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합의체 활성화 성과..'사법개혁 저지 논란' 오점

박광연 기자 2017. 9. 2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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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퇴임 양승태 대법원장의 ‘명암’

대법원 떠나는 양승태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기 전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양승태 대법원장(69)이 22일 퇴임식을 갖고 15대 대법원장 임기를 마무리했다. 양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하며 정치세력의 부당한 영향력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원합의체를 활성화하는 등 대법원 재판을 정상화하려는 시도는 양 대법원장의 성과로 평가된다. 반면 대법원이 보수화되고, 그로 인해 일부 판결들이 논란이 됐다. 법관의 관료화가 심화되고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이 불거진 점도 지적을 받는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재판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면 도를 넘는 비난과 폭력에 가까운 집단적인 공격이 빈발하고 있다”며 “이는 재판의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뤄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질 것”이라며 “법관은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재판의 독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년의 임기에는 양 대법원장의 ‘명과 암’이 공존한다. 양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재판이 116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이 모여 사회적으로 주요한 사안을 심리한다. 대법원에 올라온 대부분의 사건이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심리되는 상황에서 전원합의체 활성화는 대법원 판결에 깊이를 더하는 시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생법관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됐다는 평가도 있다. 평생법관제는 법원장을 거친 고위 법관이 일선 재판부로 복귀해 65세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평생법관제가 정착하면서 승진하지 못하면 법복을 벗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고 판사들의 의식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2013년 대법원 공개변론의 생중계를 도입한 것도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시도였다”는 법원 안팎의 평가가 있다. 이러한 기조 아래 지난 7월에는 주요 사건의 1·2심 선고를 생중계할 수 있도록 대법원 규칙이 개정됐다.

반면 양 대법원장이 제청한 13명의 대법관 중 상당수가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법관’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대법관마다 성향이 다르다고도 볼 수 있지만, 출신 등만 놓고 봤을 때 대법관 다양화가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양승태 대법원’이 내놓은 일부 판결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핵심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인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해 당시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2013년 통상임금 사건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판례를 만들어 기업 편을 들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관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대법원이 추진해 오던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인사의 이원화가 양 대법원장 시절 사실상 중단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임기 말 불거진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 법원행정처의 사법개혁 저지 논란은 양 대법원장의 오점으로 남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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