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해마다 더 큰 '초대형 괴물' 키운다

최인준 기자 입력 2017. 9. 23. 03:06 수정 2017. 9. 2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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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0.5도 상승이 허리케인 위력 2배 키워
"美 해안·육지 강타한 초강력 하비·어마도 피해 30%가 온난화 탓"

허리케인 하비(Harvey)가 지난달 말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지역을 강타한 데 이어 이달 초엔 어마(Irma)가 플로리다주 해안을 휩쓸었다. 하비는 육지로 상륙하면서 4등급(풍속 시속 210~249㎞)으로 격상돼 큰비를 퍼부었고, 일주일 뒤에 상륙한 어마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5등급(시속 250㎞ 이상)의 초강력 허리케인이었다. 현지 전문가들은 하비와 어마가 미국을 강타하면서 경제적 피해가 3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허리케인은 북대서양·카리브해·멕시코만 등에서 연평균 10건씩 발생한다. 올해 대서양에서 발생했거나 예보된 허리케인은 총 7건으로 평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최고 위력인 5등급을 찍은 초대형 허리케인이 벌써 3번째여서 과학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비와 어마의 경우 육지에 상륙할 때까지 계속해서 세력이 커졌다. 보통 허리케인은 대양에서 가장 세력이 강하다가 육지에 접근하면서 세력이 약화된다. 예전보다 훨씬 강하면서 위력이 오래가는 태풍이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 이토록 강한 허리케인이 자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온난화가 허리케인 위력 키워

허리케인은 따뜻한 바다에서 증발한 바닷물이 구름이 되고 이들이 쌓이면서 발생한다. 따뜻한 상승 기류를 타고 최대 1만m가 넘는 높이의 구름이 만들어지는데 어느 순간 수증기가 서로 응집해 물방울로 바뀌고 이 과정에서 열이 나온다. 물이 수증기가 되려면 열을 가해야 하지만, 수증기가 물이 되면 반대로 열이 밖으로 나온다. 이 열로 공기가 팽창하면서 구름의 윗부분으로 빠져나가고 밑으로 다시 공기가 유입된다. 이로 인해 허리케인 전체에 강한 회전력이 생긴다. 여기에 지구의 자전속도가 더해져 공기 기둥은 고속으로 돌면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미국 기후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하비와 어마와 같은 초강력 허리케인을 키운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허리케인 발생 과정에는 '따뜻한 공기'와 '충분한 수분'이 중요하다. 지구온난화로 멕시코만 바닷물의 온도가 예년에 비해 올라가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수분이 증발했다.

일반적으로 바닷물의 표면 온도가 1도 올라가면 대기 중 습도는 약 7% 증가한다. 허리케인은 늘어난 수분을 흡수하면서 세력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미 국립대기과학연구소(NCAR)의 케빈 트렌버스 선임연구원은 "따뜻하고 많은 양의 수분이 허리케인의 연료(fuel)로 작용해 위력을 한층 배가시켰다"며 "이번 폭우 피해의 30%는 지구온난화 탓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가 허리케인의 강도를 키웠다는 주장은 여러 연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이달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허리케인 하비가 접근할 당시 멕시코만의 해수 온도는 평년보다 섭씨 1도 정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항공우주국(NASA)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하비가 기존 허리케인 평균 위력에 비해 30% 이상 더 강한 폭풍과 강수량을 동반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 MIT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가 지난 30년 사이 섭씨 0.5도 상승해 폭풍의 위력이 2배로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허리케인 없애는 실험도 시도

과학자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허리케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에 나서고 있다. NOAA는 1960년대부터 '스톰퓨리(STORMFURY)'라는 이름으로 허리케인을 인위적으로 없애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항공기를 이용해 허리케인의 눈에 미세한 요오드화은 입자를 뿌리는 방법으로 일시적으로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요오드화은은 수분이 달라붙어 얼음결정을 만드는 빙정핵이 된다. 요오드화은을 허리케인의 눈 주변에 떨어뜨리면 주위에 새로운 구름 띠가 만들어진다. 새로운 구름은 강우의 패턴을 바꾸고, 허리케인의 중심인 눈의 형태까지 달라졌다. 결국 허리케인의 회전력이 낮아지고 세기가 약해졌다. 1969년 허리케인 데비(Debbie)에 나흘에 걸쳐 여러 대의 항공기로 요오드화은 입자를 뿌리자 그 위력이 30%까지 약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1983년 중단됐다. 이후 실험에서 비용에 비해 효과가 낮고, 비행기로 허리케인에 접근하는 일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허리케인의 시발점인 눈(eye)을 없애는 방법이 집중적으로 연구됐다. 5년 전에는 허리케인이 상륙할 지역의 해수면에 기름 막을 입혀 허리케인의 에너지가 되는 수증기 유입을 차단하는 방안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허리케인이 다가올수록 파도가 최대 5~10m로 높아져 기름 막이 흩어졌다. 아직은 인간의 노력이 허리케인의 위력 앞에서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이다.

대형 폭풍의 무서움은 바다 건너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8~9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을 찾아오는 태풍도 해마다 위력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 남부를 강타해 200명의 사상자를 낸 태풍 '하토'와 남아시아 지역 집중호우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다 온도 상승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상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이번 세기 말에는 한반도로 오는 태풍이 지금보다 두 배로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도 태풍에 맞설 연구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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