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VR, 건설업계 핵심기술로 뜬다

최문수 한국IDC 엔터프라이즈그룹 연구원

최문수 한국IDC 엔터프라이즈그룹 연구원

언제부턴가 우리사회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유행어처럼 쓰기 시작했다. 정보통신기술(ICT)분야는 물론이고 의료, 제조, 교육,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4차 산업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되지 않으면 유행에 뒤떨어지는 산업으로 보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사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내려져 있지 않다. 다만 IT 기술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가상현실과 같은 최첨단 기술들이 다양한 산업에 융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일반적인 4차 산업혁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도 4차 산업기술로 불리는 기술을 활용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GS건설은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경기 시흥 은계지구 S-4아파트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활용한 프리콘 방식이란 발주자, 설계사, 시공사가 설계 단계에서 하나의 팀을 구성하고 설계부터 시작해 건물의 완공까지 모든 과정을 가상현실에서 실제와 똑같이 구현해 시공상의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하는 선진국형 건설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건설 및 제조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구조설계(CAE)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국내기업 마이다스 아이티는 주력 분야인 공학용 3차원 컴퓨터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모델하우스를 가상에서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택 분양시장에서 흥행을 좌우할 수 있는 VR모델하우스 솔루션을 활용해 건설사들은 주택분양을 위해 일반적인 실물 모델하우스를 짓지 않고도 가상의 주택을 제작, 물리적인 비용 절감과 고객들에게는 실제 모델하우스를 방문하지 않고도 실제 집을 보는 것과 같은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건설 산업에서 활용되는 4차 산업 기술은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기술력과 사례에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디자인 소프트웨어와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랑스 다쏘시스템은 자신들의 솔루션에 AI기술 접목해 전기 시스템 등의 설계나 설비 결함을 자동으로 찾아주기도 하고 3D 모델링을 할 때 인공지능이 적절한 소재 등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다쏘시스템은 싱가포르 정부와 풀 모델링 시뮬레이션이라는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고 있는데 단순 3D 모델링에서 벗어나 싱가포르 전체를 실제와 같이 3D 모델링해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대홍수나 지진과 같은 재해 발생 시에 야기되는 피해와 혼란 등을 미리 예측해보고 대도심에 사는 거주민에게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향후 고령화된 인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혹은 폐기물 관리 방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상공간에서 실제로 시뮬레이션하는 단계까지 와있는 것이다.

이렇듯 4차 산업은 건설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전반에 있어서 앞으로의 일어날 미래의 현상이 아닌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실제로 일어나는 단계에 와 있다. 정부 및 기업에서는 4차 산업 혁명을 핵심 가치로 삼고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국내 사례 발굴에만 만족하지 말고 해외국가와 기업들의 우수 사례를 참고해 발전시킬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