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특집]"한국 음주문화에서 더치페이?"외국인이 본 김영란법

서승욱 입력 2017.09.24. 13:40 수정 2017.09.2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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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1년, '외국인들이 본 김영란법' 좌담회
터키 알파고 "긍정적 방향,터키에도 있었으면"
일본 오누키 "처음엔 요란하더니 많이 안바뀌어"
중국 루싱하이 "탄핵정국에 묻혀,편법 접대 계속"
미국 페스트라이쉬 "국회의원 빠진 것은 문제"
"2차에서 술에 완전히 골아떨어지는데 더치페이가 되겠는가.한국의 음주 문화에선 어렵다." "전체적으론 사회가 투명해지는 방향으로 간다. 터키에도 도입하고 싶다." "애들 학교 선생님 선물 걱정 안해서 좋긴한데…." "학생이 준 초콜릿 먹으면 안되나. 당혹스럽다."
서울 거주 외국인들이 22일 중앙일보사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한 좌담을 했다. 오른쪽부터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 오누키 도모코 마이니치 신문 특파원, 알파고 시나씨 터키 하베르 코레 편집장, 루싱하이 중국 CCTV지국장. 최정동 기자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은 김영란법 1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들의 눈에 한국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중앙일보는 김영란법 1년을 맞아 한국 생활에 익숙한 외국인 4명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미국)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루싱하이(盧星海) 중국 CCTV 서울지국장,오누키 도모코(大貫智子)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 특파원, 알파고 시나씨(터키) 하베르 코레 편집장이 참석한 좌담회는 22일 오후 중앙일보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영란법은 속지주의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되는데. 어떤 경험들을 하셨나. ^알파고="지난해 10월에 (한국)검사 분과 식사를 하려고 바닷가의 횟집에 갔었다. 친한 형님 같은 분이라 그 분이 밥값을 낼 것 같았다. 메뉴를 보니 3만원이 넘을 것 같더라. 그러니 검사분이 그냥 나가자고 하더라. '넌 기자이고 난 검사니 김영란법에 걸릴거 같다'면서. 난 외국기자라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먹다보면 3만원 넘을 수도 있다’며 안된다고 하더라. 솔직히 이게 뭔가 싶었다. 지인끼리도 이래야하나 싶긴 했다. 또 한번은 내가 쓴 기사때문에 도움을 받았다는 한 중소기업 대표에게서 선물을 받았는데, 5만원 한도를 넘는 선물이어서 거절하고 다시는 연락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서울 거주 외국인들이 22일 중앙일보사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한 좌담을 했다. 알파고 시나씨 터키 하베르 코레 편집장. 최정동 기자
^페스트라이쉬="학교 생활에서 심각하게 느낀 건 별로 없다. 다만 외부 강의가 문제다. 서울 같은 큰 도시에 살려면 순수하게 교수 봉급만으로는 어렵다. 글도 쓰고 외부 강의도 다니는데 한도가 정해져 있고, 신고 방법도 매우 복잡하다. 정치인들처럼 한 번 강연에 수백만원 받는 것도 아닌데 불편하다. 역차별같다."
서울 거주 외국인들이 22일 중앙일보사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한 좌담을 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 최정동 기자
-한국에서 지켜본 김영란법 1년은 어땠나.어떤 변화를 느꼈나. ^오누키="솔직히 말하면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기자와 (사립학교)교사들까지 포함된 게 좀 이상하더라. 내가 왜 대상이 돼야 하는가의 불만도 많지 않았나. 처음엔 한국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더니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앞으로는 모두 N분의1로 계산할 것 처럼 난리가 났었는데 이제 ‘언제 그랬냐’는 듯한 분위기가 된 것 같다. 한국 문화가 술 많이 먹는 문화 아니냐. 더치페이하는 게 맞지 않은 것 같더라."
서울 거주 외국인들이 22일 중앙일보사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한 좌담을 했다. 오누키 도모코 마이니치 신문 특파원. 최정동 기자
^루="취지는 좋았고 변화도 기대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대통령 탄핵 등)한국에 큰 이슈가 많이 생겼다. 김영란법이 그 와중에 잊혀진 것 같다. 추석 선물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있는데, 문화가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다. 한국에서 기업 하시는 중국 분들께 물어보니 다른 편법으로 많이들 (접대) 하는 모양이더라. 동방의 문화가 하루 이틀에 바뀌는 건 아니라서 1년 만에 차이를 느낄 정도로 많이 변화된 것 같지는 않다."

