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추선희 "죽전휴게소서 200만~300만원씩 10번쯤 국정원 돈 받았다"

박사라 2017. 9. 23.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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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기업가라며 돕고 싶다고 해
뒤에 알고보니 민병주 심리전단장"
검찰 "시위 때마다 수수, 금액 더 커
피켓 등도 국정원 돈으로 만들어"

“2010~2011년 (경부고속도로) 죽전 휴게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40대 남성을 10회가량 만나 한 번에 200만~300만원씩 후원금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진재선)에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21일 소환돼 조사를 받은 추선희(58)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국가정보원의 자금 지원을 받은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22일에도 검찰에 소환된 추 총장은 문제의 남성이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 활동 총책임자인 민병주(구속·59) 전 단장이었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추 총장은 나중에 해당 남성이 민 전 단장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만난 시점 등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민 전 단장을 불러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 총장은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각종 집회를 주도한 혐의(국정원법 위반)를 받고 있다.

추 총장은 지난 20일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당시에는 돈을 건넨 사람이 국정원 직원인지 몰랐다. 댓글 공작에 참여해 달라는 주문 등은 없었고 어른들(어버이연합 회원들)을 돕고 싶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남성이 ‘지방에서 중소기업을 하는데 서울 어디에 바이어를 만나러 간다. 중간쯤인 죽전휴게소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죽전휴게소와 서울 내곡동 국정원은 직선거리로 15㎞ 정도 떨어져 있다. 추 총장은 이날 오후 7시쯤 조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민 전 단장의 사진을 나중에 보고 깜짝 놀랐다”며 남성의 정체를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추 총장은 어버이연합이 국정원 댓글 공작에 참여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어버이연합 회원은 나이가 대부분 70~80대여서 컴퓨터를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댓글부대의 핵심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추 총장이 민 전 단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총액이 그가 주장하는 ‘3000만원 안팎’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달이 받은 지원금 말고도 시위를 개최할 때마다 추가로 돈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현수막·피켓 등도 국정원 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 총장은 “받은 돈은 회장에게 보고를 했고 어버이연합 운영비로 사용했다. 집회 개최와 관련해 강모라고 소개하는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이런저런 제안을 받은 적은 있지만 거절했다. 어버이연합은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움직인 순수민간단체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전달한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검찰의 수사는 ‘윗선’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수감 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자금 지원 등을 알고 있었는지, 그 내용이 청와대에 보고됐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날 2009~2012년 국정원 사이버외곽팀을 관리하며 불법 선거운동 등을 벌인 혐의(국정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등으로 심리전단 과장급 중간간부 장모·황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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