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시진핑의 인민해방군 수뇌부 물갈이

예영준 입력 2017. 9. 24. 15:41 수정 2017. 9. 24. 18: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육해공 등 5대군종 사령관 전원 교체
8명 군사위원 중 7명이 보직 해임
푸젠성 근무 시절 부하들 초고속 발탁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철학 연상시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인민해방군 수뇌부 물갈이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합참의장 격인 연합참모부 참모장, 당(黨)과 군을 잇는 실세인 정치공작부장 등 중앙군사위원회의 핵심 보직과 육ㆍ해ㆍ공ㆍ로켓군ㆍ전략지원부대 등 5대군종의 사령원(사령관)이 전원 교체됐다. 뒤이어 다음달 19차 공산당 대회에서 군사위 부주석을 새로이 선출하고 국방장관을 임명하면 군 수뇌부 인사가 마무리된다.
군복을 입고 사열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CCTV 생방송 화면 캡처]
인민해방군의 최상부 조직은 당 중앙군사위원회다. 당이 군을 지휘하기 때문이다. 18차 당대회때 선출된 현 군사위원회는 시진핑 주석과 2명의 부주석, 8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의 군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8명의 군사위 위원 가운데 7명이 현재 보직에서 해임됐다. 여기에다 군사위 부주석인 판창룽(范長龍)과 쉬치량(許其亮), 군사위 위원을 겸하는 창완취안(常萬全) 국방장관도 당 대회때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 기념대회 참석자들이 중국 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사진=신화망]
시진핑 주석의 당ㆍ정 인사와 마찬가지로 군부 인사 역시 파격의 연속이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주목을 끈 건 먀오화(苗華ㆍ62) 해군 상장의 발탁이다. 그는 이달 초 당과 군을 잇는 핵심 요직이자 군 인사를 총괄하는 정치공작부장에 임명됐다. 군 편제개편 이전의 총정치부 주임에 해당하는 정치공작부장은 북한의 황병서 총정치국 국장과 비슷한 실세 보직이다.
먀오 부장은 만 11년동안 소장(별 1개) 계급에 머물러 있다 2012년 중장(별 2개)으로 진급했다. 이어 만 3년만인 2015년 인민해방군의 최고 계급인 상장(별 3개) 계급장을 달아줬다. 시 주석 집권기에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이 푸젠(福建)성에서 맺은 오랜 인연이 바탕이 됐다. 먀오 부장은 69년 입대한 이래 2005년까지 줄곧 푸젠을 근거지로 하는 31집단군에 근무했다. 시 주석은 1985년부터 2002년까지 17년간 푸젠성의 당ㆍ정 간부로 근무하면서 군 보직도 겸직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밖에 새로 육군사령원으로 임명된 한웨이궈(韓衛國ㆍ61)와 공군사령원으로 발탁된 딩라이항(丁來杭ㆍ60) 역시 시 주석과 같은 시기에 푸젠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과거 푸젠ㆍ저장성 근무시절의 옛 부하들을 초고속 승진시키면서 당ㆍ정의 주요 보직에 배치한 것과 같은 양상이 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형성되고 있는 파벌을 ‘시자쥔(習家軍)’ 이라 부른다.
또 한사람 주목해야할 시자쥔은 장유샤(張又俠ㆍ67) 상장이다. 그는 중국 군부에서 시진핑 주석과 가장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역시 인민해방군 상장에 올랐던 그의 부친 장쭝쉰(張宗遜)은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의 고향 친구이자 전우였다. 부자 2대에 걸쳐 시 주석과 막역한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최근까지 장비발전부장을 지낸 그는 중국의 국산 항공모함 건조나 위성발사 등 우주개발 업무를 총지휘했었다.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부대.
시 주석에겐 장유샤 못지않게 막역했던 또 한사람의 군내 인맥이 있었다. 류샤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의 아들인 류위안(劉源)상장이었다. 총후근부 정치위원이던 그는 시 주석 집권초기 쉬차이허우(徐才厚)와 궈보슝(郭伯雄) 등 두 명의 전 군사위 부주석을 부패혐의로 제거함으로써 시 주석의 군 기반을 다진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지난해 한직(전인대 재경위 부주임)으로 밀려났다. 이 때부터 남은 한 사람인 장유샤야말로 시 주석이 신임하는 군부 내 복심(腹心)이며 군사위 부주석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그는 10월 당대회에서 물러나는 판창룽의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자쥔의 약진이란 점 이외에 시진핑 군 인사의 또 한가지 특징은 ‘젊은 피’ 수혈이다. 상장을 제쳐놓고 중장을 발탁해 각각 해군ㆍ공군ㆍ로켓군 사령원과 장비발전부장이란 중책을 맡긴 것이다. 이는 전례가 없는 파격이다. 세대 교체를 통해 군 개혁에 박차를 가하려는 시 주석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새로이 임명된 중장 사령원들은 이른 시일내에 상장으로 승진시켜 원활한 지휘 통솔이 이뤄지도록 배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튼 59∼61세인 이들 중장 사령원이 배출됨으로써 인민해방군 수뇌부의 평균 연령이 7∼8세 가량 젊어졌다. 여태까지 인민해방군 수뇌부는 60대 후반이 주류였고 70대도 드물지 않았다. 올해 72세인 우성리(吳勝利) 전 해군사령원의 후임에는 11년 젊은 선진룽(沈金龍)이 임명됐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인사를 단행한 시점이다. 시 주석은 19차 당 대회를 한 달 앞둔 시점에 군 수뇌부를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당 대회에서 새로운 군사위원을 선출하고 그 이후 순차적으로 군 보직 인사를 하는 것과는 반대 순서로 이뤄진 것이다. 이와 관련, 군 인사를 먼저 확고히 장악함으로써 당 지도부 개편에서도 자신의 권한과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분석가 장리판(章立凡)은 “과거에 보지 못하던 패턴의 인사가 이뤄졌다”며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철학대로 정치 투쟁에 군 인사를 활용한 사례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이번 19차 당대회를 거치며 시 주석의 군 장악력은 한층 확고해질 전망이다. 시 주석이 집권 5년만에 군 장악에 성공한 것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시절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후는 전임자인 장쩌민 (江澤民) 세력이 심어 놓은 군부내 파벌들로 인해 10년 집권 기간 내내 군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이징의 군사 소식통은 “새로 발탁된 인물들은 예외없이 시진핑의 인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며 시진핑 주석이 직접 상장계급장을 달아준 사람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집권 1기인 지난 5년동안에는 군내 반부패 투쟁을 통해 장쩌민 세력의 잔재를 척결했고 이후 편제 개혁을 통해 군 장악을 가속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