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told] 데뷔골 맛본 류승우의 K리그 적응기

정재은 입력 2017. 9. 24. 06:59 수정 2017. 9. 2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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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상주)]

“남은 7경기에서 꼭 필요한 선수다.”

조성환 제주유나이티드 감독이 말했다. 23일, 상주시민운동장 방 한켠에서 그는 상주상무와의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 감독이 말하는 선수는 다름 아닌 류승우. 제주로 돌아온 후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 감독의 믿음은 헛되지 않았다. 0-2로 생각지 못한 흐름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류승우의 슛이 골망을 갈랐다. 그의 K리그 데뷔골이었다. 류승우의 골에 힘입어 제주는 동점골까지 넣으며 승점 1점을 확보했다. 제주의 시즌 막판 레이스, 류승우가 함께 뛰기 시작했다. 그는 조금씩 K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 떨어진 실전 감각 끌어올리기

조 감독은 류승우에게 큰 기대를 걸거나 부담을 주지 않았다. “전반전 동안 잘 해준(뛰어준)다면 만족스러울 것”이라 말했다. 류승우는 K리그 선발 출전이 이날이 처음이다. 지난 9일 FC서울전을 뛰었지만 교체로 들어가 약 10분 소화한 게 전부였다. 前 소속팀(임대) 페렌츠바로시에서 3월, 연습경기 중 어깨 부상을 입어 더는 경기를 뛰지 못했다. 2월 18일 15분 뛴 게 마지막 공식전이다. 90분 경기를 소화한 건 지난해 12월 3일이 마지막이었다.

시즌 막바지 우승 경쟁 레이스에 접어든 제주로서 이런 류승우 투입은 부담될 수도 있다. 선수 개인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류승우는) 뛸 준비는 되어 있었다”는 말에 힘을 실었다. “단지 타이밍을 계속 놓쳤을 뿐이다. 계속 출전 일정을 미루면 선수 개인적으로 동기부여도 사라지고 지친다. 빨리 승우를 기용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날 류승우는 약 80분가량 경기를 소화했다. 자신의 실전 감각과 컨디션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류승우는 현재 가장 힘든 점으로 “실전 감각”을 꼽았다. “실전을 너무 많이 못 뛰었다. 복귀라고 하지만 K리그 무대도 처음이다. 내가 컨디션이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찾는 게 급선무다. 감각을 빨리 찾아야 한다. 조금씩 계속 뛰다 보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

# 동료들과 호흡 맞추기

또 하나, 그는 동료들과의 호흡도 완벽하지 않는단 점을 느꼈다. 전반전 중반까지 류승우는 조직적으로 움직이기보다 겉도는 인상이 강했다. 임채민, 신세계, 김진환이 필사적으로 마그노와 멘디를 마크하자 류승우나 윤빛가람 등 2선 자원들이 공을 줄 곳도 사라졌다. 32분, 답답했던 멘디가 스스로 볼을 끌고 페널티 박스까지 도달했다. 문전 중앙으로 류승우가 쇄도했다. 멘디가 그를 향해 낮고 빠르게 패스했으나, 공은 류승우의 발에 닿지 않았다. 손발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류승우는 “조직적으로 크게 안 맞았던 부분은 없지만, 내가 아직 팀에 제대로 스며들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조 감독 역시 “베스트 멤버와 뛴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호흡이 잘 안 맞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인도 노력하고 있고, 팀에 잘 적응 중이다. 앞으로의 경기가 기대된다”는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 위닝 멘털리티 갖추기

조 감독의 기대는 유의미하다. 이날 역시 기대감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류승우를 두고 “잘만 해준다면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승우는 팀이 0-2로 끌려가는 걸 두고 보지 않았다. 전반 37분 자신의 데뷔골을 터뜨리며 한 골을 만회했다. 홍철이 수비하며 머리로 걷어낸 공을 류승우가 재빨리 받아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의 골을 두고 김태완 상주 감독은 “슈팅을 너무 잘 때렸다. 우리가 먹힐 수밖에 없는 슈팅이었다”고 극찬했다. 류승우의 원더골에 힘입어 제주는 후반전 동점골까지 만드는 데 성공했다. 조 감독의 말이 맞았다. 류승우가 빛나자 팀과 개인 모두에게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류승우에게 데뷔골을 넣은 소감을 물었다. “넣긴 넣었는데 기분은 하나도 좋지 않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유는 “이기지 못해서”였다. 그의 대답 속에는 ‘이기지 못해서’라는 말이 네 차례나 나왔다. 데뷔골의 기쁨보단 팀의 승리를 이끌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 “꼭 좋은 분위기 타서 계속 이기기를 바랐는데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보탬이 되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팀의 전체적인 흐름은 유지 중이다. 제주는 11경기 무패를 기록했다. 2실점을 내주고도 두 골을 만회했다. 하지만 류승우는 “몇 경기가 안 남았고, 매 경기 결승전처럼 중요하다. 오늘 꼭 이기고 싶었다. 우리의 목표는 크기 때문에 승리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지지 않는 팀이 아닌 이기는 팀, 위닝 멘털리티를 류승우가 이미 갖췄다는 뜻이다.

이제 K리그 클래식은 스플릿 포함 7경기를 남겨뒀다. 챔피언 경쟁에는 불이 붙었다. 3위 울산현대가 2위 제주의 턱끝까지 쫓아왔다. 승점 차는 1점이다. 전북현대는 좀처럼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제주의 막판 레이스, 조 감독은 류승우에게 기대를 걸었다. “오늘 득점을 기록했으니 더 자신있게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을 거다”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첫 선발 출전에서 데뷔골까지 넣었으니 류승우의 ‘내일’에 또 다른 기대가 실린다. 이 25세 청년은 생각보다 잘, K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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