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어려워진 법조윤리시험.. "왜 애먼 로스쿨에 책임 묻나"

김태훈 입력 2017. 9. 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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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이 되기 위한 관문인 법조윤리시험이 갑자기 어려워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제8회 법조윤리시험은 합격률이 약 59%로 지난해보다 39%포인트가량 하락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구체적으로 전국 로스쿨 재학생 등 총 2007명이 응시해 그중 1192명만 합격한 것이다.

법조윤리시험은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각 로스쿨에서 법조윤리 과목을 이수한 사람을 대상으로 매년 1회 실시한다. 합격 기준은 만점의 70%다. 즉 선택형 40문항 중 28문항 이상 득점 시 합격으로 인정된다. 다만 합격 여부만 결정하고 점수는 변호사시험 총득점에 산입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동안 이 시험이 누구나 통과가 가능한 손쉬운 시험이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15년은 합격률이 96.12%였고 지난해는 무려 98.21%였다. 한마디로 시험으로서의 존재감이 별로 없고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쳤던 셈이다.

올해 법조윤리시험 응시자들은 시험 후 “종전과 달리 단편적 지식을 묻는 문제 대신 관련 법령에 대한 이해력을 확인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최근 개정 법령을 반영한 문제가 많아 어려웠다” 등 반응을 쏟아냈다. 기출 문제에 대한 단순암기식 공부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다수 나왔다는 뜻이다.


이처럼 법조윤리시험 난이도를 올린 것은 지난해 한국사회를 강타한 법조비리 스캔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검사장을 지낸 홍만표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는 거액의 수임료, 검찰·법원과의 부적절한 유착 의혹 등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김수천 부장판사와 김형준 부장검사는 현직 중견 판검사 신분으로 업자에게 뇌물을 받아 결국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결정타’는 진경준 전 검사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날렸다. 진 전 검사장은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전 NXC 대표로부터 거액의 공짜 주식을 받았다가 검찰조직 창설 이래 현직 검사장으로는 처음 검찰에 구속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은 박근혜정부 내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국민적 지탄을 받다가 결국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고인으로 전락해 법정에 섰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법조계의 비리, 변호사법 위반 사례가 증가하여 법조윤리에 대한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었던 점을 감안해 이번 제8회 시험에서는 문제의 수준을 높이고 변별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등의 비리가 법조윤리시험 난이도 상승의 주된 이유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로스쿨 재학생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는 성명을 내 “이른바 법조비리의 시국은 예비법조인인 로스쿨 재학생이 아니라 법조계에 발들인지 수년이 지난 기성 법조인들이 일으킨 범죄행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법조인의 시험을 법조비리의 대응책으로 삼는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법조비리는 기성 법조인들의 뼈를 깎는 자정으로 대처해야지 예비법조인의 ‘희생’으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란 것이다. 한국법조인협회는 이어 “하반기 각 로스쿨 졸업시험 이전에 3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법조윤리시험을 추가 시행해 피해를 본 졸업예정자들을 구제해야 한다”며 “2018년 법조윤리시험을 시행할 때에는 난이도를 사전에 고지함으로써 응시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단 내년도 법조윤리시험은 올해보다는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향후 출제 방향과 관련해 “시험의 안정성, 응시자의 예측 가능성 보장 등을 고려해 로스쿨 정규 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응시자는 무난히 합격할 수 있도록 출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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