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0여명 직접고용 파리바게뜨 망할까.. 가맹점과 비용 분담할 듯

김용운 2017. 9. 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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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파리바게뜨' 근로감독 결과 파장
제빵사들이 뿔난 이유는?
가맹점주. 제빵기사 용역비 290~360만원 부담해
문재인 정부 프랜차이즈·노동정책 시그널로 봐야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11일부터 한달 간 파리바게뜨 본사와 협력업체 11곳, 가맹점 58개소 등 68곳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파리바게뜨가 가맹점 근무 제빵기사를 불법파견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지시했다고 21일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SPC그룹의 파리크라상이 운영하는 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이하 제빵사)직접고용 문제가 하반기 프랜차이즈 산업과 노동계 전반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난 7월부터 파리바게뜨 근로감독을 실시한 고용노동부가 지난 21일 파리바게뜨의 협력업체가 파견한 제빵사 등 5328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정규직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파리바게뜨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 프랜차이즈 업계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노동법의 잣대로만 판단했기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계획에 없던 정규직 5000여명을 채용하면 인건비 부담으로 회사가 망할 것이라며 고용노동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파리바게뜨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향후 프랜차이즈 산업 내 ‘적폐’를 바로잡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제빵사들이 뿔난 이유는?

파리바게뜨는 지난 1988년 직영 1호 광화문점과 가맹점 1호 무역센터점을 시작으로 지난 30여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순수 국내 제빵 프랜차이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파리바게뜨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2015년 연말 기준으로 전국에 3355개 점포가 있으며 이중 가맹점은 3316개, 직영점은 39개다.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점포수를 자랑한다. 2015년 매출액은 1조7277억원에 영업이익 684억원, 당기순이익 517억원을 올렸다.

파리바게뜨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선두업체로 꼽힌다. 업계 2위인 CJ푸드빌의 점포수가 약 1500개인 것과 비교하면 일찌감치 ‘규모의 경제’를 이뤄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파리바게뜨’는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제빵사와 제빵사를 파견하는 협력업체 등 4자 구조를 만들어 활용했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가맹점주와 가맹계약을 하고 협력업체와는 업무협정을 맺는다. 제빵사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가맹점에 파견나가 빵을 만든다. 제빵사의 입장에서 보면 일은 가맹점에 가서 하고 월급은 협력업체에서 받는다. 가맹점주 입장에서 보면 가맹계약에 따라 제빵사 용역료를 가맹본사에 입금한다. 협력업체는 가맹본사에서 용역료를 받아 수수료 등을 제하고 제빵사에게 임금을 지급한다.

파리바게뜨의 4자 구조가 문제 된 것은 제빵사 관리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다. 제빵사는 협력업체 직원이기 때문에 협력업체를 통해서만 업무지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사를 직접 관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6월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제빵사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파리바게뜨 본사에서 자신들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즉 법률상 파리바게뜨는 제빵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태를 비롯한 업무와 관련된 지시를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는 것이다. 여기에 제빵사들이 특근이나 야근 수당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가맹점주 사이에서도 제빵사를 파견받는 비용으로 본사에 내는 용역 수수료에 비해 제빵사들이 임금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국회에서도 파리바게뜨 제빵사들에 부당한 대우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제빵사들 일부는 노조를 결성했다.

◇가맹점주. 제빵기사 용역비 290~360만원 부담해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 발표 이후 가장 쟁점이 된 사항은 파리바게뜨 본사가 채용하다가 망할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본사 인원보다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인건비 부담으로 결국 기업은 더 이상 경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건비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바게뜨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과연 그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이를것이냐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 기본적으로 파리바게뜨는 가맹점주들에게 용역 파견에 대한 비용을 받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 정보보고서’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가맹점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베이킹 메니저와 카페 매니저 등 제빵사 용역비를 가맹점주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따라서 가맹점주는 가장 높은 등급의 베이킹 매니저가 일할 경우 식대를 빼고 월 363만원을 본사에 입금해야 한다. 가장 낮은 등급의 베이킹 메니저가 와서 일을 할 때도 월 297만원을 본사에 납입해야 한다.

‘파리바게뜨 정보보고서’에 적힌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용역비. 제빵기사 용역비는 가맹점주가 부담한다

협력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채용된 파리바게뜨 파견 제빵사의 초임(복리후생비 포함)은 연간 약 2700만원 수준이다. 제빵사의 업계 평균 초임이 2300~2500만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용역비에 비해 제빵사에게 지급하는 급여 수준은 낮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단순하게 말하면 협력업체는 가맹점주와 파리바게뜨 본사로부터 돈을 받아 수수료를 떼고 제빵사에게 임금을 준다”며 “협력업체가 하는 일이 사실상 딱히 없는 상황에서 협력업체 수수료 때문에 제빵사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소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가맹점주는 제빵사의 용역비용으로 월 60만원 본사에 입금하고 본사는 40만원을 협력업체에 수수료로 지급함에도 정작 제빵사는 월 50만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파리바게뜨가 인건비 부담으로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에 얼마의 비용을 지불하는지 밝히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시그널로 봐야

제빵사 등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시는 현재 여러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당사자인 파리바게뜨는 고용노동부의 지시를 따르기 보다 일단 법적으로 대응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500억원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파리바게뜨 내부에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본사에서 제빵사들을 직고용하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위배되는 것일 수 있다”며 “현행 파견법은 경비, 청소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근로를 허용하며, 제빵기사는 파견근로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법리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가맹점을 가맹본부 내 지점으로 해석하면 본사 직원을 지점에 보내는 것은 위법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에도 고용노동부가 5300여명을 직접 채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결국 문재인 정부의 프랜차이즈 산업 및 노동정책 시그널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문 정부 초기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논란등이 불거지며 공정거래위원회까지 프랜차이즈 업계의 이른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고용노동부 또한 이번 근로감독 결과를 통해 잘못된 관행을 고치라는 신호를 업계에 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운 (luck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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