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6%.. 삼성전자·하이닉스 비중만 커진 한국경제

박건형 기자 2017. 9. 2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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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두 회사 시가총액 사상 최고치, 반도체 의존증에 경계 목소리
반도체 수퍼 호황, 시총 404조원.. D램 72%, 낸드플래시 48% 점유
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 끝내면 글로벌 시장 지배력 더 커질 듯
"2019년이후 호황 지속 미지수.. 시장 이끌 다른 업종 안 보여"

반도체 수퍼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404조3820억원)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두 회사의 시총은 2015년 말 전체 유가증권 거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였지만 2년도 채 안 돼 9%포인트가 껑충 뛰면서 26%까지 올랐다.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두 회사가 역대 최고 실적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내년에도 반도체 호황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어 두 회사의 질주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반도체 호황이 다른 산업 분야의 부진을 가리는 반도체 착시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고공 행진

22일 증시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대한민국 반도체의 힘을 보여줬다. 이날 북한의 '수소탄 실험' 발언 영향으로 종합주가지수가 2400선 아래로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삼성전자는 오전 한때 268만원까지 치솟아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다소 주가가 하락해 전날보다 0.38% 오른 265만원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SK하이닉스도 오전 한때 사상 최고가인 8만4300원에 도달해 6거래일 연속 장중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종가는 전날과 같은 8만3100원에 마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CIMB 한국지점 이기운 전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들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비슷한 기업들이 받는 평가에 비하면 오히려 저평가돼 있다"며 "만약 미국 증시에 상장된다면 지금보다 2배 가까이 주가가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1조원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4조원 내외, 4분기에는 최대 4조5000억원가량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두 회사의 올해 반도체 매출은 100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은 4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호황 타고 날아오른 코리아 반도체

'코리아 반도체 파워'는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수퍼 호황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저장 용량이 비약적으로 커지는 데다 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 시장까지 열리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783억달러(약 89조원) 규모였던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올해 1117억달러(약 126조8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대만 시장 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이날 "내년 D램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올해보다 20.6% 증가하지만 공급은 19.6% 증가에 그치면서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 조사 업체 IC인사이츠는 "2021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연평균 7.3%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시장에서 양강 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다. D램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기준 시장점유율 45.1%, SK하이닉스는 26.8%이다. 두 회사가 전 세계 D램 시장의 4분의 3을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37.3%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0.6%로 5위에 머물러 있지만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등과 연합해 2위 업체인 일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투자와 기술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연간 총 20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와 기술 개발로 경쟁 업체들이 따라올 만하면 더 좋은 반도체를 더 싼 가격에 출시해 따돌린다"면서 "자금력이 막강한 중국 기업들도 쉽게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의존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같은 IT·반도체 업종은 특히 트렌드가 빨리 변하고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불황이 닥치면 우리 증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도체 업체들이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2019년 이후에는 현재와 같은 수퍼 호황이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반도체의 뒤를 이을 뚜렷한 업종이 없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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