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갈등 고조]이에는 이..김정은, 트럼프 향해 "겁먹은 개·불망나니" 조롱

김재중 기자 2017. 9. 2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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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전례 없는 개인 명의 성명…‘미국과 맞짱’ 선전효과 극대화 노려
ㆍ전문가들은 “김, 북·미 직접 담판 강조”…우발적 충돌 우려 커져

마주 선 남북 초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직접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를 천명한 22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의 마주 선 남북한 초소 사이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2일 전례 없는 개인 명의의 성명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말폭탄’에 반발해 ‘김정은식 말폭탄’으로 대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위협에 맞서 그가 직접 나서는 것으로 선전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위협으로 가득찬 성명으로 ‘초강경 대응 조치’를 다짐하면서 고강도 무력 도발이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이례적인 ‘김정은의 성명’

북한에 대한 ‘완전한 파괴’를 위협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은 예상됐다. 그러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성명’이라는 형식은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 최고지도자 명의 성명은 처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이례적인 형식으로 주목도를 높인 것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과 맞서는 지도자로 과시하려는 선전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맞대응할 수 있는 군사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담판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실망감을 먼저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발언은 고사하고 우리 국가의 ‘완전 파괴’라는 역대 그 어느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댔다”고 비난했다. 이어 ‘겁먹은 개’, ‘정치문외한’, ‘불망나니’, ‘깡패’, ‘늙다리’ 등 조롱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한 것에 대한 대응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 집권자의 발언은 나를 놀래우거나 멈춰세운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으며 끝까지 가야 할 길임을 확증해주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도발 등 사태 악화의 원인을 미국에 떠넘기는 전형적인 논리전개 방식을 동원한 것이다.

■ ‘초강경 대응 조치’는 무엇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는 언급이다. ‘대응 조치’를 김 위원장이 성명을 직접 낭독하며 다짐한 이상 어떤 식으로든 북한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초강경 대응 조치’에 대해 김 위원장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태평양상에서의 수소탄 시험’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리 외무상 발언이 도발의 최대치를 언급한 것이지 실제 감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북한의 선택 카드는 다양하다. 예고해 놓은 ‘화성-12형’을 동원한 괌 포위사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실거리 발사, 베일에 싸인 ‘화성-13형’ 또는 ‘북극성-3형’ 발사, 기폭장치만 장착한 핵탄두를 실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이 거론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과 북한이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에스컬레이트가 되면서 우발적이고 돌발적인 사태로 번질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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