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한국 축구인] (7) 유망주를 프로로 만드는 축구인, 신승필

골닷컴 입력 2017. 9. 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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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해외파 선수들을 관리하는 회사에서 육성팀장으로 최근까지 약 7년간 일했던 신승필 씨. 사진=골닷컴 이성모 기자)

손흥민, 최경록, 박정빈 등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수의 한국인 선수를 관리하는 회사 ‘스포츠유나이티드’에서 육성팀장으로 6년간 일했던 신승필 씨.

유망주가 스타 선수, 프로 선수가 되는 과정을 누구보다 많이 지켜봤던 그가 말하는 노하우와 새로운 도전.

[런던=골닷컴 이성모 기자] ‘유망주’와 ‘스타’ 선수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는 것일까. 혹은 저마다의 꿈을 품고 유럽에 나와 뛰고 있는 유망주 선수들이 유럽에서 프로선수로서 자리잡기까지는 어떤 과정이 있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위 질문은 우리가 매년 지켜보고 있는 한국의 유망주 선수들, 그 선수들의 부모와 관계자들 뿐 아니라 그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응원을 보내는 모든 축구팬들에게도 결코 무관하지 않은 질문이다. 더 많은 한국 축구의 유망주들이 스타로, 프로 선수로 성장할수록 우리의 축구도 더 성장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여기, 현재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의 축구인들 중 아마도 그런 과정을 가장 많이 또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한 사람이 있다. 손흥민, 최경록, 박정빈 등의 데뷔 전부터 세상의 이목을 받지 않는 뒤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관리하는 일을 했던 신승필 씨가 그 주인공이다.

유망주를 프로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축구인, 그리고 그 방법을 체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겠다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신승필 씨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신승필 씨 프로필

축구 경력 : 안양초, 안양중, 수원공고, 경희대

축구지도자 경력 : 에벤에셀 축구교실, PEC 스포츠 아카데미

나이키 축구 프리스타일 대회 : 3위 입상

축구매니지먼트 : 스포츠 유나이티드 육성팀장(2011 ~ 2017)

주요 관리선수: 손흥민, 박정빈, 최경록, 서영재, 김동수, 이승원 등

축구 관련 자격증 : FA 축구 코칭 라이선스 Level 1 & 2, The FA Talent Identification Level 1 / 생활체육 지도자 자격증 3급

손흥민, 박정빈을 보며 깨달은 유소년 선수 관리의 중요성

신승필 씨는 안양초에서 축구를 처음 시작해서 경희대까지 본인 스스로도 선수 생활을 경험한 축구인이다. 그는 군대를 전역한 후 유소년 선수를 지도하는 경험을 통해 유소년 교육 및 관리에 큰 관심을 갖고 축구의 본고장인 영국 유학을 떠난다. 그리고 영국에서 영국 축구협회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석사 과정 이후로 그가 약 7년 동안 근무했던 스포츠유나이티드에 입사했다.

스포츠유나이티드에서 일하는 동안, 그는 현재 한국 축구계 최고의 스타인 손흥민을 비롯해 최경록, 서영재, 박정빈, 김동수, 이승원 등 많은 선수들을 관리했다. 그들이 처음 유럽 현지에 나와서 적응하는 과정, 소속팀에서 훈련과 경기를 하며 겪는 온갖 고충들을 귀기울이고 지원하는 일 등 통합적인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했다. 비단 손흥민 뿐 아니라, 그가 그동안 관리했던 선수들의 숫자나 그들이 활약하는 리그 등을 고려할 때 유럽 현지에서 그만큼 많은 한국인 해외파 선수들을 관리해본 실무자는 아마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는 그 많은 선수들이 ‘유망주’라는 기대를 받고 유럽에 와서 프로 선수로, 더러는 ‘스타’로, 또 더러는 안타깝게도 잊혀지는 선수가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 중에서도 그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름 아닌 손흥민의 경우였다. 그의 말이다.

