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보트' 국민의당, 국회 내 몸값은 올렸는데..

안효성 2017. 9. 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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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당 원내대표실 앞에는 한병도 정무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수시로 목격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철 원내대표. 강정현 기자
하지만 국회 내 주도권과 달리 여론은 여전히 싸늘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22일 발표한 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5%로 전주 조사보다 2%포인트 내려갔다. 원내정당 중 최하위였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결국 향후 정기국회에서 승부수를 걸 수밖에 없는데 지지율 상승을 위한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①선거제도 개편 주도권 싸움=21일 의원총회에서는 박지원ㆍ정동영ㆍ천정배 의원 등 호남 중진들이 논의를 주도했다고 한다. 이들은 향후 정기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 국면을 끌고 가기 위해서는 김명수 후보자 인준에 찬성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박지원 전 대표는 가결 후 “청와대와 민주당에서는 분권형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약속했다”며 국민의당이 찬성으로 기운 이유를 설명했다.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은 국민의당 의원들의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12월 즉각적인 개헌을 당론으로 정했다. 주승용 의원은 “독일식 비례명부제가 도입되면 다당제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편 등의 논의가 실제로 얼마나 진전될지 미지수다. 민주당과 청와대가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약속했다고 하지만, 김동철 원내대표 등이 전한 내용은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일 뿐이다. 선거제도에 대한 각 정당의 내용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논의가 진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②협치와 2중대 사이=국민의당은 이번 인준 표결 때 25표 내외의 찬성표를 던지며 청와대와 여당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당론을 정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표결 전 자유한국당ㆍ바른정당 지도부에는 전화를 하지 않았지만 국민의당에는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등 투톱 모두에게 전화를 하는 성의를 보였다. 국민의당도 22일 “필요할 때만 야당에 매달릴 게 아니라 시스템 협치를 조속히 제도화할 것을 촉구한다”(김동철 원내대표) 등 강공모드에서 협치 모드로 전환했다. 하지만 정부ㆍ여당과의 협치 속에서 고민도 있다. ‘민주당 2중대’에 대한 비판 등 민주당과의 차별화 때문이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국민의당이 인준에 협조하는 등 문재인 정부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도 호남 민심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 때는 바른정당과의 연대파나 자강파에 더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2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국민의당 인천시당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노조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안철수 리더십=안 대표는 김명수 후보자 인준 표결 때 별다른 찬반 입장 없이 자율투표 원칙을 내세웠다. 안 대표는 의총 등에서 “독립적인 사법부를 수호할 수 있는 인물인가라는 단 하나의 높은 기준을 적용해 판단해 달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세웠다. 21일 의총에서도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의원 등이 “찬반을 명확히 밝혀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안 대표는 22일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인사표결이 많은데 이번에 밝히면 매번 밝혀야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안마다 가볍게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론 안 대표가 움직일 수 있는 표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원외 대표로서 원내 현안에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다, 안 대표가 실제 김명수 후보자 임명에 반대했더라도 그의 의견을 따를 의원들이 몇 명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상당수의 의원들이 이미 사법개혁 등을 이유로 찬성 쪽으로 기운 상태였다. 국민의당 한 중진 의원은 “안 대표에게 차라리 찬성 의견을 명확히 밝혀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주는게 좋다고 했지만 자율투표라는 원칙만 강조하더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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