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월급 높을수록 '최저임금 1만원' 반대도 많을까요 [더(The)친절한 기자들]

최우성 입력 2017. 9. 22. 20:46 수정 2022. 8. 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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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비정규직 노동조합원들과 이들에 연대하는 정규직 노동자

한국노동연구원이 ‘2017년 노사관계 국민의식 조사’라는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아졌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죠. 보수언론이 덧씌운 ‘귀족노조’ 프레임에서 국민은 이미 벗어났는데 정작 나는 여전히 갇혀 있었구나, 노동 담당 기자로서 부끄러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회정책팀의 정은주 기자입니다.

노동연구원은 1989년, 2007년, 2010년, 그리고 올해 한 달간 노사관계에 대한 국민의식을 일대일 대면 조사 방식으로 살펴봤습니다. 응답자는 남녀, 임금노동자·자영업자, 노조 조합원 비율, 정치적 성향 등을 고려해 다양하게 선정했습니다. 결론은 노조에 대한 인식이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의 여운이 남았던 1989년만큼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촛불혁명’ 과정에서 노조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반영된 결과이지요. 문재인 정부가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을 내세우며 다양한 노동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겠지요.

이번 조사에선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지지도도 평가했습니다. ‘청년 고용 확대 및 보호’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기업·고소득자 증세’, ‘경제 사회적 불평등 완화’, ‘공정한 노사관계 형성 지원’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다소 의외의 결과가 있다면 현 정부의 13개 노동정책 가운데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최저임금 1만원’은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주장했던 공약입니다. 실현 시기만 2020년과 2022년으로 조금 달랐을 뿐입니다. 2020년을 약속했던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6470원에서 내년 7530원으로 16.4% 올렸습니다. 다음 2년 동안의 인상률도 15% 수준으로 유지하면 2020년에는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할 수 있는데요. 그럼 누가, 왜 이 정책을 반대하는 걸까요?

노동연구원에서 상세한 분석자료를 받아봤더니, 최저임금 1만원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5%, ‘반대한다’는 응답은 18.5%로 나타났습니다. 26.5%는 ‘반대도 찬성도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월급이 적을수록 찬성 비율이, 월급이 많을수록 반대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150만원 이하에선 찬성 63.1%, 반대 12.8%, 150만~300만원에선 찬성 55.2%, 반대 14.5%, 300만~500만원에선 찬성 53.1%, 반대 22.8%, 500만원 이상에선 찬성 45.9%, 반대 29.7%로 조사됐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150만원 이하에서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이야 당연해 보인다지만, 월급이 많아질수록 ‘최저임금 1만원’에 반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선뜻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최저임금이 올랐을 때 영향을 받는 사업장의 80%가 30인 미만 영세·중소사업체인데, 왜 고소득자가 최저임금 1만원에 저항하는 걸까요?

이 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은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자영업자는 어떨까요? 예상처럼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종업원이 있는 고용주는 35.5%가 반대했고, 29%가 찬성했습니다. 60.2%가 찬성하고 13.7%가 반대한 임금노동자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입니다. 자영업자들의 반대 때문에 최저임금 1만원이 노동정책 지지도에서 ‘꼴찌’를 한 셈이지요. 올해 최저임금을 16.4% 올리면서 자영업자에게 초과 인상분을 직접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나 봅니다.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분위기도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방향은 분명하지만 내년 이후 속도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 출신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020년까지 3년 내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으로 인상하는 정책의 속도가 완화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론에 따라 정책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대책에 따라 여론도 바뀔 수도 있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은 어떤 길을 선택할까요?

정은주 사회에디터석 사회정책팀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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