“그동안 많은 선수들을 관리하면서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손흥민 선수의 경우였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함부르크에 처음 진출했을 때 손흥민 선수가 혼자 나온 것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 당시, 그와 같이 왔던 선수들 중에 손흥민 선수가 압도적으로 돋보이는 선수였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손흥민 선수가 다른 선수와 결정적으로 달랐던 부분은 그의 옆에는 항상 아버지가 함께 하며 코치로서의 역할도 하고 정신적인 부분도 관리를 해줬다는 점이었어요. 다른 선수들 같은 경우는 그렇지가 않았죠. 그러다보니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것이고요.”

“그런 차이가 겉으로 보기에는 클 것 같지 않지만, 그런 차이가 분명히 존재했고 결국 손흥민 선수가 함부르크에서 기회를 잡으면서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손흥민 선수의 경우가 제가 유망주, 유소년 선수 관리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던 가장 큰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을 보면서 축구 트레이닝은 멘탈 코칭과 양립되어야만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점, 그리고 지속적으로 선수의 퍼포먼스 관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는 걸 확실히 느꼈습니다.”

그는 손흥민과 유사하면서도 조금 다른 사례로 박정빈(덴마크 비보리 소속)의 예를 들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박정빈의 경우 속에는, 박정빈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노하우와 인사이트도 함께 발견할 수 있었다.

“박정빈 선수의 경우는 18세 때 분데스리가 데뷔를 했고, 사실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할 때는 이미 슈퍼스타 같은 관심을 받으면서 갔었죠. 오히려 박정빈 선수의 경우가 다른 어떤 선수들보다도 더 높은 기대를 받는 유망주였죠. 그런데 박정빈 선수의 경우는 손흥민 선수의 경우와는 다르게 혼자 지냈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던 거죠. 지금은 부모님이 같이 계시지만 그 땐 그렇지가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심리상태가 불안정하다보니까 박정빈 선수는 기복이 심했어요. 잘 할 땐 정말 대단한데, 어떤 날은 너무 부진하고. 그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보니까, 또 18세에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후 소속팀이 2부로 떨어지고 그 후로 경쟁에서 점점 밀리기 시작하니까 그런 상황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부족했던 거죠. 본인은 이미 슈퍼스타라는 기대를 받았던 선수였는데.”

“그러다가 박정빈 선수가, 2년에서 2년 반 정도를 벤치신세를 지내면서 그 어려움을 극복을 못했어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때, 이젠 정말 변화가 필요하다 싶을 때 저희 회사에서 박정빈 선수를 덴마크 쪽으로 임대를 보냈어요. 그리고 그 때부터 저랑 아주 세부적인 내용까지 모든 것을 상의하기 시작했죠. 본인의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분석을 하고 본인도 서서히 그걸 받아들이기 시작한 거죠.”

“자기가 다시 반등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퍼포먼스에 대한 평가도 받고 조언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걸 본인 스스로가 깨닫게 된 거에요. 그래서 덴마크에서 보낸 첫 시즌에 제가 매 경기 이후에 박정빈 선수 경기 영상을 분석을 해서 조언을 해줬어요.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방향을 제시하고. 그러다보니까 이 선수가 워낙 기본이 있으니까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거죠.그래서 다시 박정빈 선수의 폼이 올라오니까 다시 올림픽 대표에 선발이 됐고 그 시즌이 끝난 후에 같은 덴마크의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할 때 구단 최고이적료로 이적을 하게 된 거죠.”

“그 과정이 정말 뜻깊었던 것 같아요. 박정빈 선수는 저에게 그렇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저 역시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운 거죠. 그렇게 선수에 대해 세부적으로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선수가 다시 재기하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게 해줘서. 사실 선수들이 팀에서 힘들다보면 관리자들의 전화를 꺼리는 그런 경향도 있어요. 그러나 박정빈 선수는 본인도 적극적인 자세로 더 물어보고, 경기 끝나자마자 나와서 경기 보셨냐고 저에게 물어보고, 중계가 없어서 못 보면 저한테 경기 영상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이런 과정이 계속 되다보니까 바닥을 쳤던 선수가 다시 올라오게 되더라고요.”



