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분쟁지역] 인도 국경 지대 분쟁 불씨 키우는 힌두 극단주의

김정원 입력 2017. 9. 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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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로힝야족 난민 향한 적대감에 분쟁 조짐 커져

지난 6일(현지시간)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을 만나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에 우려를 표했다. 모디 총리가 말한 “극단주의자”란 지난달 25일 라카인주 군경초소를 공격했던 로힝야족 무장조직을 지칭한다.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급 탄압이 한창이나 모디 총리는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인도 내 4만여명의 로힝야족 난민을 미얀마로 추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힌두교 극단주의 성향의 모디 총리가 통치하는 인도, 그리고 로힝야족을 박해 중인 미얀마. 두 국가는 각 힌두 극단주의와 불교 극단주의가 무슬림을 우선적으로 적대시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이로 인해 인도 북동부 4개주(마니푸르ㆍ나가랜드ㆍ미조람ㆍ트리푸라)와 미얀마 북서부 라카인주, 방글라데시 동남부 콕스 바자르와 치타공 등 3국 국경이 마주하는 일대는 공동체 분쟁(communal violenceㆍ종교 및 인종이 다른 공동체간 폭력)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지역 내 어느 한 곳만 충돌이 발생해도 폭력 상황이 급속히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대규모 로힝야족 난민까지 국경을 넘자, 최근 서벵골주, 잠무카슈미르주 등 인도 변방 지역에서 힌두 극단주의 세력이 반(反)로힝야 선전전으로 공동체 분쟁을 부추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인도 힌두 극단주의 진영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준이 아니다. 이들 세력은 오랜 역사를 거쳐 문화 조직, 정치 조직, 기동 조직, 총관리 조직 등 상당히 체계적으로 분화해 왔기 때문이다.

여러 조직 중에서도 힌두 문화의 우수성을 선전하는 비슈와 힌두 파리사드(세계힌두협회ㆍVHP)는 단연 선두에 서 있다. VHP의 가장 악명 높은 활동은 25년 전. VHP는 1992년 12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쉬주 아요디아에서 16세기 지어진 바브리 이슬람 사원이 힌두신 ‘람’의 탄생지라며 무참히 파괴했다. 이 사건은 인도 곳곳에서 힌두 대 무슬림 간 공동체 분쟁을 촉발시켜 2,000명 가량의 희생자를 낳았다. 2002년 중부 구자라트주에서도 아요디야에서 돌아오던 VHP 순례자들이 열차 화재사고로 목숨을 잃자 반무슬림 폭동이 발생해 2,000여명이 숨졌다. 당시 구자라트주 장관이었던 모디 총리는 학살을 사실상 묵인하며 “원하는 건 뭐든지 하라”는 말로 극단주의 진영에 힘을 실어줬다.

또다른 위험 조직은 행동 대원 역할을 하는 ‘바지랑달’이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자체 훈련을 통해 전투 기술을 가르치는 바지랑달은 일단 갈등이 시작되면 어느 현장에든 동원된다. 바지랑달과 같은 기동 조직의 진짜 문제는 주로 힌두교 사회에서 최하층민인 달리트를 대상으로 대원을 모집한다는 점이다. 구자라트주 아흐메다바드의 한 달리트 구역에서 만난 주민들은 바지랑달의 조직 확장 방식이 상당히 교묘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처음에는 힌두 사원을 함께 청소하자고 접근하지만 그 다음 함께 문화 행사의 일종인 숭배 의식을 제안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슬림) 공격 현장으로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인도 사회의 차별 받는 두 집단 달리트와 무슬림은 그렇게 이간질 당해왔다.

이런 가운데 VHP, 민족봉사단(RSS), 인도국민당(BJP)등 힌두 극단주의 진영이 힌두교 축제인 ‘두르가 푸자’ 마지막 날인 오는 30일 서벵골주 300여곳에서 ‘무기 숭배(총검 등 무기를 모아 꽃 등을 뿌리는 의례)’ 의식을 치르겠다고 말해 일대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인도 일간 인디언익스프레스에 따르면 VHP는 참석자들에게 검, 도끼, 낫, 칼 혹은 다른 흉기들을 갖고 의식에 참석하라고 공지했다. 이들은 무기 숭배 의식을 금지하고 로힝야족 난민 지원을 주장한 마마타 바네르지 서벵골 주장관을 향해 ‘친(親)로힝야 정치인’이라고 공세를 펼치며 반무슬림 선전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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