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③反'난민·무슬림·메르켈'..극우, 어디까지 갈까

김윤정 기자 입력 2017. 9. 2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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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입성 확실시..제1야당 될 수도
"기억의 정치를 뒤집자"..나치 과오 부정
독일을위한대안(AfD) 선거 포스터. "이슬람화 그만"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오는 23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독일 총선에서 눈여겨볼 점 중 하나는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의 약진이다. 반(反)난민, 반 유럽연합(EU)을 주장하는 AfD는 2차대전 이후 의회에 입성하는 첫 극우정당이 될 전망이다. 제3당의 지위를 넘어 제1야당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실시된 다수의 여론 조사 결과 AfD는 8~12%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때 16%까지 오르던 지지율은 한풀 꺾인 상태지만 기독민주당(CDU)과 사회민주당(SPD)에 이어 꾸준히 3위를 유지하고 있다. 5% 이상 득표하면 의회 입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내 3당이 유력한 상황이다.

올 봄에 AfD는 내홍을 겪으면서 당 지지율은 한자리수까지 떨어졌다. '독일에선 극우정당이 살아남기 힘들다', 'AfD는 저항단체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올해 유럽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반난민 정서가 고조된데다 극우정당 특유의 소셜미디어 홍보 전략이 통하면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약진하고 있다.

독일을위한대안(AfD) 선거 포스터에 빨간 스프레이가 뿌려져 있다. 포스터엔 임신한 여성의 사진과 "새로운 독일인? 우리가 스스로 만들자"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 AFP=뉴스1

◇ 우향우 AfD…나치도 부정

AfD는 2013년 창당 당시 극우 정당은 아니었다. 창당 주역인 베른트 루케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EU 탈퇴가 아닌 독일의 유로화 폐기를 주장했다. 하지만 2015년 페트리가 루케를 몰아내고 당권을 장악하면서 AfD는 극우 성향을 띄게 됐다.

이후 반 난민·반 EU가 당의 주요 정책이 됐다. 포퓰리즘 정책에 힘입어 지지율도 꾸준히 상승했다. 페트리가 AfD의 얼굴 역할을 하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항마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때부터다.

하지만 페트리도 오래가지 못했다. 당 내홍으로 페트리가 물러나면서 AfD의 우경화 속도는 빨라졌다. 극우파가 물러나고 '강경 극우파'(far far right)가 득세했기 때문이다.

AfD의 지역당을 장악하며 세력을 키운 비요른 회케 튀링겐 주대표가 대표적인 강경 극우 인사다. 그는 독일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가리켜 "수도 중심부에 수치스런 기념비를 심고 있다"며 "우리는 기억의 정치를 180도 뒤집어야 한다"고 말했다.

AfD의 공동 최고후보도 모두 강경파 인사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최고후보는 이달 초 총선 TV 토론에서 회케를 "AfD의 정신(the soul of the AfD)"이라고 추켜세웠다. 알리체 바이델 공동 최고후보도 현 정부를 두고 "이 돼지들은 2차대전 전승국들의 앞잡이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을위한대안(AfD) 공동 최고후보 알렉산더 가울란트(왼쪽)와 알리체 바이델 포스터가 훼손돼있다. © AFP=뉴스1

◇ 제1야당 지위까지 넘보나

총선 결과가 여론조사 결과와 유사하다면 AfD는 원내 입성 및 제3당 지위가 확실시된다. 극우정당이 독일 의회 의석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칫하면 AfD가 제1야당의 지위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선 연정 구성이 필요한데, 자민당·녹색당과의 연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민당이 유일한 대안인 상황.

만일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이 연정을 구성하면 제1야당은 원내 3당의 차지가 된다. 비록 여대 야소 구조지만, 제1야당의 지위를 얻게 되면 정책 추진력과 목소리의 무게감이 달라진다. 야권을 AfD에 넘기지 않기 위해 독일 정치권이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는 이유다.

극우정당의 득세에 기존 정당들은 연일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기민당의 난민 정책에 대한 반감을 먹이 삼아 세를 불리는 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의 수석보좌관 피터 알트마이어는 19일 "AfD에 투표하려거든 그냥 집에 있으라"고 말했다.

싫든 좋든 극우 정당은 독일 의회로 향하고 있다. 독일 싱크탱크 마샬펀드 연구원 요에르크 포브리그는 "트럼프의 당선과 브렉시트가 예방주사 역할을 했다. 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즘의 득세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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