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투쟁의 역사만 기억해야 하나?"

박지훈 기자 2017. 9. 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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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한 마을의 발전 과정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평범하다고 할 수도 있는 한 마을의 역사서여서 허투루 여길 수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일제강점기 한반도 사람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마을의 발전을 일본인이 사실상 이끈 탓에 대장촌의 역사는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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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춘호 SBS기자 '봉인된 역사' 출간.. 고향마을의 일제강점기 역사 조명

일제강점기 한 마을의 발전 과정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윤춘호(52·사진) SBS 기자가 펴낸 ‘봉인된 역사’(푸른길·표지)다. 평범하다고 할 수도 있는 한 마을의 역사서여서 허투루 여길 수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일제강점기 한반도 사람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경은 저자의 고향인 전북 익산 춘포면의 작은 마을 춘포리다. 하지만 이 책에서 춘포리는 대장촌(大場村)으로 호명된다. 대장촌은 1996년 이전까지 이 마을을 일컫는 지명이었는데, 여기엔 ‘큰 농장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지명이 붙은 건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들이 이 마을에서 대규모 농장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과거 대장촌은 사람이 살지 않던 지역이었다. 갈대만 무성했다. 하지만 19세기 중반부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만들어졌다.

저자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들어와 지주 노릇을 하면서 조선인과 ‘적대적 공존관계’를 만들어간 스토리를 들려준다. 조선인과 일본인이 뱀처럼 구부러진 만경강에서 직강화(直江化) 공사를 벌이고, 마을의 숙원 사업이던 초대형 제방을 완공하는 과정이 실려 있다.

대장촌 역사를 일별하는 내용을 좇다보면 그 시절 사람들의 삶을 실감하게 된다. 마을의 발전을 일본인이 사실상 이끈 탓에 대장촌의 역사는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책의 제목이 ‘봉인된 역사’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저자는 “우리가 배우고 기억해야 될 것은 저항하고 투쟁했던 역사만으로 충분한 것일까”라고 자문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이 마을의 역사에서 일본인, 특히 일본인 지주들이 차지하는 몫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이 땅에서 살았던 일본인들 역시 이 마을 역사의 일부분이었다. 이 벌판에서 함께 호흡하고 함께 살았던 그들을 우리의 역사에서 지워야 할 이유는 없다. 그들에 대한 기억을 온전히 되살리지 못하면 이 땅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도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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