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메르켈·소토마요르..세상을 움직이는 여성들

구유나 기자 입력 2017. 9. 2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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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미셸 오바마', '앙겔라 메르켈', '소토마요르, 희망의 자서전'

사람들 앞에서 눈물 흘리던 소심한 동독 출신 의원은 어떻게 12년째 독일을 이끄는 총리가 됐을까.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난 히스패닉계 여성은 어떻게 미국 최고 법조인의 자리에 올랐을까. 미국 전 영부인은 어떻게 남편보다도 높은 호감도를 쌓으며 승승장구했을까.

오늘날 세계 정치 중심에는 여성들이 있다. '철의 여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부터 남편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더불어 부부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의 호감도를 자랑하는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 '인간 승리'의 표본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미국 최초 히스패닉계 연방대법관까지.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이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많은 권한을 가진 권력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치열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이다.

동독 시골 마을에서 자란 메르켈 총리의 어린시절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사회주의 체제를 주입했다. 메르켈은 순응하는 쪽이었지만 매일 2시간씩 엄마와 대화하며 그날 듣고 배운 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사고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었다. 그는 동독 체제도 과학 법칙은 억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장벽 너머의 삶'을 산 메르켈에게 난민 포용 정책은 4연임을 위협할지라도 양보할 수 없는 선택일지 모른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포용적 사랑'에 대한 믿음도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난민 위기가 일어나기 1년 전인 2014년부터 외국인 혐오 시위대에게 소신 발언을 해왔다. 지난 4년간 한결같은 입장을 고수해 온 셈이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의 첫 자서전은 마치 '불행 종합세트'를 보는듯 하다. 그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였던 부모 밑에서 태어나 뉴욕시 저소득층을 위한 공동주택단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일곱 살일 때 소아당뇨로 목숨을 위협받았고, 아홉 살 때는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변화의 계기는 사소했다. TV 드라마 속 법조인의 모습은 어린 소녀가 환상을 갖기에 충분했다. 간호사였던 어머니는 추가 근무를 하며 딸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프린스턴대에 입학했지만 '뉴욕 브롱크스 출신의 히스패닉'이라는 꼬리표가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에게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희망'의 힘이 있었다. 그는 결국 프린스턴대를 최우등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1979년에는 뉴욕 시 검사로 첫 발을 내딛었다. 자서전은 소토마요르가 판사로 임명되기 20년 전 시점에서 마무리된다.

누군가는 미셸 오바마가 '여성 리더' 반열에 오른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영부인이기에 앞서 프린스턴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훌륭한 재원이다. 그는 졸업 후 시카고 유명 로펌에 취업하지만 시청 행정보좌관, 시카고대 지역사회봉사센터 등을 거치며 사회 곳곳에서 활약했다.

미셸 오바마는 순수하고 여성적인 영부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연단에 설 때마다 남편에 대한 지지만을 호소하지 않았다. 대신 남편의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지적하고 아내나 엄마, 영부인이 아닌 독립적인 여성으로서의 삶을 강조하며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자서전도 매사 열정적이고 고집 세던 그가 대통령이 되려는 남편을 만나면서 겪는 고충을 솔직담백하게 그렸다.

"남편이나 아이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에 몰두하는 게 좋아요. 일단 그 맛을 보면 그만두기가 정말 어렵죠. 외출하지 않고 아이들과 집에 머무는 날에는 몸이 아프기 시작해요. 두통이 생길 정도로요."

한 저자는 책에서 "그녀는 위대함이 맡겨졌기 때문에 위대해졌다"고 말한다. 메르켈 총리를 두고 한 말이지만, 모두에게 적용돼도 손색이 없다. 성별이나 출신지 때문에 위대해질 수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미셸 오바마=피터 슬레빈 지음. 천태화 옮김. 학고재 펴냄. 520쪽 /2만원

◇앙겔라 메르켈=매슈 크보트럽 지음. 임지연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452쪽 /1만8000원

◇소토마요르, 희망의 자서전=소니아 소토마요르 지음. 조인영·현낙희 옮김. 사회평론 펴냄. 512쪽 /1만8000원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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