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북한정권 핵 집착 '장마당'도 한 몫

고희진 기자 입력 2017. 9. 2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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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장마당과 선군정치
ㆍ헤이즐 스미스 지음·김재오 옮김 |창비 | 528쪽 | 2만5000원

“전 세계는 이른바 북한의 괴상함이라는 것에 여전히 매료되어 있다.”

서구 주요 국가들과는 전혀 반대되는 북한의 사회문화적 양식은 그 이질성 때문에 혐오와 흥미의 시선을 동시에 받는다. ‘지배층의 착취에도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잃지 않는 인민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인육을 먹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는 어느 정도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2500만명이 살고 있는 북한이라는 나라를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책은 북한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뻔한 클리셰를 넘기 위해 기존의 연구와는 다른 접근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북한 이탈주민을 출처로 하는 파편화된 정보나 각국 정보기관에서 발표한 추측성 정보를 최대한 배제했다. 대신 식량농업기구,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제공한 통계와 저자가 1998년부터 2001년 사이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아동기금 업무를 맡아 북한에 체류하면서 얻은 현장 자료를 기반으로 북한을 풀이했다.

그 결과 책은 ‘시장화’라는 개념으로 북한을 해석해낸다. 1990년대 초 사회주의 정권의 몰락이 가속화되면서 북한은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고립에 처하게 된다. 이후 찾아온 대기근으로 소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고, 북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시장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국내 정치의 위협을 느낀 북한 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꺼내들었다고 설명한다. 핵무장 카드를 들고 미국과 협상함과 동시에, 무장 포기 카드로는 주변국으로부터 정권 유지에 필요한 자원을 획득해 내부 사회의 시장화를 막는 전략을 써왔다는 것이다. 결국 핵무장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북한 사회의 시장화라는 해석이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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