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소용돌이에.. 또 단두대 오른 신태용

주형식 기자 입력 2017. 9. 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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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내달 7일 러시아·10일 튀니지 상대 유럽 원정 평가전]
국내 팬들 사이 히딩크 대망론에 가벼운 평가전이 큰 부담 돼버려
신태용 감독, 접촉 끊고 두문불출
국내파는 없고 해외파 삐걱대자 신예 백승호·이승우에도 관심
축구협 "승패에 큰 의미 안둬"
히딩크 전 감독이 “어떤 형태든 한국 축구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 것이 팬들 사이에서 감독직에 대한 의지로 해석되면서 신태용 감독은 평가전을 ‘단두대 매치’처럼 치를 처지가 됐다. /연합뉴스

신태용(47) 축구 대표팀 감독은 최근 지인들로부터 '얼굴이 반쪽 됐다'는 얘기를 듣는다. 스스로 '난 놈'이라 부를 만큼 시원시원한 성격이지만, 요즘엔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다. 평가전 걱정 때문이다.

그가 이끄는 대표팀은 내달 7일 러시아(모스크바), 10일 튀니지(장소 미정)를 상대로 유럽 원정 평가전을 치른다. 보통 월드컵 본선을 9개월 남기고 열리는 평가전이라면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는 등 큰 부담 없이 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신 감독 상황은 월드컵 본선행을 놓고 맞붙은 지난 우즈베키스탄전만큼 절박하다. 단두대에서 겨우 내려왔더니 또 다른 단두대가 기다리는 셈이다.

'히딩크 소용돌이'에 휘말린 신태용은 요즘 외부 접촉도 끊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많은 팬이 흥분하며 "당장 히딩크를 한국팀 감독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팬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히딩크 대표팀 감독 선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다.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 신 감독은 "정말 어렵게 한국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았는데 허탈하다. 팬들을 납득시키려면 내가 더 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전 결과가 그만큼 중요하다.

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 이번 유럽 평가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은 한국 프로축구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K리거들을 배제하고 해외파로만 엔트리를 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막상 뽑으려고 하니 팀을 이끌어야 할 유럽파 선수들의 상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은 허벅지 부상으로 3경기 연속 결장했고,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올 시즌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토트넘)과 이청용(크리스털팰리스)도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그나마 기성용의 부상 회복 소식이 반갑다. 폴 클레멘트 스완지시티 감독은 21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기성용의 복귀를 알렸다. 그는 30일 23세 이하 팀 경기에 출전해 컨디션을 점검한다. 기성용 없이 월드컵 최종 예선 마지막 두 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패스에 큰 문제를 드러냈다.

다급한 신 감독이 A매치 경험이 전혀 없는 신예들에게 눈길을 돌릴지도 관심을 끈다. U―20 월드컵에서 신태용 감독과 함께한 백승호(20·지로나), 이진현(20·빈), 이승우(19·베로나)가 그들이다. 백승호는 2군 팀의 선발 멤버로 4경기 연속 그라운드를 밟았고, 이진현은 최근 오스트리아 리그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반면 이승우는 세리에A 데뷔전을 아직 치르지 못했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인 만큼 이번 유럽 원정 평가전 승패엔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협회로서는 평가전 결과에 따라 '히딩크 대망론'이 터져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축구협회는 26일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어 히딩크가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토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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