(신승필 씨가 관리했던 두 해외파 선수 박정빈, 최경록과 함께)

유럽 내 한국인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팀이 있다면 어떨까

신승필 씨는 손흥민, 박정빈의 경우를 직접 지켜보면서 유럽 각지에 있는 한국인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그 믿음을 실행으로 옮기고 나섰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유럽 각지에 한국 선수들이 나와있고 그렇게 나와 있는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이나 퍼포먼스를 관리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그런 역할을 멀리 한국에 있는 지도자들이나 가족, 관계자들이 세심하게 챙긴다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어요. 매번 선수들을 보러 유럽까지 나올 수도 없는 것이고요.”

“그래서 손흥민 선수, 박정빈 선수의 경우를 겪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런 꿈을 키우게 됐어요. 유럽에 한국인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사람, 혹은 팀이 있다면 어떨까. 그런 역할을 해줄 존재에 대한 ‘니즈’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아직까지 유럽에는 그걸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팀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렇다면 선수생활도, 선수들을 가까이서 관리한 경험도 있는 제가 한 번 그걸 시도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예를 들어서 유럽에 나와 있는 어떤 선수에 대한 자세한 보고가 필요한 한국에 있는 팀이는 매니지먼트 사가 있다면 그런 역할을 해줄 수도 있는, 또 선수들의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를 계속해서 겪고 있는 선수가 있다면, 그 문제와 똑 같은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서 만들어서 선수가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팀. 저는 그런 팀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업무차 방문했던 프랑크푸르트에서 서독의 1974년 월드컵 우승 멤버이자 프랑크푸르트 레전드인 베른트 횔첸바인과 함께.)

영국 내 각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도전

신승필 씨가 말하는 비전과 꿈은 누가 들어도 수긍할만하고 그럴 듯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그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아니다. 선수의 심리를 관리할, 퍼포먼스를 정확히 분석할, 또 선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줄 수 있는 축구 경험을 가진 사람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신승필 씨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팀을 만들었다. 팀의 이름은 그의 이름을 따서 ‘필투브로스(필투브로스 랩 PHIL2BROS Lab)’라고 정했다.

“그래서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영국의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모아서 전문 풋볼 디벨롭먼트 전문 연구팀을 만들었습니다. 스포츠 심리 전문가, 전력분석전문가, 피지컬 코치, 선수에게 필요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줄 수 있는 퍼스널라이즈드 세션 디자이너 거기에 제가 총괄을 하는 팀을 만들어서 곧 활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 팀 멤버들은 웨스트햄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했던 선수 출신, 현재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일하는 전력분석관을 포함해서 전원 모두 축구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입니다. 전문성 있는 축구인들이 모여서 유럽에 나와 있는 유소년, 유망주 선수들이 목표대로 프로로 데뷔를 하고 또 스타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현 한국 축구계 최고의 스타인 손흥민을 관리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신승필 씨는 이미 미래에 대한 많은 꿈과, 또 그의 꿈을 통해 기여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에 품고 있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축구 선수들을 도와주겠다는 목표 외에도 제가 꼭 이루고 싶은 몇가지 꿈이 있어요. 우선은 영국내에서 지내고 있는 이민자들, 그 중에서도 축구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능력 있는 친구들에게 축구 산업 안으로 진출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 그래서 그런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능력이 있어도 영국에서 기회를 잡지 못해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민자 출신 선수들이 영국에서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유럽에서 축구 공부를 하고자 하는 지도자들이 원활하게 영국, 유럽에 나와 연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신승필 씨는 자신의 새로운 도전과 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있어보이고 또 설레어보였다.

단지 그 자신이나 그의 팀을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도 유럽 각지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의 모든 축구 선수들, 아니 축구인들을 위해 그의 꿈이 현실이 되길, 그래서 더 많은 한국의 축구인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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