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치킨게임'.. 美 "사상 최대 압박" 北 "역대 최강 대응"

2017. 9. 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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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독자 제재 행정명령 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의 은행·기업·개인은 미국 은행과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새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또 북한을 경유한 선박과 항공기는 180일 이내에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수위에 실망한 미국이 북한의 무역과 금융을 고립시키기 위한 독자 제재에 나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겨냥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제재를 발표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처음이다. 특히 새 행정명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제조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은 정상적인 대북 거래도 제재 사유로 삼고 있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의 거래 상대방까지 제재하는 2차 제재)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가진 3자 정상회담에서 새 행정명령에 서명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북한 핵 프로그램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큰 위협”이라며 “이런 범죄적 불량정권을 재정적으로 돕는 자들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핵무기 개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너무나 오랫동안 국제 금융시스템을 악용해왔다”며 “새 행정명령은 북한의 무역과 금융을 고립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새 행정명령은 즉각 시행에 들어갔다. 재무부는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하지 않는 외국 은행과 기업, 개인의 명단을 작성하는 등 후속작업에 착수했다. 국토안보부, 해안경비대는 북한을 경유하는 항공기와 선박의 이동 경로 파악에 나섰다.

북한 무역의 90%가 중국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새 행정명령에 따른 제재가 적용될 대상은 대부분 중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은 5000여개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형은행 중에서도 초상은행과 농업은행 2곳은 미 의회로부터 북한을 돕는 기관으로 지목받아 왔다.

다만 새 행정명령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은 새 행정명령 발표 전에 이뤄진 대북 거래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중국 은행과 기업이 미국 은행과의 거래 중단을 무릅쓰고 북한과 거래를 유지할 가능성은 적다. 중국 은행과 기업이 북한에 등을 돌리면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새 행정명령 성패도 중국에 달린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이 직접 미국에 대한 경고 성명을 발표한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은 미치광이(mad man)이고 자기 인민들을 굶주리게 한다”며 “그는 전례 없는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김정은, 사상 첫 직접 성명 발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을 완전 파괴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선전포고"라고 규정하고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다.

김 위원장은 2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가 22일 보도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자신의 이름과 직함을 걸고 국제사회를 향해 직접 공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김일성·김정일 시기에도 이런 형식의 성명은 없었다.

김 위원장은 성명에서 "트럼프가 세계의 면전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를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명예 그리고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우리 공화국의 절멸을 줴친(지껄인) 미국 통수권자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막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대해선 "역대 그 어느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이라고 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김 위원장이 밝힌 '초강경 대응 조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조치일지는 국무위원장(김정은) 동지께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 모른다"면서도 "아마 역대급 수소탄 지상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쌍십절)을 전후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 미사일에 수소탄 모의탄두를 탑재해 태평양을 향해 발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위원장이 아닌 북한을 대표하는 국무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성명을 발표해 국무위원회가 북한의 최고권력기구라는 점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독재정당인 노동당 위원장, 군 수장인 인민군 최고사령관, 국무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최고 권력기구였던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새롭게 만든 국무위원회를 '북한 국가주권의 최고정책 지도기관'으로, 국무위원장을 '공화국의 최고영도자'로 설명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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