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 4연임 유력..관심은 '누구와 손잡나'

김보미 기자 입력 2017. 9. 24. 18:14 수정 2017. 9. 2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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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긴장감 없는 독일 총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주하면서 ‘역대 가장 재미없는 선거’라는 평가를 받은 독일 총선이 24일(현지시간) 치러졌다.

독일 내에서는 메르켈의 총리 4선 연임에 대해 ‘유력’을 넘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무티(엄마) 리더십’으로 유명한 메르켈이 독일을 뚝심있게 유지시켜 주길 바라는 여론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6시(한국시간 25일 오전 1시) 투표 종료와 함께 출구조사 결과로 윤곽을 드러낼 선거에선 집권 기독민주연합(CDU·CSU)의 승리, 개인 지지율이 50%를 넘는 메르켈의 4선 연임이 확실시됐다. 2005년 독일의 첫 여성 총리가 된 메르켈이 집권에 성공해 임기를 마치면 16년간 총리직에 있었던 헬무트 콜과 함께 최장수 총리가 된다.

이날 도이체벨레 등 현지 언론들은 ‘메르켈 4선’을 확정짓는 ‘가장 재미없는 선거’라는 평가도 있지만, “흥미진진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메르켈 집권은 뻔하지만 총선 이후 연정을 둘러싼 구도가 주목을 끈다는 것이다.

빌트가 23일 보도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메르켈이 이끄는 집권 기민련의 지지율은 34%, 마르틴 슐츠가 총리 후보인 사회민주당(SPD)은 21%로 나타났다. 양당 모두 연정없이 정부 구성이 힘들어 선거 후 어떤 조합의 연정이 나올지가 관건인 셈이다.

메르켈이 사민당과 연립을 이어갈 수도 있지만 슐츠는 기민련 주도의 연합정부 참여를 꺼리고 있다. 그동안 반복된 연정 구도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탓이다. 올 초 당대표로 등장할 때만 해도 ‘슐츠 효과’로 30%를 넘겼던 지지율은 사민당의 존재감과 정체성이 약화해 추락했다는 분석이다. 사민당은 지난 총선 지지율(25%)과 비슷하게 득표할 경우 연정 없이 야당으로 남겠지만, 20%에 못 미치면 슐츠가 사임할 가능성이 높다.

기민련과 메르켈 2기 때 손잡았던 자유민주당(FDP)과 녹색당까지 합쳐 정부를 구성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기민련(흑)과 자민당(황), 녹색당(녹)의 색깔이 국기 색깔과 닮았다고 해 ‘자메이카 연정’이라 불린다. 이 경우 자민당의 새 이민법, 녹색당의 화석연료 폐지 정책을 수용해야 해 메르켈의 부담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정 구도와 더불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3당에 오를지도 관심거리다. 빌트 조사에서 AfD의 지지율은 13%까지 올라 ‘제3당’ 후보 중 선두에 섰다.

이대로라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우 정당의 첫 의회 진출이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졌던 전 세계 포퓰리즘 물결이 프랑스·네덜란드 대선에서 극우 약세로 꺾이는 듯했으나 AfD의 입성으로 불씨가 살아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이민·반유럽을 주장하는 AfD와 손을 잡으려는 정당은 없지만 의회에 진출할 경우 향후 독일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메르켈의 4선 연임 여부는 주변국에서도 큰 관심사다.

메르켈은 지난 3월 악수도 나누지 않고 정상회담을 마친 트럼프와의 첫 만남에서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와 달라진 양국 분위기를 보여줬다. 특히 파리기후협약 탈퇴,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 주장 등으로 트럼프 정부의 미국과 견고한 동맹국 독일의 관계는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함께 유럽 경제대국으로 독일이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브렉시트 협상에서도 메르켈은 영국의 출구전략에 강경한 입장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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