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또 막다른 길 몰린 '카풀앱'

최윤신 기자 2017. 9. 2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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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는 글로벌 교통혁명을 이끄는 공유경제의 대표 사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우버가 안착하지 못한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자가용 유상운송’을 금지하는 법안에 막혀 메인서비스인 우버엑스는 퇴출됐다. 일부 스타트업업체들이 법의 예외조항을 근거로 우버와 유사한 서비스를 전개했지만 사업 확장을 위해 한걸음 나서는 순간 규제에 가로막히는 상황이다.

◆ 예외조항 속 사업확장 한계

“우리나라에서도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가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가 지난 6월 ‘풀러스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풀러스는 우리나라 최초로 ‘라이드 셰어링’(Ride Sharing)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다.

풀러스의 포부는 당찼다. 우주를 대표하는 수요자중심이동솔루션(On Demend Mobility Solution·ODMS)을 제공하겠다는 게 당시 김 대표가 밝힌 목표였다. 허황돼 보이지만 이미 세계를 대표하는 ODMS로 성장한 우버와 경쟁하겠다는 말을 돌려 한 셈이다.

거대한 목표는 최근 규제 앞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최근 풀러스 등 국내 3개 O2O(Online to Offline) 카풀업체에 ‘카풀서비스 관련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 24시간 운영방식이 관련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니 시행을 자제하라고 통보했다.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공문이 사실상 풀러스가 도입을 추진하던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한다.

사실 풀러스 등의 서비스는 지금까지 법의 예외조항 한 문장에 기대 서비스를 제공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금지하면서 예외조항을 통해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허용했다. 카풀앱의 서비스가 사실상 우버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존재할 수 있던 것은 출퇴근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풀러스의 경우 출근시간은 평일 오전 5~11시, 퇴근시간은 오후 5시~다음날 오전 2시까지로 정해 이 시간에만 라이더와 드라이버의 매칭이 이뤄지도록 했다.

하지만 제한적인 시간에만 이용가능한 서비스는 확장에 제약이 있었다. 입소문을 타며 가입자 수가 급증했고 판교에서만 이뤄지던 서비스가 전국으로 확대됐지만 고객으로부터 나오는 수익만으로는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많은 O2O 서비스가 그렇듯 미래가치를 내다본 투자에 의존했는데 지속적인 사업을 위해선 시간의 제약을 떨쳐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이런 카풀업체들의 경영이 쉽지 않다는 것은 최근 ‘티티카카’의 서비스 종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기자간담회 중인 김태호 풀러스 대표. /사진제공=플러스

◆ '출퇴근 벽'못 뛰어넘어 

확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스타트업 환경에서 대표적인 카풀업체인 풀러스가 강구한 방법은 ‘출퇴근 시간 선택제’였다. ‘출퇴근 시간 유연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출퇴근의 개념을 확대하면 시간의 제약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풀러스는 이를 위해 ‘교통문화연구소’를 설립하고 자사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만들기도 했다. 연구소에서 가장 먼저 한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출퇴근문화 연구조사’였다. 풀러스는 이 연구조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근로자 32.5%가 통상적인 출퇴근패턴에서 벗어난 비정형근로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개인에 따라 출퇴근시간이 다르니 자신의 출퇴근시간에 맞춰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다’라는 게 풀러스가 내고 싶은 메시지였다.

하지만 국토부의 시각은 이와 달랐다. 풀러스 등의 법안 해석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것. 협조요청 공문은 사실상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외조항에서 출퇴근 카풀을 인정한 것은 지나치게 집중된 교통량을 조절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카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던 국토부가 처음으로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이번 판단이 업계에 미칠 영향은 클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한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에서 “카풀 제공자와 이용자가 모두 출·퇴근 시간에 출·퇴근 목적으로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대해 알선하는 경우라면 여객법에 저촉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사실관계를 조사한 후에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모호성으로 피해자가 양산되기도 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5월 한 카풀앱업체를 압수수색해 하루 이용횟수가 과도한 운전자 80여명을 여객법 위반혐의로 입건했는데 피의자 대부분이 위법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노원경찰서는 하루 2회 이상 운행하거나 출퇴근 경로가 일정하지 않은 드라이버를 위법으로 간주했다.

이에 카풀업체 한 관계자는 “출근 동선이 겹치기 어렵기 때문에 거점지역으로 이동 후 이와 연계해 목적지까지 다시 한번 매칭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는 고객이 많다”며 “횟수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항변했다.

IT업계에선 국토부가 그동안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지만 카풀업체들이 서비스 제공시간 확장에 나서자 규제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택시업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여긴다. 최근 우버가 ‘우버 셰어’라는 이름으로 풀러스와 유사한 방식의 카풀사업을 국내시장에 도입키로 하면서 운수사업자들의 경계심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카셰어링업계 한 관계자는 “카풀업체들은 자사의 서비스가 택시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고 주장해 운송업계의 우려가 완화되는 상황이었는데 우버의 진입으로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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