멘터리, 파노라마 랜드스케이프(풍경)에 이어 현대기아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페라리 등 자동차 카테고리와 여행·광고·패션·공연계에서 달란트를 내보이며 경쟁력을 인정 받아왔다. 행적을 살펴보면 타고난 ‘포토그래퍼’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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