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돕는 전 세계 금융기관 제재 .. 무기개발 돈줄 끊는다

정효식 입력 2017. 9. 23. 01:20 수정 2017. 9. 2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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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컨더리 보이콧' 전면 시행
광물·어업 등 모든 산업 패키지 제재
북 방문 선박·항공기 미 입국 제한
오바마 때 쓴 '이란 제재법'이 모델
이란, 원유자금 끊겨 5년 뒤 핵포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3개국 정상과 참모들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팰리스호텔에서 한자리에 모여 북한 도발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남관표 안보실 2차장, 한 명 건너 미국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트럼프 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 세 명 건너 일본 고노 다로 외무상, 아베 총리. [김상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기업·은행에 대해 미국과 금융 거래 등을 봉쇄하는 내용의 대북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전면 시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컨더리 보이콧’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3자 오찬 정상회의장에서 나왔다. 그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방금 북한과 무역 거래를 하거나 금융을 지원한 개인·회사·금융기관 등 제재 대상을 크게 확대하는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북한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 개발의 자금원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제재는 주로 중·러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미 정부가 내놓은 것 중 가장 강력한 대북 독자 제재로 평가된다. AP통신 등은 “특히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가능하게 해 북으로 유입되는 외화를 강력히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며 “이틀 전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고강도 군사 옵션을 언급한 트럼프가 이번엔 경제 측면에서 북한의 목줄을 죄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백악관이 트럼프의 발표 직후 공개한 ‘대북 추가 제재 행정명령’은 북한의 대외 무역업체는 물론 이를 지원하는 국제 금융 네트워크를 직접 표적으로 삼고 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에게는 북한의 거래를 돕는 전 세계 금융기관을 지정해 제재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됐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협의해 북한 에너지·건설·교통·금융·정보통신·어업·광물·섬유 등 전 산업체, 상품·서비스·기술 수출·수입업체, 무역 관련 금융 및 기술적 편의를 제공한 제3국 개인·기업·은행 어느 곳이든 제재 대상을 지정할 권한을 갖는다. 또 북한의 공항·항구·육상 출입국과 관련된 개인·기업에 대한 제재 권한도 있다.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북한과 거래 등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기업들의 미국 내 외국은행 계좌 동결 ▶북한 무역 등에 편의를 제공한 외국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내 계좌 개설 등 금융거래 금지 및 자산 동결 ▶북한에 입국한 외국 선박·항공기의 180일 이내 미국 입항·착륙 금지 ▶북한의 거래에 관련된 개인들의 입국 금지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범죄를 저지르는 불량 정권(북한)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기관들을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 가능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못할 게 뭐 있느냐”며 협상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도 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북한 해외 거래의 90%를 차지하는 중국 은행들이 결제자금 통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세컨더리 제재의 주 표적은 중국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중국의 대형 은행들, 심지어 국영은행들이 여전히 북한과 거래하고 있다”며 자산 3조4700억 달러(약 3925조원)인 세계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을 포함해 12개 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리라고 재무부에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컨더리 보이콧의 모델은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국제 외환결제 은행들에 대한 원유 대금을 동결한 ‘이란 제재법’이라고 분석했다. 원유 수출자금 유입이 막힌 이란은 결국 세컨더리 보이콧 5년 만에 2015년 7월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제재 해제를 선택한 ‘핵 합의’를 체결했다.

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은 “이번 새로운 제재는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제재 때 취했던 경로와 비슷한 방식”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결합한 제재 효과는 이미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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