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권익위 신고 접수된 '김영란법 위반' 78%가 자체 종결
수사의뢰, 이첩 28건 중 21건 '생활 청탁'
판례 없고 법리 적용 어려워..검찰 고심
권익위는 28건을 수사기관이 아닌 감독기관 등 관계 기관으로 보냈다. 나머지 38건은 경위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 유형별론 금품 등 수수가 195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정 청탁(162건), 외부 강의 신고(16건)가 뒤를 이었다.
권익위가 수사기관 등에 보내 조치를 이끌어낸 사건은 총 28건이었는데, 그중 21건(75%)은 경조사비ㆍ선물과 관련된 '생활 청탁성'이었다. 100만원 이상의 금품 제공이나 사업 특혜와 관련돼 뇌물 성격이 짙은 것은 7건이었다.
━ 부서장에게 여친 소개하고 밥값 낸 공무원, 처벌은?
청탁금지법은 오는 28일 시행 1년을 맞는다. 직무 연관성이나 대가성을 따져 처벌하는 뇌물죄와 달리 대상자의 신분과 수수 금액 등만 입증돼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일상 생활에서 관습적으로 이뤄지던 각종 민원성 청탁이나 선물 도 법망에 걸릴 수 있다.
지난해 공무원 A씨는 부서장과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 자신의 여자친구를 불렀다. A씨는 부서장에게 여자친구를 인사시키는 자리라고 판단해 1인당 3만원이 넘는 밥값을 모두 계산했다. A씨와 부서장은 모두 밥값의 2배에 해당하는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자신이 청구한 행정심판 담당 공무원에게 축의금을 냈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B씨는 세무서 정보공개를 요청을 거절 당하자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후 담당 공무원의 결혼 소식을 듣고 경조사비 5만원을 보냈고 공무원은 소포로 돌려보낸 뒤 권익위에 신고했다. B씨는 과태료 10만원 처분을 받았다.
━ 수사 관행에도 영향, 검찰은 기소 놓고 '고심 거듭'
청탁금지법은 수사기관의 수사 관행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가 수사 중인 ‘경찰관 1800만원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혜화서 사이버수사팀은 올초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 A씨를 수사하다가 은행 계좌에서 1800만원이 대구 지역 경찰관 B씨에게 흘러간 사실을 포착했다. 이후 청탁금지법을 적용해 계좌추적을 할 수 있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거래 내용이지만 일단 청탁금지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자세한 혐의를 확인 중이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상에 파고든 ‘생활 부패’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청탁금지법의 정착이 필요하다”면서도 “향후 법 개정 등을 통해 명확한 기소, 처벌 기준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국희ㆍ윤호진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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