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①'메르켈 대항마'의 추락..발목잡힌 슐츠

김진 기자,최진모 디자이너 2017. 9. 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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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정의 저주?..슐츠 가린 '메르켈 그림자'
"여론조사 안믿지만"..지지층, 변화 촉구

[편집자주] 23일 독일 총선에선 기독민주·기독사회당(CDUㆍCSU) 연합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이와 맞물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선 연임도 예상된다. 메르켈 총리의 인기 비결과 이번 총선에서 주목해야 할 점을 3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진 기자,최진모 디자이너 = 올 초 '메르켈 대항마'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SPD) 대표가 '섀도 복서'(shadow boxer)로 전락했다.

유럽의회 의장 출신인 슐츠 대표는 한때 메르켈 총리의 12년 집권에 제동을 걸 유일한 인물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함께한 '대연정의 저주'가 끝내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화려한 등장, 지우지 못한 그림자

슐츠 대표의 이름이 독일 정계에 재등장한 건 지난 1월이다. 당시 SPD는 독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정당이란 말이 무색하게도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유럽의회 의장직까지 사퇴하며 자국으로 돌아온 슐츠는 3월 전당대회에서 전대미문의 100% 지지를 받으며 당대표에 올랐다. 그는 메르켈 대표의 맞수로 불리며 총선 판국을 뒤집을 혜성으로 주목 받았다.

기대는 지지율에서도 드러났다. 20% 초반대에 머물던 SPD 지지율은 반등하기 시작했고 슐츠가 당대표 후보로 정식 지명된 2월17일 30%를 넘어섰다. 3월 말 CDU·CSU 연합과 격차는 불과 0.6%포인트(p)로 좁혀졌다. 이른바 '슐츠 효과'였다.

하지만 최근 SPD 지지율은 23%로 추락했다. CDU·CSU 연합과의 차이는 13%p다. 독일 통계업체인 INWT에 따르면 슐츠 대표가 총리가 될 확률은 3월 30%에 육박했으나 현재 1% 미만으로 떨어졌다.

현지 언론은 그에게 새로운 별명을 붙였다. 가상의 상대와 대결하는 '섀도 복서'다. 메르켈 총리의 그림자에 가린 슐츠 대표의 모습을 빗댄 것이다.

◇돕지 못할 망정…발목 잡은 SPD

지난 3일(현지시간) 진행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왼쪽)와 마르틴 슐츠 SPD 대표의 양자 TV토론. © AFP=뉴스1

슐츠 대표의 '예정된 패배'를 두고 20년간의 유럽의회 경력이 독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랫동안 국정을 이끈 메르켈 총리와 달리 독일 국내 문제 대처에 미숙할 것이란 이미지를 심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개인이 아닌 정당에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CDU·CSU와 4년간 대연정을 구성하며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SPD의 한계가 슐츠 대표의 가장 큰 적(敵)이라는 것이다.

야당도, 여당도 아닌 SPD의 모습은 지난 3일 열린 양자 TV토론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난민·북한·테러 등을 주제로 1시간30분간 진행된 토론을 본 1600만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를 '대결'(duel)이 아닌 '듀엣'(duet)으로 묘사했다.

훔볼트대학의 타릭 아부차디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에 "과거에 발생한 좋은 일들이 CDU·CSU 연합에 대한 신뢰가 됐다"고 말했다. RWTH 아헨 공과대학의 에마누엘 리히터 교수는 "예전만큼 보수적이지 않은 CDU를 상대할 사회 민주적 가치를 지닌 정책을 만들 기회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내부의 적'도 찬물을 끼얹었다. SPD 소속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무장관은 총선 이후 대연정 가능성을 말하던 도중 슐츠 대표의 패배를 암시해 논란을 빚었다.

◇"대연정은 난센스"…"제1야당 돼야"

슐츠 대표는 아직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슐츠 대표는 최근 현지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지지율 급락과 관련해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며 "대안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다"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지층도 마찬가지다. SPD 당원인 레나 코치아니(23)는 현지 방송 도이체벨레에 "미국 대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전 여론조사가 얼마나 부정확한지 보라"며 "조사가 24일 결과를 반영한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변화의 필요성에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지자인 레나 폭크먼(18)은 대연정이 SPD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그들은 그들의 정책과 가치를 잃었다"고 말했다. 지지층은 SPD가 세력을 키우고 있는 극우정당을 밀어내고 '진정한 대안'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슐츠 대표 역시 지지층의 바람을 알고 있다. 슐츠 대표는 슈피겔 인터뷰에서 대연정을 '난센스'라 일축하며 "CDU와 우리의 플랫폼에는 대서양만큼 큰 차이가 있다. CDU는 미래 비전이 없는 우파 정당이며, (국정 운영) 힘을 잃는 순간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SPD 지지자가 슐츠 대표의 얼굴이 그려진 배지를 달고 있다. © AFP=뉴스1

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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