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마저 중도정치 기반 축소?..총선 후 물밑변화 주목

2017. 9. 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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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스트 극우·극좌 목소리 얻어 정치지형 변할 듯
"시대변화·세계화·메르켈 '타협의 정치' 탓 극단정파 득세"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오는 24일 총선을 계기로 독일의 중도정치 기반이 줄어들고 정치적 양극화 추세가 눈에 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이 확정적으로 집권세력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지만 총선 후에 작지 않은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민·기사 연합과 사회민주당 등 기존 중도정당들이 독점했던 표 상당수가 이번 총선에선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같은 극우·극좌 정당으로 분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의 합산 지지율이 60%에 못 미쳤던 데 반해 AfD와 좌파당 등 반(反)기성정당의 지지율은 20%에 육박했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독일이 지난해 유럽에 불어닥친 포퓰리즘 강풍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조사 결과는 독일 정치지형에 어느 정도 변화를 예고한다고 WSJ는 전했다.

프랑스는 반기득권 포퓰리스트들의 득세와 함께 기성정치를 대변하는 공화, 사회 양당체계가 와해됐으나 독일인들은 메르켈 총리에 대한 지지가 변하지 않았다.

독일인들의 이런 중도적 성향은 극우정당 나치에 대한 트라우마에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형성됐다.

독일은 다른 18개 유로존 회원국들이 빚더미에 앉아 9%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는데도 4% 미만의 실업률을 자랑하며 경기호황을 누려왔다.

이에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경제 실패를 자초한 기성정당에 대한 분노가 높아졌지만 독일은 국민 3분의 2 이상이 메르켈 총리를 지지한다고 답하는 등 기성정당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극우정당 나치에 대한 거부감도 정치적으로 급진 정당보다는 중도·기성정당들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계기로 중도 정당들의 전통적 입지가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이런 경향은 메르켈 총리가 은퇴하거나 경제 침체에 접어드는 변수가 생길 때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전망했다.

WSJ는 독일에서 역사적으로 중도 좌파 정당은 조직화된 노조로부터, 중도 우파 정당은 교회를 주요 지지층으로 삼아왔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하지만 두 조직의 결속력은 모두 현대에 들어 쇠퇴했다.

이에 따라 한때 유권자 절반 이상을 사로잡았던 중도정당들이 이제 유권자 3분의 1 혹은 4분의 1의 지지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현대에 들어와 급속히 발달한 소셜미디어가 포퓰리즘 정당 세력 확산의 도구가 되면서 중도정파들이 더 약화하고 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경제나 이민과 같은 건서 이슈 앞에 정부의 능력이 위축되는 것도 중도기반 축소의 이유로 지목된다.

오스트리아 다뉴브 대학의 정치과학자 페터 필츠마이어는 "유권자들은 정부로부터 해답을 얻길 기대하지만, 그것이 항상 가능하진 않다"며 "모든 정당이 일단 집권세력에 포함되는 순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집권 연정에 포함되지 않는 포퓰리스트 정파들은 유권자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쉽고 단순한 처방을 제시하면서 득세하게 된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메르켈식 정치가 극우나 극좌와 같은 세력이 자리를 잡을 터전을 마련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연립정부를 구성해 정권을 유지해온 메르켈은 어느 한 정파의 의견을 우선시하기보다는 다른 정당과의 합의로 국정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런 메르켈식 정치운영은 더 확실한 태도를 원하는 보수 유권자들을 실망하게 했다.

또 연립정부가 이민 등의 사회 주요 이슈에서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면서 보다 급진적 정책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잃고 있다는 것이 WSJ의 해석이다.

지난해만 해도 세력이 미미했던 AfD가 반(反)이민을 기치로 내걸어 급부상한 것이 바로 이를 대변한다.

틸만 마이어 독일 본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과거만 해도 독일엔 급진적인 유권자들과 강한 언사와 비판을 주고받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메르켈을 그렇지 않다. 이런 점이 극우당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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