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여성으로 밝혀진 10세기 바이킹 전사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17. 9. 23.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if 사이언스 샷] 신화 속 여전사 모습 그대로
1889년 발굴된 유골 DNA 검사 후 성별 확인
치아 속 방사성 물질로 이주·사망 시기도 밝혀

바이킹족 여전사가 장검과 도끼·창·활에 방패까지 갖추고 두 마리 군마(軍馬)를 거느렸다.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신화 속 여전사 발키리(Valkyrie)의 모습 그대로이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헬리콥터 부대가 베트남의 한 마을을 공습하는 장면에 나온 음악이 바로 '발키리의 기행(騎行)'이다.

1889년 발굴 당시 바이킹 전사의 무덤 내부를 그린 그림(왼쪽)과 이번에 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그린 무덤 내부 상상도(오른쪽). 여성 전사가 칼과 도끼, 군마(軍馬)들과 같이 매장된 모습이다.

/스웨덴 웁살라대">스웨덴 웁살라대의 고고학자인 샤를로트 헤덴스티에르나-욘슨 교수는 지난 8일 국제 학술지 '미국 물리 인류학 저널'에 "19세기 말 발굴된 바이킹족 전사의 유골이 DNA 검사에서 여성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1889년 스웨덴 비르카에서 1100여기의 무덤이 발굴됐다. 이곳은 700~1000년 스칸디나비아반도의 교역 중심지였다. 그중 'BJ581'로 이름 붙인 한 무덤이 학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발굴 당시 무덤 내부를 그린 그림을 보면 유골 주변에 각종 무기가 널려 있고 발 아래는 말 두 마리의 유골이 있다. 당시 학자들은 10세기 바이킹족 군대 지휘관의 무덤이 발굴됐다고 흥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무덤 속 주인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2013년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진은 유골의 골반 구조나 뼈 크기로 보아 여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DNA 검사를 통해 무덤의 주인이 여성임을 최종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연구진은 치아에 있는 방사성 물질 스트론튬을 분석해 무덤 속 여성이 10대일 때 이곳으로 와서 살다가 최소한 30세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스트론튬은 자연에서 물과 음식을 통해 인체에 축적된다. 따라서 지역마다 스트론튬의 방사능이 다르다. 연구진은 여러 지역에서 발굴된 바이킹 유골과 BJ581 유골의 스트론튬을 비교했다.

일부에서는 여전사가 아니라 전사의 가족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사라면 뼈에서 오랜 전투나 훈련의 흔적이 나와야 한다는 것. 하지만 웁살라대 연구진은 "무기들을 보고 전사의 무덤이 확실하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여성으로 밝혀지자 다른 소리를 한다"고 비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