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요원..9월 국회도 물건너가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도 상정 안돼..여당 여전히 반대입장 고수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을 판가름할 '은산분리 완화'가 결국 9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규제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여당 의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금융위원회와 야당 의원들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9월 국회를 앞두고 지난 19일~2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개최했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 내용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은 법안소위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못했다.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정무위 법안소위를 거쳐 정무위 전체 회의, 법사위원회,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통과되는데 첫번째 관문도 넘지 못한 것이다. 앞서 이번 법안소위를 앞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진복 정무위원장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 여전히 반대 뜻을 고수하면서 논의가 무산됐다. 정무위 법안소위는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관례가 있다.

이 정무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원회와 여당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당정 협의를 통해 논의를 지속해 둘의 견해 차이가 좁혀져야 은산분리 완화 규제 완화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 완화가 지연되면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금 확충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뱅크가 문제다. 현재 케이뱅크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이달 말까지 1000억원의 자본금을 확충하기로 했지만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21개 주주 가운데 우리은행, KT, GS리테일, NH투자증권, 다날, 한화생명보험, KG이니시스·KG모빌이언스 등 7개 주요 주주들을 제외한 소액주주들이 문제"라며 "소액주주 가운데 반이 넘는 곳에서 실권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요 주주들이 이 실권주를 다시 인수하는 걸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카뱅은 지난 8월 유증으로 5000억원의 자본금을 확충해 당장 유증을 실시할 필요는 없지만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카뱅은 출범 한 달인 지난달 27일 기준 누적 계좌개설 건수 307만좌, 대출(여신) 1조4090억원(잔액 기준), 예·적금 등 수신 1조9580억원을 기록했다. 하루평균 470억원의 대출이 일어난 셈인데 이 추세라면 내년 다시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

금융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카뱅의 경우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최대주주로 있다고 하지만 은산분리 완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해서 자금을 투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은산분리 완화가 되지 않으면 카뱅이나 케이뱅크나 메기 역할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