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표 벼랑끝 대치, 쿠르드·카탈루냐 "투표 포기 없다"

심진용 기자 2017. 9. 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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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쿠르드 분리독립주의자들이 지난 17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쿠르드 깃발을 흔들며 독립투표 실시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이루트|AP연합뉴스

강행이냐 협상이냐. 쿠르드와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투표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파국을 막기 위해 막판 대화 및 협상을 모색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지만 투표를 강행하겠다는 쪽이나 저지하겠다는 쪽이나 입장이 강경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압도적 반대, 험난한 쿠르드 독립의 꿈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자치정부(KRG) 수반이 이끄는 투표위원회는 지난 21일 회의를 열고 “예정대로 투표를 치르겠다. 대안은 없다”는 성명을 냈다. 쿠르드 독립투표는 오는 25일 예정이다. 투표위원회는 이라크와 모든 경로를 통해 대화를 계속하겠지만, 예정된 투표 자체는 연기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23일에는 바그다드로 투표위원회 대표단을 보내 정리된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투표일 전까지 쿠르드 주민의 권리와 쿠르드 독립의 일반원칙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그러나 국제사회 반응은 부정적이다.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이브라힘 알자피리 이라크 외교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쿠르드 매체 루도에 “대화의 문을 닫으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쿠르드측이) 독립투표를 강행한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지난 16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쿠르드 독립투표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그들(쿠르드)이 불법적인 힘으로 위협한다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아바디는 이어 19일 “앞으로도 지금도” 쿠르드 독립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자국내 쿠르드계 분리주의자들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터키와 이란도 독립투표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이라크, 터키, 이란 3개국 외교장관은 21일 유엔총회 자리에서 만나 회의를 열고 “쿠르드 독립투표는 3개국 모두에 이득이 안된다는 것이 공동의 입장”이라면서 “투표를 분명하게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터키는 18일 시으르나크주 이라크 접경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전날 이란은 투표 강행시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과 맞닿은 국경을 전면 봉쇄하고, 쿠르드자치정부와 맺은 군사·안보협력도 모두 철회하겠다고 압박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마저 중동 정세가 불안해질 수 있다며 투표 연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1일 15개국 만장일치로 채택한 성명에서 “쿠르드 자치정부의 투표 계획이 난민들의 귀향을 어렵게 하고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투표 중단을 요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17일 쿠르드와 이라크 정부의 협상을 돕겠다며 투표를 포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쿠르드 독립에 우호적인 나라는 사실상 이스라엘 뿐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3일 “쿠르드족의 정당한 노력을 지원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드리드의 ‘당근과 채찍’...카탈루냐는 “투표 강행”
독립까지 길이 험난하기는 다음달 1일 독립투표를 앞둔 카탈루냐 역시 마찬가지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이용하며 카탈루냐를 압박 중이다.

루이스 데귄도스 경제장관은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독립 요구만 포기한다면 재정 권한 확대 등을 두고 카탈루냐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면서 유화책을 내밀었다. 그는 “카탈루냐는 이미 커다란 자치권을 누리고 있지만, 재정이나 다른 부분 관련 개혁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일단 투표를 포기해야 대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하면 주민들은 빈곤에 직면할 것” “독립투표는 우스꽝스러운 일” 등 앞선 거친 발언보다 수위가 낮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데귄도스의 달라진 발언은 중앙정부가 ‘당근과 채찍’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집권 국민당(PP)과 최대야당 사회노동자당(PSOE)도 대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현지 일간 엘파이스는 “두 주요 정당이 투표 포기를 전제로 분리주의자들에게 대화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투표를 일단 포기하고 그 이후 대화하자는 것이다. PSOE는 앞서 위원회를 구성해 현재의 지역 자치 모델 자체를 바꾸는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과거 PSOE는 개헌을 통해 카탈루냐 등에 상당한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국가모델도 이미 수명을 다했다며 개헌을 통해 연방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엘파이스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제 대화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데귄도스의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를 거론하며 “이런 맥락에서 PSOE가 제안한 모델이 대화에 올라올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카탈루냐가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고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중앙정부는 지난 20일 경찰을 동원해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압수수색하고 지역 경제차관 등 관료 12명을 체포했다. 오리올 훈케라스 자치정부 부수반은 “20일 사건으로 상황은 달라졌다”면서 “모든 투표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조르디 투룰 자치정부 대변인은 “마드리드와의 관계는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투표를 예정대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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