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 음주문화에서 더치페이?"외국인이 본 김영란법
터키 알파고 "긍정적 방향,터키에도 있었으면"
일본 오누키 "처음엔 요란하더니 많이 안바뀌어"
중국 루싱하이 "탄핵정국에 묻혀,편법 접대 계속"
미국 페스트라이쉬 "국회의원 빠진 것은 문제"
^알파고="식사비 3만원처럼 현실성 없는 부분은 조정돼야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사회가 투명해지는 방향으로 가는 건 맞다. 전체로 보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화훼농가나 한우업체 등에서 김영란법 이후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불법) 안마업소를 금지해서 안마업소 주인들이 못 살겠다고 한다고 그걸 풀어줘야 할까. 언젠가 터키에도 도입하고 싶은 법이다."
-여러분들의 나라는 어떤가. 비슷한 법이나 규정이 있나. ^오누키="일본엔 2000년에 일본판 김영란법인 ‘국가공무원윤리법’이 도입됐다. 1998년에 대장성(재무성의 전신) 엘리트들이 금융업체에게 접대를 받은 게 들켜서 생겼다. ‘노팬티 샤브샤브 사건’이라고 너무 유명하다. 여종업원들이 속옷을 입지 않고 서빙을 하는 비싼 샤브샤브집에서 접대를 받아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식사비를 신고토록 했고,골프 접대는 안되고, 장례식 부조금도 제한하는 내용이다. 김영란법과 달리 공무원들에게만 적용된다.이렇게 규정이 돼 있지만 계속 어기는 사례들이 나온다."
^알파고=“터기엔 ‘꿀 항아리를 잡는 사람이 당연히 손가락을 빤다’는 속담이 있다. 권력이 있다면 어느정도 비리는 당연하다고 보는 인식이 있다. 큰 비리는 뇌물죄 같은 형법으로 다스린다.”
-식사비 한도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알파고="한국은 (터키에 비해 공무원 부패)나은 편인데 식사비까지 정해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친한 사람들에게 좋은 식사를 사고, 식사를 대접받는 건 한국 고유의 문화 아닌가. 일본처럼 큰 사건이 터진 뒤였다면 사람들이 불만이 없을텐데 (식사비 규정은)억지로 법을 만든 듯한 느낌이다. 사회 정의를 위해 한 민족의 정서를 바꾼다는 건 무리가 따른다."
^오누키="한국 사람들은 더치페이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공감을 못하는 것 같다. 한국 문화에 안 맞아 정착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초등학생 엄마들끼리 만나도 한 사람이 ‘오늘은 내가 낼 게요’하지 않나. 일본은 생활속 더치페이에 익숙하다. 택시를 타도 똑같이 나눠내고, 12명이 밥을 먹어도 12분의 1씩 잔돈까지 계산해 낸다. 한국의 택시 기사분이 ‘일본인 관광객 손님들이 택시비를 더치페이하는 게 너무 답답하다.기다리기 힘들다’고 하더라. 식사비를 둘러싼 논란 자체가 본질을 벗어나 있다. 법 취지는 ‘접대받지 말고 더치페이를 하라’는 것인데 논란은 금액문제로, '3만원은 오케이, 3만1000원은 안된다'로 번지더라. 이상했다."
^페스트라이쉬="식사비 내는 게 한국사회에서 큰 문제는 안되는 것 같아서 이해가 안된다. 교수는 큰 비리를 저지를 위치도 아닌데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도 그렇고, 특히 국회의원들이(국회의원의 청원활동이) 빠져 있는 건 큰 문제 아닌가. 큰 비리는 그쪽에서 터지는데."
-선물 비용도 제한돼 있는데 바꿔야 하나. ^루="아이가 한국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아내 이야기를 들어보니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더라. 예전 같으면 명절 같은 때 선생님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이나 농가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한국은 추석 때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가 중국보다 더 정착돼 있다. 그래서 더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얼마 전 폐기해야할 정도로 오래된 미국 헬기를 샀다는 (방산비리)보도가 있었는데 그런 비리를 어떻게 막을건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페스트라이쉬=(학생으로부터 캔 커피를 받아도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를 듣더니)"외국의 교환학생이 고국에 다녀오면서 사온 초콜릿도 안되는 것이냐. 당혹스럽다." 강혜란·문병주 기자 theothe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