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눈으로 만나는 '음유 시인' 밥 딜런..노랫말이 살아 움직이는 듯

김유진 기자 2017. 9. 2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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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포에버 영/불어오는 바람 속에/그 이름 누가 다 지어줬을까
ㆍ밥 딜런 글 | 폴 로저스·존 J 무스·짐 아노스키 그림
ㆍ엄혜숙·황유원 옮김 | 바우솔·문학동네 | 1만2000원·1만2800원

노벨문학상의 계절이 다가왔다. 지난해 수상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가수 밥 딜런이었다. ‘음유 시인’이라는 수식어만큼이나 그의 노래 가사들은 하나같이 아름답다. 밥 딜런의 노랫말에 색감이 살아있는 그림을 그려넣어 읽는 즐거움을 배가한 어린이책 세 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네가 별에 이르는 사다리를 놓고 모든 꿈에 올라타기를, 네가 늘 영원히 젊게, 어린 모습 그대로, 꿈꾸며 살아가기를. 네가 올바르게 자라기를, 네가 참되게 자라기를, 네가 늘 진리를 알고 너를 둘러싼 빛을 보기를.”

1974년 밥 딜런이 아들 제시가 태어났을 때 만든 노래 ‘포에버 영’의 가사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아이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이와 눈을 맞추며 한 글자 한 글자 읽어주면 시적인 노랫말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다.

<포에버 영>에서 폴 로저스가 그린 그림은 가사에 그대로 대응하지는 않지만, 대신 밥 딜런의 인생사를 보여준다. 어린 소년이 전설적인 포크 음악 클럽 ‘거즈 포크 시티’ 앞에서 노래하던 가수에게 기타를 건네받는다. 소년은 부모의 응원 속에 기타를 연습하고 노래하며 청년으로 성장한다. 기타와 노래는 줄곧 소년의 동반자로 옆을 지킨다. 청년은 환경을 지키는 데 앞장서고 ‘전쟁을 멈춰요!’라는 푯말을 들고 사람들과 행진한다. 모두 14편의 그림에는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나 워싱턴 스퀘어 공원처럼 밥 딜런에게 특별했던 장소, 세계인이 애창하는 밥 딜런의 대표곡 등이 숨어 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1960년대 미국 반전·민권 운동가들이 널리 부른 노래에서 제목을 따왔다. “그 대답은, 나의 친구여, 바람 속에 불어오고 있지/ 대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네”라는 후렴구는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존 J 무스는 서정적인 수채화로 노랫말을 살려낸다. ‘대답’을 시각화하기 위해 모든 장면에 종이비행기를 등장시키는 참신한 발상을 했다. 빨간색 풍선, 공, 꽃을 든 아이들은 숲길, 녹슨 대포 옆, 빙하가 녹아내린 물가 등에서 종이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 이름 누가 다 지어 줬을까>는 곰, 소, 돼지, 양 등 동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내용이다. 앞장에 동물의 생김새와 특징을 설명하고 다음 장에서 이름이 나오는 구성이 수수께끼 놀이 같다. 뚜렷하고 사실적인 화법으로 동물들을 묘사한 짐 아노스키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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