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 비리..금감원, 예산·조직부터 수술을

입력 2017. 9. 24. 17:56 수정 2017. 9. 2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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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아들·공채 비리 잇단 적발
과거에도 편법채용 걸렸지만
시늉만 조처→감사 재적발 반복
과도한 보직 등 조직 방만 운용

공기업도 사기업도 아닌 조직
'맘대로 예산편성' 통제 사각지대
최흥식 원장 "강도 높은 개혁" 다짐
예산·조직권 개혁 여부가 관건

[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국회의원 아들 경력변호사 채용에 이어 공채 선발에서도 비리가 드러난 금융감독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검찰 수사 선상에도 올랐다. 최흥식 신임 원장은 강도 높은 내부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근본적인 개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채용 과정의 투명성이나 방만한 조직 운영 문제에 대한 지적이나 여론의 질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유야무야 넘어간 전력 때문이다.

금감원은 2014년 5월 5개 분야(정보기술·정보보호 19명, 지급결제 3명, 금융회계 3명, 법률 8명, 국제 2명) 경력직·전문직 35명 채용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전형 단계에서 정보기술(IT) 분야 지원자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며 임의로 이 분야 선발 규모를 14명으로 5명 줄이고, 금융·회계와 법률 분야에서 5명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정보기술분야 채용심사를 거친 것처럼 서류가 꾸며졌다. 재공고 등 합리적인 절차도 없었다. 정보기술 분야 경력도 없고, 이 분야에 지원하지도 않은 무자격자들이 정보기술 전문가로 채용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감사원은 당시 “채용의 취지와 공정성이 저해”됐다고 평가를 한 바 있다.

당시 편법채용은 이번에 확인된 2016년도 5급 신입직원 채용 비리와 방법 면에서 꽤 비슷하다. 이번엔 청탁을 받은 입사지원자가 서류전형에서 아슬아슬하게 탈락하게 되자 해당 분야(경제학 전공) 채용 예정 인원을 한명 늘려 서류전형을 통과시켜주고, 최종 선발 때는 정보기술 분야 채용 예정 인원을 3명 줄여 전체 채용 규모를 유지했다. 청탁을 받아 특정인을 채용하려는 의도가 더해졌지만, 직렬별 채용인원을 조정해 누구는 뽑고 누구는 떨어뜨릴지 맘대로 정한 점은 공통적이다.

이번 감사에서는 인사비리 못지않게 관리직(1~3급)이 전체 직원(1927명)의 45.2%(871명)에 이르러 “상위 직위 수에 맞춰 감축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 또한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금감원은 2000년대부터 ‘국장급’, ‘실장급’, ‘팀장급’ 등 유사 직위를 만들어 직제표상 정식 직위인 국장, 실장, 팀장과 동일하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상위 보직을 편법·과다 운용하다 2009년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당시 감사원은 상위직 정원 초과 운영을 해소하라고 통보했지만, 이후에도 유사 직위와 정식 직위를 합산해 승진인사를 하는 관행은 유지됐다. 유사 직위자들에게 주는 직무급을 낮춰 지급해 지적사항을 이행하는 것처럼 꾸몄지만, 뒤로는 업무추진비를 증액해 감소분을 보전해주기도 했다.

이런 꼼수는 2014년 감사 때 들통이 났다. 당시 감사원은 “상위직 인력이 무분별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는데 역시나 금감원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그 결과 이번 감사에서 더욱 악화한 간부 직급 과다 문제가 드러났다.

이런 방만한 조직운영의 배경에는 공기관도, 사기업도 아닌 애매한 금감원의 정체성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무자본특수법인인 금감원은 정부부처처럼 엄격한 예산·조직 통제를 받지도, 기업체처럼 이윤창출 압박을 받지도 않는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금융위 승인 사항인 금감원 예산은 1999년 출범 때 1197억원이었다. 한국은행 출연금 413억원, 감독분담금 548억원, 발행분담금 316억원, 기타수입 47억원이었다. 올해 예산은 3배 이상 늘어난 3665억원인데, 한국은행 출연금은 100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대신 금감원의 검사·감독 대상인 금융기관들이 내는 감독분담금이 2921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결국 ‘을’들에게서 걷는 돈으로 예산을 손쉽게 늘려온 것이다.

결국, 방만한 조직운영을 고치기 위해서는 예산·조직 개혁이 불가피한데, 감사원은 “금융위가 금감원이 조직·인력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것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고 있다”며 감독분담금을 부담금관리법에서 규정한 부담금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기획재정부 장관 승인을 거쳐야 분담금을 올릴 수 있고, 예결산 내용을 기재부와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물론 금융위도 반대한다. 금융위 김학수 기획조정관은 “감독분담금을 부담금으로 볼지, 수수료로 볼지는 오랜 기간 논쟁이 돼 왔던 사안이다.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되자 최흥식 금감원장은 “기관운영감사를 통해 지적한 제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강도 높은 내부개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국, 예산·조직권을 얼마나 내려놓는가가 내부개혁의 진정성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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