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산 배넌과 비밀회동, 왕치산 총리설 더 탄력 받는다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2017. 9. 23. 10: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CMP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최근 일부 언론이 다음 달 열리는 19차 당대회에서 왕치산이 공산당 최고 권력기관인 정치국 상임위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왕치산이 최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만난 것은 차기정부에서 경제관련 부문, 즉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SCMP)가 23일 보도했다.

최근 일본 언론은 왕치산이 차기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임위원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빈과일보도 왕치산이 간암 말기라고 보도하는 등 일부 외신들은 왕치산 낙마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왕치산은 이번 주 리셴룽 싱가포를 총리를 만난데 이어 스티브 배넌 전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비밀리에 만났다. 왕치산은 이 비밀회동에서 배넌의 ‘경제 민족주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왕치산이 시진핑 주석의 집권 후반기에 경제 관련 부문을 맡을 가능성이 큼을 시사한다고 SCMP는 분석했다.

현재 왕치산의 직위는 중앙당 기율위 서기다. 이 직무는 고위간부들의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것이다. 경제와 무관한 분야다. 그러나 원래 왕치산은 당 기율위 서기를 맡기 전에 경제 전문 관료로 명성이 높았다.

왕치산은 2012년 당기율위 서기를 맡기 전 계속해서 경제 전문 관료로 일했다. 그는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뒤 인민은행 부행장, 건설은행장, 경제 부총리를 맡았다.

그는 금융 및 무역 분야의 전문가인 것이다. 특히 최근 미중간 무역전쟁 조짐이 있고, 중국 경제도 거시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를 잘 아는 왕치산이 경제 관련 부분을 맡아 그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SCMP는 전했다.

SCMP는 총리가 경제를 총괄하는 관례에 따라 왕치산이 총리를 맡을 수도 있지만 총리를 맡지 못하더라도 경제 관련 분야에서 활약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이 그럴 의향이 없다면 왕치산이 배넌을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배넌도 원래 경제 전문가였다. 배넌은 정치계에 데뷔하기 전 미국 최고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였다.

사실 왕치산 총리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 언론에서 이미 몇 차례 나왔던 얘기다. 가장 먼저 왕치산 총리설을 제기한 언론이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다. NYT는 지난 7월 현 총리인 리커창이 낙마하고 왕치산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현재 중국 경제가 과다한 빚으로 흔들리고 있는 점, 왕치산이 원래 경제 전문 관료였다는 점 등을 들어 리커창 대산 왕치산이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왕치산은 원칙주의자로 경제개혁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최근에는 경제정책도 관여하고 있다. 갈수록 리커창 현 총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올 초 벌어진 한 에피소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외국 경제 전문가들을 초청한 한 비공개 경제회의에서 국제사절단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많은 경제 관료들이 왕치산 앞에 도열해 있었던 것이다. 왕치산은 당시 외국인들에게 "이전에는 반부패 캠페인에 집중했는데, 요즘은 경제에도 약간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이 같은 사실을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외국인 3명에게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미 왕치산이 경제정책 분야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왕치산 총리 카드를 가장 선호하는 그룹은 경제 개혁파 진영이다. 이들은 지금 중국이 경제개혁을 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빚의 늪'에 빠질 것이라며 왕치산 같이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 총리를 맡아 경제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진영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주룽지 전 총리다. 왕치산은 자신의 멘토가 주룽지 전 총리라고 여러 차례 말할 정도로 주룽지 전 총리를 존경하고 있다.

주룽지도 총리 재임시절 강력한 경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하는데 일등공신이 됐었다. 당시 중국은 고성장 고인플레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주룽지는 거시경제 조정을 통해 중국 경제를 고성장 저인플레 구조를 만듦으로써 중국이 장기간 인플레 없이 고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주룽지 전 총리는 총리를 연임하지 못했다. 그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총리를 역임했다. 그는 연임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면서 한 말이 "내가 아니라면 왕치산이 총리가 돼야 한다"였다.

이제 남은 것은 리커창의 자리다. 현재 중국의 권력 서열은 1위 국가주석 시진핑, 2위 국무원 총리 리커창, 3위 전인대 상무위원장 장더장이다. 3위인 장더장은 7상8하의 불문율에 의거, 이번에 퇴임하게 돼 있다. 리커창은 왕치산에게 총리 자리를 내주고 권력서열 3위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보고 있다.

sinopark@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