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주들 "물러날 곳 없어 개 데리고 광화문 왔다"

2017. 9. 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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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광화문 '개고기 합법화' 시위
"전·폐업 보상 필요없다..합법화 안하면 청와대에 육견 반납할 것"

[한겨레]

동물권단체 ‘케어’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로에서 대한육견협회가 식용견을 이끌고 ‘개고기 합법화 촉구 집회'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동안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opd@hani.co.kr

22일 낮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개 농장주들의 모임인 ‘대한육견협회’ 소속 회원 250여명(경찰 추산)이 집회를 열었다. 회원들은 개 식용 합법화를 주장하며 전국에서 모였다.

이 협회 회원들은 개농장 전·폐업 보상도 원하지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보였다. 경기도권 농장에서 키우는 60~70㎏의 식용견 9마리도 화물차에 실려 왔다. 개들이 실려 온 화물차에는 “이것은 식용견, 우리는 애완견을 키우지 않는다!” “개고기 합법화”라는 말이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농민들은 화물차에 실려 온 온 개에 대해서 “시민들이 우리가 데리고 온 개를 보고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과 얼마나 다른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 소음을 뚫고 개들이 짖어댔다.

국민의례로 시작한 집회 현장에서 김상영 대한육견협회 대표이사는 “동물단체들의 주장은 선량한 육견인을 우롱하는 것이다. 이 집회는 우리의 권리와 생업을 위한 투쟁이다. 개식육은 우리 나라 고유의 문화이자 전통이다. 동물보호법은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22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집회를 열어 ‘개고기 합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경기권 농장에서 데려온 식용견도 함께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농민들은 새벽부터 전국 각지에서 상경해 집회에 참석했다. 김판기 대한육견협회 조직이사는 전남 영암에서 새벽 3시에 개 700마리 밥을 주고 서울로 왔다. 김씨는 “물러날 곳이 없어서 왔다”고 했다. 제주에서 20년째 개를 기르고 있는 이 협회 제주지부장 이창석(63)씨는 아침 9시 비행기를 타고 와 집회에 참석했다. 평균 600마리 개를 기르는 그는 “이 일을 그만두면 할 일이 없고, 자식 뒷바라지와 어머니 생활비를 댈 수 없어서”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아침 6시에 일어나 개 밥을 주고 날씨와 상관없이 밤 10시까지 일한다는 이씨는 동물보호단체 때문에 소비가 위축돼 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에는 제주에서 육지로 고기를 많이 팔았는데 이제는 제주에서만 소비한다”며 제주에서 식용견을 기르는 곳은 80개 농가이고, 보통 적게는 300~400마리, 많게는 1000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또 인허가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살기 어렵다고 했다.

집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정치권과 시민 여론, 동물보호단체에 깊은 불신과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국민이 농민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내가 비록 개 키우고 살지만, 열심히 땀 흘리는 나는 당당하다.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이 나라를 위해 고민해야 할 때 애완견을 가족이라며 보호해야 한다는,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내가 낸 세금 애완견에게 주지 마라.” 한 농민이 발언대에 올라 외치자 농민들이 박수를 치며 지지를 보냈다.

농민들은 이른바 ‘개고기 금지법’ 발의 의사를 밝힌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개농장 보상과 단계적 폐쇄 등 사회적 합의를 제시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했다. 두 의원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깃발을 흔들었다. 농민이 내건 깃발엔 “개공화국 국개의원 개민주당 박살내자” “표창원 개고기 금지악법을 목숨 걸고 저지하자” 등의 글이 쓰여 있었다.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한육견협회 회원들과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맞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최근 전국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개고기에서 항생제가 다량 검출됐음을 보도한 <한겨레>의 온라인 동물전문 매체 <애니멀피플>에 대해서도 격앙된 감정을 표출했다. 취재하는 기자들이 소속을 밝히자 말을 중단하고 “한겨레, 나가!”라고 소리치거나 발언대에서 수차례 ”한겨레 기자 나와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편 이들이 집회를 여는 반대편에는 동물단체들의 반대 집회가 열렸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우리 함께 살립시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맞섰다. 육견협회 회원들은 피켓을 든 동물단체 회원들에게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케어는 육견협회의 집회를 에스엔에스를 통해 현장 중계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전진경 이사는 일부 농민과 대립하다 현장에서 물러났다. 육견협회 회원들의 행진에 카라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맞서자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이 출동했다.

농민들은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서로 몸에 쇠사슬을 묶어 긴 행렬을 짓고 강아지 인형을 들고 가는 퍼포먼스도 함께 했다. 행진이 시작된 오후 3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방향 4차선 도로가 통제됐다. 김상영 대표이사는 오늘 열린 집회와 관련해 “(농민들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육견 반납 운동을 시작할 거다. 그 시발이 오늘 집회”라고 말했다.

유지인·박지슬 교육연수생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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