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전동 킥보드의 위험한 질주..무면허에 사망 사고까지

정윤식 기자 2017. 9. 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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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야외활동 즐기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지만 전동 킥보드 같은 개인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을 타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전동 킥보드는 조작이 쉽고 속도가 빨라 출퇴근용 이동수단이나 여가를 즐기는 놀이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사고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 보험 업체의 통계에 따르면 개인 이동수단 관련 사고가 지난 2012년 29건에서 지난해 137건으로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전동 킥보드 등 개인 이동수단 사고가 급증하는 이유와 위험성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 면허 없어도 탈 수 있다고?…전동 킥보드에 대해 대한 잘못된 인식

전동 킥보드는 전기 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됩니다. 배기량 50cc 이하의 오토바이와 같은 취급을 받기 때문에 공원이나 인도,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는 달릴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차도로 다녀야 하고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운전하다가 적발되면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운전면허 없이 타는 것도 엄연한 불법입니다. 원동기 면허증이나 운전면허가 있는 만 16세 이상만 운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관련 규정을 모른 채 전동 킥보드나 휠을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원에서 전동 킥보드를 대여해 자주 탄다는 23살 대학생 김 모 씨는 "운전면허 없이 타는 게 불법인 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 "아무 문제 없어요"…불법 권하는 대여 업체들

실제로 일부 전동 킥보드와 휠 대여 업체에서는 관련 규정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원은 개인 이동수단을 탈 수 없는 장소임에도 한강 공원이나 서울숲 등 서울 주요 공원에만 20곳이 넘는 대여 업체가 있었습니다. SBS 리포트+ 취재진이 공원 가까이 위치한 대여 업체에 "공원에서 타도 문제 없냐"고 묻자 "전혀 문제 없다"고 답했습니다. 업체 3곳에서 전동 킥보드를 빌리는데 운전 면허를 확인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대여 과정에서 위법 사항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개인 이동수단 임대 기간 중 고객 부주의로 인한 모든 사고는 본 업체와는 상관 없다'는 안내문을 붙여두고 있었습니다. 운전면허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다가 "사고가 나면 업체는 책임 없다"는 말을 강조하는 업주도 있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 이용자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겁니다.

■ 사망 사고까지 일어났지만…심각한 전동 킥보드 안전불감증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는 오른쪽 끝 차로에서만 주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개인 이동수단 이용자들은 차 사이사이를 질주하는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커브 길에서 갑자기 등장해 차량 운전자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전동 킥보드 등은 최대 30km까지 달릴 수 있어 사고가 났을 경우 차량 운전자뿐만 아니라 전동 킥보드 이용자도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개인 이동수단 사고 시 중상자 비율이 10.8%로 보통 자동차 사고의 4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인천의 한 초등학교 앞 교차로에서 60대 남성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숨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연쇄 추돌 사고 과정에서 튕겨 나온 차량이 이 남성을 덮치면서 큰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개인 이동수단 특성상 안전장비를 착용하더라도 몸을 보호해줄 만한 차체가 없어 사고가 나면 피해가 커지게 됩니다.

■ "현실에 맞는 법 필요하다"…맞춤형 제도 강조하는 전문가들

전문가들은 전동 킥보드 사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관련 법규와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거나 인도로 달리더라도 단속에 적발되는 사례는 드뭅니다. 개인 이동수단 관련 의무 보험도 없어 사고가 나면 사고처리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개인 이동수단 이용자들은 "국내에서는 전동 킥보드나 휠을 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다른 나라처럼 자전거 전용 도로 이용을 허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반면에 다른 나라 사정은 다릅니다. 독일은 2009년부터 개인 이동수단 면허를 신설해 자전거 전용 도로와 차도 주행을 허용했습니다. 싱가포르는 2015년부터 개인 이동수단이 자전거 전용 도로를 달릴 수 있게 했습니다. 네덜란드는 보험가입을 전제로 차도에서 전동 킥보드 등의 운행이 가능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자가 늘면서 사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현실에 맞게 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안준석)  

정윤식 기자jy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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