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장' 유엔에 떨어진 말폭탄.. 불똥은 한반도로

파이낸셜뉴스 2017. 9. 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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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완전 파괴' 시작으로 김정은 '늙다리' '깡패' 맞불
상호 원색적 비난 넘어서며.. 美 폭격기, 北 국제공역 비행
軍 "위치.규모면에서 이례적".. 靑 "비행사실 미리 언질받아"
"北 추가도발 억제방안 강구" 문재인 대통령 NSC서 지시

트럼프 ‘완전 파괴’ 시작으로 김정은 ‘늙다리’ ‘깡패’ 맞불
상호 원색적 비난 넘어서며.. 美 폭격기, 北 국제공역 비행
軍 "위치.규모면에서 이례적".. 靑 "비행사실 미리 언질받아"
"北 추가도발 억제방안 강구" 문재인 대통령 NSC서 지시

평화의 장(場)인 유엔이 북·미 간 말폭탄의 장으로 변했다. '로켓맨' '완전 파괴'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된 북·미 간 언쟁은 김정은의 '늙다리' '깡패' 등으로 이어졌고, 양측 지도자에 대한 상호 원색적 비난을 넘어 무력시위로 번지는 등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 북한의 유엔 기조연설을 앞두고는 미 공군 전략폭격기가 비무장지대(DMZ) 인근 상공을 비행하기도 했다.

말폭탄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이다. 주초 2400선을 넘어 순항하던 코스피는 북한 리스크로 꺾였고, 프랑스에 이어 오스트리아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안전보장 없이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전방위적인 영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한반도 주인인 우리 안보를 말장난 대상으로 삼는 데도 우리 외교안보팀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지금이라도 미국과 면밀한 조율을 통해 한반도 긴장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말폭탄 정국에 사소한 오판이 무력대치로 이어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반도 볼모로 한 북·미 간 말폭탄

평화의 상징인 유엔 총회장의 연단에서 각국 지도자들이 평화를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최고수준의 말폭탄을 주고받았다. 리 외무상은 23일(이하 현지시간) 유엔 총회장 연단에 오르자마자 작심한 듯 "(트럼프 대통령이) 망발과 폭언을 늘어놨기에 나도 같은 말투로 대답하는 게 응당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과대망상' '정신이상자' '거짓말의 왕' '악마 대통령' 등으로 칭했다. 그는 인신공격에서 멈추지 않고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군사적인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양측 간 말폭탄은 지난 19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완전한 파괴'를 언급하면서 격화됐다. 리 외무상이 즉각 '개짖는 소리', 김정은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된 성명에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불사'를 입에 담았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김정은의 추가도발 예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말싸움이 아이러니하게도 유엔 총회 기간 최고조에 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남북대화 중재'를 공식 부탁받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날 리 외무상과 만나 핵.미사일 개발 중단 등을 요구했지만 무색해진 분위기다.

문제는 양측의 격돌이 말폭탄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리 외무상의 기조연설 직전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여러 대가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한 것이 그렇다. 이번 B-1B의 북한 동해상 공역 비행과 관련해 군 안팎에서는 '종전의 한반도 상공에서 전개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북 간 말폭탄이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지나

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 B-1B의 비행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면서 "미국 공군의 B-1B 비행은 통상 우리 공군과 합동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미 공군 전력만으로 진행됐다. 북한 동해 측 공역에서 미 공군전력이 공중급유 훈련까지 실시한 것은 위치와 규모 면에서 거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해당 무력시위가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움직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공군은 미국 공군 B-1B의 비행사실을 24시간 전에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해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성명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교안보부처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미국도 대응을 높인 것"이라면서 "B-1B의 한반도 전개도 군사적 옵션이다. 이것을 북한이 참수작전이나 공격징후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반도 긴장 수위를 가라앉히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평창올림픽 참가 전제로 요구한 안전보장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에 요구할 수 있도록 우리 외교력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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