^알파고="식사비 3만원처럼 현실성 없는 부분은 조정돼야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사회가 투명해지는 방향으로 가는 건 맞다. 전체로 보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화훼농가나 한우업체 등에서 김영란법 이후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불법) 안마업소를 금지해서 안마업소 주인들이 못 살겠다고 한다고 그걸 풀어줘야 할까. 언젠가 터키에도 도입하고 싶은 법이다."

-여러분들의 나라는 어떤가. 비슷한 법이나 규정이 있나. ^오누키="일본엔 2000년에 일본판 김영란법인 ‘국가공무원윤리법’이 도입됐다. 1998년에 대장성(재무성의 전신) 엘리트들이 금융업체에게 접대를 받은 게 들켜서 생겼다. ‘노팬티 샤브샤브 사건’이라고 너무 유명하다. 여종업원들이 속옷을 입지 않고 서빙을 하는 비싼 샤브샤브집에서 접대를 받아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식사비를 신고토록 했고,골프 접대는 안되고, 장례식 부조금도 제한하는 내용이다. 김영란법과 달리 공무원들에게만 적용된다.이렇게 규정이 돼 있지만 계속 어기는 사례들이 나온다."

서울 거주 외국인들이 22일 중앙일보사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한 좌담을 했다. 루싱하이 중국 CCTV지국장. 최정동 기자
^루="중국은 공무원이 접대받는 걸 제한하는 여덟가지 규칙이 있다. 공무원 규제법은 아니고 규칙이다. 금액까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영향은 크다. 특히 공무원과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술도 못 마신다. 그러니 편법이 생겼다. 술병을 가지고 가면 안되니 물병에 술을 담아가서 먹는다든지… 한국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김영란법이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을까. 중국 속담에 ‘군자는 막되 소인배는 못 막는다’는 게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어기는 사람이 있다."

^알파고=“터기엔 ‘꿀 항아리를 잡는 사람이 당연히 손가락을 빤다’는 속담이 있다. 권력이 있다면 어느정도 비리는 당연하다고 보는 인식이 있다. 큰 비리는 뇌물죄 같은 형법으로 다스린다.”

-식사비 한도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알파고="한국은 (터키에 비해 공무원 부패)나은 편인데 식사비까지 정해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친한 사람들에게 좋은 식사를 사고, 식사를 대접받는 건 한국 고유의 문화 아닌가. 일본처럼 큰 사건이 터진 뒤였다면 사람들이 불만이 없을텐데 (식사비 규정은)억지로 법을 만든 듯한 느낌이다. 사회 정의를 위해 한 민족의 정서를 바꾼다는 건 무리가 따른다."

^오누키="한국 사람들은 더치페이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공감을 못하는 것 같다. 한국 문화에 안 맞아 정착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초등학생 엄마들끼리 만나도 한 사람이 ‘오늘은 내가 낼 게요’하지 않나. 일본은 생활속 더치페이에 익숙하다. 택시를 타도 똑같이 나눠내고, 12명이 밥을 먹어도 12분의 1씩 잔돈까지 계산해 낸다. 한국의 택시 기사분이 ‘일본인 관광객 손님들이 택시비를 더치페이하는 게 너무 답답하다.기다리기 힘들다’고 하더라. 식사비를 둘러싼 논란 자체가 본질을 벗어나 있다. 법 취지는 ‘접대받지 말고 더치페이를 하라’는 것인데 논란은 금액문제로, '3만원은 오케이, 3만1000원은 안된다'로 번지더라. 이상했다."

^페스트라이쉬="식사비 내는 게 한국사회에서 큰 문제는 안되는 것 같아서 이해가 안된다. 교수는 큰 비리를 저지를 위치도 아닌데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도 그렇고, 특히 국회의원들이(국회의원의 청원활동이) 빠져 있는 건 큰 문제 아닌가. 큰 비리는 그쪽에서 터지는데."

-선물 비용도 제한돼 있는데 바꿔야 하나. ^루="아이가 한국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아내 이야기를 들어보니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더라. 예전 같으면 명절 같은 때 선생님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이나 농가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한국은 추석 때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가 중국보다 더 정착돼 있다. 그래서 더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얼마 전 폐기해야할 정도로 오래된 미국 헬기를 샀다는 (방산비리)보도가 있었는데 그런 비리를 어떻게 막을건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페스트라이쉬=(학생으로부터 캔 커피를 받아도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를 듣더니)"외국의 교환학생이 고국에 다녀오면서 사온 초콜릿도 안되는 것이냐. 당혹스럽다." 강혜란·문병주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