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택시운전사②]"사납금 쫓겨 살인운전"..月 313시간 일해도 버는 돈 160만원 뿐

2017. 9. 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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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목숨 걸고 일하겠나. 저들에게는 시간이 돈이다. 신호위반, 과속을 하면서 하루 13~14시간 일해도 버는 돈은 150만원이 안 된다."

21년차 법인 택시기사 김영준(63) 씨는 신호위반을 하는 택시를 보며 "아마 24시간 혼자 운전하는 1차제 기사일거다"고 말했다.

24일 서울노동권익센터의 '택시기사의 노동실태와 지원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인 1차제 법인택시 기사들은 시간제한 없어 한달 평균 26.7일, 313.4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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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제 택시, 한달 27일ㆍ313시간 동안 운전대
-사납금 탓 열악한 삶…쉬는 시간 엄두도 못내
-아차사고 등 위험…“택시산업 구조조정 필요”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오죽하면 목숨 걸고 일하겠나. 저들에게는 시간이 돈이다. 신호위반, 과속을 하면서 하루 13~14시간 일해도 버는 돈은 150만원이 안 된다.”

21년차 법인 택시기사 김영준(63) 씨는 신호위반을 하는 택시를 보며 “아마 24시간 혼자 운전하는 1차제 기사일거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이야기하는 법인 택시기사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그는 오전 5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운전대를 잡고 한달에 26일간 서울 시내를 누빈다고 했다. 밥 먹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잠깐을 빼면 하루 11시간 이상을 일하고 받는 돈은 한 달에 160만원이 되지 못한다. 하루 14만원이나 되는 사납금이 문제다. 김 씨는 “그나마 2교대로 일하는 우리는 나은 편”이라면서 “예전에 1차제로 일한 적이 있는데 그야말로 막장의 삶”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사납금이 많아 하루 15시간 가량을 목숨 걸고 일해도 한달에 200만원 벌기가 불가능하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서울시내를 누비는 법인 택시 운전사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1인 1차제 기사의 경우 스스로를 ‘막장’이라고 할만큼 삶이 열악하다. 24일 서울노동권익센터의 ‘택시기사의 노동실태와 지원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인 1차제 법인택시 기사들은 시간제한 없어 한달 평균 26.7일, 313.4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고 있다. 하루 평균 11.7시간 동안 268.3km를 이동하고 매달 초과근무만 87.4시간에 달한다. 한달 총수입 196만8000원에 운행지출경비 39만2000원을 빼면 순수입은 157만6000원에 불과하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지난해 서울 법인 택시기사 704명(2교대제 93.0%, 1차제 7.0%)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했다.

법인택시 운전자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사납금 족쇄‘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납금이란 법인택시 기사가 매일 회사에 납부하는 금액으로 하루 13만~16만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금액이 부족하면 개인 주머니에서 채워야한다.

1차제 택시운전사들은 사납금 압박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높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하루 밤낮없이 운전을 해야 200만원 안팎의 월수입을 얻을 수 있어, 쉬는 시간은 엄두를 못 내는 형편이다. 이들은 승무중 애로사항 1순위로 38.8%가 ‘입금액 압박감’을 꼽았다. 법규 위반의 원인도 65.3%가 ‘입금액 부담감’이라고 답했다. 


1차제 기사 86.4%는 소속 택시업체가 사납금제(정액사납금제 43.8%, 책임만근제 42.6%)로 운영되고 있다. 성과급식 월급제는 11.9%, 업적급제는 1.6%에 불과했다. 반면 이들이 원하는 임금제는 전액관리제다. 이들이 꼽은 정책 선호도 1순위는 전액관리에 따른 성과급식 월급제 시행(50.2%)ㆍ최저임금제 실시(15.2%)다.

택시노동자의 대부분이 장시간 운전에 따른 피로로 인해 교통사고의 위험도 높았다. 1차 택시 노동자에게 지난 1개월 동안 아차사고(졸음운전과 피로로 인해 사고가 날 뻔 했던 상황) 발생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9.2%가 1개월 이내 4회 이상 발생한다고 답했다. 2교대제(9.5%)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택시 기사 유모(55) 씨는 “하루 근로시간을 정해 놓긴 했지만, 사납금 부담 때문에 실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서 “피로도가 높아져 운행 중 나도 모르게 깜빡 조는 경우도 많아 위험하다”고 했다.

센터 관계자는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시에서는 노동친화적 관점에서 택시업체 평가체계를 강화하여 사납금을 폐지하고 수입금 전액관리제 도입을 할 수 있도록 택시산업을 구조조정 해야한다”고 말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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