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매장문화재 SOS 지도 숨은그림찾기

2017. 9. 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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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의 '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연속 기사와 방송을 통한 난개발 현장 연속 보도(8월 28일~ 9월 8일)이 나간 뒤, 여러 분이 각별한 관심을 표명해 오셨다. 본인을 고고학도라고 밝힌 시청자는 현행 지표조사 제도가 중소규모 공사의 난개발을 초래한다는 분석 기사에 크게 공감한다면서, 조사비용 부담 등 제도 전반이 갖는 문제도 지적했다. 시청자 한 분은 기사 댓글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을 꼬집기도 했다. 다른 나라에 가서 오랜 역사와 문화를 보고는 '왜 우리는 이처럼 아름다운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가?' 라고 한탄하면서도 막상 국내에서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파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역사 유산의 보존은 당위이지만, 현실적 해법도 녹록지 않다. 개발과 보존의 접점을 찾기 위해 폭넓은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필요하다. 기자는 더 전향적인 사회적 논의를 위해 기존의 분석 방법을 확장해 좀 더 넓은 범위의 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매장 문화재 난개발 데이터 분석 결과와 관련 지도는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지난 2년간 진행한 각종 공공데이터 분석 중에서 자료 정리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수작업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그만큼 앞으로 추가되거나 바로잡을 여지도 적지 않다.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 수시로 업데이트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한 고고학계의 논점과 2차 분석을 통해 추가로 확인된 사실들을 함께 정리했다.

=문화재 정책의 정치경제학...홀대받는 근대 유적=

매장문화재 제도와 그 운용 방식은 그 사회의 양식과 수준이 묻어나는 총체적인 결과물이다. 토지 개발과 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화재 제도는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의 영향권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문화재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에 매장문화재 법령의 발굴조사 시행 기준을 개정해 조선 후기의 경작 유구(과거에 농사를 지은 흔적이나 구조물 흔적) 과, 일반가옥, 회곽묘, 삼가마, 자연도랑 등은 발굴 조사를 하지 않거나, 선별적으로 발굴하도록 했다가 고고학계의 반발을 샀다. 심지어 구석기 시대의 고토양층과 일제강점기 이후의 모든 매장문화재는 정밀발굴조사를 막았다. 고고학 전문가들은 당시의 발굴 기준 개정이 경제 개발을 촉진하려는 규제 완화 움직임은 물론 4대강 사업과도 관련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한림대 한림고고학 연구소의 심재연 연구교수는 "해당 고시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을 위해 대폭 완화한 기준을 적용한 개악적인 사례였다"고 비판했다. 심 교수는 단언한다. "조선시대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유적 중 경작 유구와 삼가마 등의 유구는 정밀발굴조사에서 제외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4대강 주변에 경작유구들이 지천으로 깔렸기 때문이다."


당시 문화재청은 무분별하게 진행된 소모성 발굴에서 벗어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조선시대 후기의 논밭은 근현대 경작지와 대동소이해서 굳이 고고학적 발굴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6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관련 기준은 변함없이 적용되고 있다. 문화재 발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충분한 논의와 재평가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안재호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개발을 위해 문화재 조사를 조금이라도 최소화하려는 사회적인 타협 때문에 조선 후기와 근대의 매장문화재는 지금도 소홀히 처리되거나 무시되고 있다"고 말한다. 기자가 취재한 일부 발굴기관 관계자 중에는 조선 후기와 근대의 유적, 유물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는지에 이견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 유물을 발견하더라도,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추가적인 정밀 발굴이나 보존 조치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논밭의 흔적이나 관련 시설 등이 포함된 경작 유구는 과거의 농경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지만, 조선 후기 이후의 유구일 경우, 발굴 조사를 생략하거나 아예 조사 검토 대상에서도 제외한다.

