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정담] ◎·○·△·▽·X로 성향 분류 .. 야당의원 직접 만나 "한표 줍쇼"

김형구.김록환 2017. 9. 2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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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피말린 '김명수 살리기' 작전
김이수 표결 땐 ◎·○·△·X로 분류
이번엔 성향 정확도 높이려 ▽ 추가
각자 친분있는 야당 의원 적어내고
지연·학연·상임위 인연 동원 설득
표결 하루 전 자체 점검 때 찬성 158
우원식 초록넥타이는 김근태 유품
"아침에 '형 도와줘' 말 절로 나와"
추미애 대표(오른쪽 넷째)와 우원식 원내대표(왼쪽 넷째)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동의안이 통과된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1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의 국회 표결 당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본회의를 주재한 정세균 국회의장, 국회에 대기했던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모두 국민의당의 상징색인 초록색 넥타이를 맸다. 공교롭게 문재인 대통령도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평창의 밤’ 행사에 초록색 넥타이 차림으로 나타났다.

우 원내대표는 가결 뒤 원내부대표단과의 ‘번개’ 뒤풀이에서 “넥타이는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유품으로 받은 것”이라며 “아침에 넥타이를 매는데 기도하듯 ‘(근태)형, 좀 도와줘’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 전했다. 우 원내대표는 20일 8시간 동안 국민의당 의원사무실을 돌며 20여 명의 의원을 직접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국민의당 의원들이 웃으며 "선거운동 나온 사람 같다, 고생이 많다”고 인사해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명수 구하기’에 나선 민주당의 표결 전략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표결 2주 전부터 소속 의원들에게 ‘친분 있는 야당 의원들 명단을 모두 적어내게 하고 이를 취합해 오라’고 했다. 출신지나 학맥뿐 아니라 상임위 인연까지 동원해 야당 의원 설득에 나서게 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친분 있는 국민의당 의원 4명을 만나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한 푼(표) 줍쇼’ 하고 지지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적중한 민주당의 5단계 분류표=일요일이던 지난 17일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부대표단 회의를 소집해 표 점검을 했다. 부결로 끝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표결 때 “표 계산을 잘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원내지도부는 당시보다 더 치밀하게 대응했다.

야당 의원 성향을 ‘◎(찬성 확실), ○(찬성할 듯), △(유동적), ▽(반대에 가까운 불투명), X(반대 확실)’ 등 다섯 가지로 나눠 표시했다. 당 관계자는 “김이수 후보자 표결 때만 해도 ‘◎, ○, △, X’ 네 가지로 나눴는데 이번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 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해 김이수 후보자 때 동그라미 하나였던 사람은 이번엔 삼각형, 삼각형이었던 사람은 역삼각형으로 하나씩 뒤로 밀어서 분류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 D-5일(17일)까지 통과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터닝포인트 된 추 대표의 ‘유감 표명’=분위기가 반전하기 시작한 건 18일 추미애 대표가 김이수 후보자 부결 직후 국민의당에 투하한 ‘뗑깡’이란 표현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하면서였다. 추 대표의 유감 표명 이후 우 원내대표 등은 19일부터 다시 한번 야당 의원에 대한 맨투맨 설득작업을 독려했다. 전화 통화보다 직접 만나 눈을 맞추고 대화하면서 쓴소리도 경청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D-1일인 20일, 민주당은 심야 회의를 소집해 표 점검을 했다. 자체 분석 결과, 청와대 정무라인과 김 후보자 측이 파악한 분석 결과, 언론의 분석 기사 등 네 가지 데이터를 비교해 판단했다. ‘조심스럽게 통과를 기대할 만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당 찬성표를 최소 21표, 최대 26표의 중간인 23표로 잡은 뒤 정의당·새민중정당의 찬성표, 그리고 보수 야당 내 이탈표까지 합쳐 158표(민주당 121, 국민의당 23, 정의당 6, 새민중정당 2, 보수야당 5, 무소속 1) 이상의 찬성표를 예상했다”고 말했다. 실제 표결 결과(찬성 160표, 반대 134표, 기권 1표, 무효 3표)는 예상치에 근접했다.

◆앞머리면 ‘OK’, 뒷목이면 ‘NO’=민주당의 작전은 본회의 투표함 뚜껑이 열린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다. 개표 과정을 지켜보는 민주당 측 감표(監票)위원이 앞이마를 만지며 머리를 뒤쪽으로 쓸어 넘기면 ‘가결’, 뒷목을 잡으면 ‘부결’ 신호로 정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단 1분이라도 결과를 먼저 알고 싶어 사인을 맞췄다. 그만큼 절박했다”고 말했다.

본회의 표결에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있었던 주요 고소·고발 사건을 서로 취하하기로 했다.

또한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 회동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측은 “보여주기식 회동에는 응하지 않겠다”며 불참 의사를 밝혀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대표와 원내대표만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구·김록환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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