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다짐했지만 누구와 어떻게..각론에서 갈등 소지

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입력 2017. 9.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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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추천권, 인사 사전동의 절차, 당청 회동 때 야당 포함 등 다양한 방안 거론
(사진=자료사진)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으로 더불어민주당은 한 고비를 넘겼지만 야당의 협치 줄다리기는 이제부터다. 내년도 예산안과 문재인 정부 입법과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여소야대를 절감한 여당 내부에서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과의 관계 설정을 새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 피말리는 설득전·5단계 표계산에 여당 지도부도 "이렇게는 안돼"

지난 21일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표결을 30여분 앞둔 시각, 국회 본청 246호에 모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야당 의원들을 일대일로 만나 맨투맨 설득 작업을 벌이며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던 원내지도부는 막판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자고 독려하면서 한 가지 제안을 덧붙였다.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수석 등 원내지도부는 "더이상 이렇게는 힘이 들어 두 번은 못할 것 같다"며 야당과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민의당 찬성표가 절실했지만,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때처럼 안철수계 의원들이 막판 변심할 경우 김명수 후보자도 부결될 수 있었던 것.

지도부는 찬성과 반대를 5단계로 나눈 이른바 '야당의원 동향표'를 만들어 표계산에 돌입했다. 또 소속 의원들에게 설득 가능한 야당 의원들 명단을 제출받아 일대일 관리를 지시했다. 원내대표가 의원회관을 돌며 직접 야당 의원들에게 통과를 당부하는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에도 전병헌 정무수석의 설득 작업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야당 대표 회동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제안했다. 청와대는 회동 대신 출국 직전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인준안 통과를 당부하는 전화로 설득 작업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 관계자는 "표결 당일 안철수측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기류가 포착되면서 인준안 상정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었다"며 "막판까지 긴장하며 야당 분위기를 살펴야 했다"고 고충을 전했다.

◇ 여당, 말뿐인 협치에서 '협치 시스템' 모색

이처럼 김명수 인준안을 계기로 여당 내에서도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하는 협치가 아닌, 야당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부터 문재인 정부 개혁법안 등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매번 이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말로만 협치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야당은 "필요할 때만 손을 내민다"며 줄곧 여당의 '태도'를 지적해 왔다.

여소야대를 절감한 여당도 야당과의 관계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은 야당에 도움을 구하고 안 되면 발목잡기라고 비난하면서 높은 국정 지지율을 믿고 갔다면 지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풀어야 하는 게 있구나라는 걸 절감했다"고 털어놨다.

야당 역시 새로운 협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필요한 때만 야당에 매달릴 게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협치를 제도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 구체적인 협치의 방법 놓고 갑론을박, 갈등 소지

협치 필요성에는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어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갈등이 예상된다.

국민의당이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점도 협치의 길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당 대표로서 목소리를 내려는 안 대표와 호남민심을 중시하는 호남 중진들간에 이견이 노정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두 당이 앞으로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논의에서 협력화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선거구제 개편은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여야의 완전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 부분이어서 협치의 고리로써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우선은 핵심 요직 인사때 국민의당에 사전 동의를 구하거나 일부 인사 추천권을 주는 방안, 예산안 심사 때 국민의당 의원 지역구를 특별히 고려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자칫 나눠먹기, 물밑거래 같은 구태로 보여질 수 있어서 두 당 내부에서 잡음이 일 수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정책 설명회와 당정 회의 참여 등 낮은 수준의 협치를 통해 신뢰를 먼저 쌓자는 협치 밑그림이 제시되고 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당청 회동에 국민의당 등 야당 의원들을 초대하거나 정책 법안 설명회 때 여당의원 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도 포함시키는 등 협치 틀을 갖춰나간다면 선거 연대 등 더 높은 협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tooderigi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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