현재의 기준은 그 자체로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기자가 지난 기사에서 지적했듯이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건물 중에는 고려나 조선시대 행정 중심지였던 자리에서 기존의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은 구조물도 많다. 20세기 초반의 건물과 그 이전 시대가 서로 긴밀히 맞닿아 있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유적을 매장문화재 정밀발굴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고려나 조선시대의 유적과 유몰도 충실히 조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일제강점기의 유구와 유물이라고 할지라도 그 자체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일부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고학적 인식 수준은 아직도 1920년대의 식민지적 발상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한다. 제국주의의 고고학적 관심은 식민지에서 고대 보물을 보다 많이 약탈해 자국으로 가져가는 데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과학성을 결여한 무분별한 발굴이 이뤄지기도 하고, 박물관에 전시할 만한 옛 유물에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다. 21세기를 사는 지금도 국내 인식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근대 유적, 유물은 물론이고, 옛 주민들의 생활사와 무형의 문화 전통에 대한 보존의 필요성은 잊혀지고 홀대받는다. 문화재 지표조사 제도의 문제점을 주로 살펴본다는 점에서, 본 분석 기사와 데이터 지도 역시 눈에 보이는 매장문화재에만 초점을 맞추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매장문화재 SOS 지도의 분석 대상을 가능한 더 확장하기 위해 업데이트 버전을 제작하기로 했다. 근대 이후 일제강점기까지의 매장문화재 유존지역과, 마을 문화의 거점이었던 노거수(수령이 오래된 거목) 등 민속 유적 주변도 추가적인 매장문화재가 있을 만한 지점으로 간주해 대거 분석에 포함했다.

=추가로 찾은 '깜깜이 공사' =

기자는 나아가 또 다른 변수를 분석에 반영한 결과 다수의 깜깜이 공사(매장문화재 부근에서 별다른 문화재 조사를 받지 않고 진행된 공사)를 추가로 찾아낼 수 있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제작해 지난 8월 28일에 공개했던 매장문화재 SOS 지도는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부근에 건축 공사 지점을 표시한 뒤, 지표 조사 혹은 발굴 조사 영역은 제외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여기에 지표 조사 시점까지 고려하면, 또 다른 깜깜이 공사를 발견할 수 있다. 가령, 문화재 지표 조사는 2010년에 이뤄졌고 해당 영역에서 유물이 발견됐지만, 그 이전인 2006년에 별개의 건축 공사가 진행된 경우다. 건축 당시에는 문화재 조사 없이 진행된 깜깜이 공사로 간주할 수 있다. 다만, 문화재청이 보유한 지표 조사 데이터는 정확한 조사 시점을 알기 어렵거나, 아예 연도 조차 기재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정밀한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 지표 조사 결과 유구나 유물이 확인됐는지도 모호하게 기재된 경우도 있었다. 이 모든 변수를 걸러내고, 깜깜이 공사의 조건을 갖춘 지점만 다시 추린 결과, 경기도와 인천 지역에서만 지난 18년 동안의 신축 공사 중에서 1,382건을 추가로 발견할 수 있었다. (이하 '시간차 깜깜이 공사'로 부름)


실제로 위 지도에서 경기도 남양주시청 부근의 매장문화재 지표 조사 영역에서는 그 이전에 진행된 깜깜이 공사 지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지역은 2009년에 지표조사를 통해 11개 유물 산포지에서 구석기 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이 발견됐다. 하지만 앞선 2001년과 2005년 사이에 41건의 신축 공사가 별다른 문화재 조사 없이 이뤄진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모두 사업면적 3만㎡ 미만의 공사이다.

=새롭게 파악한 문화재 행정 사각지대의 규모=

이와 같은 시간차 깜깜이 공사에, 근대와 일제강점기 시대의 유물과 유적, 보호수 등의 변수를 모두 반영해 깜깜이 공사 지점을 합산해보자. 문화재청의 원 데이터는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의 종류와 시대에 따른 분류가 정확하지 않다. '역사시대 미상'으로 분류된 유존지역만 수만 건이다. 유물산포지이거나 유적지이지만, 해당 항목 분류에서 누락된 경우도 다수 있었다. 기자는 데이터 분석 도구를 통한 필터링과 눈으로 데이터를 일일이 확인하는 수작업을 병행해, 기존의 분석 자료에 있었던 72,800여건의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에 17,397개의 영역을 더 추가했다. 경기도와 인천 지역만 따져도 1,567개 영역이 늘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속 보도의 초기 보도 내용 중, 일부 근대 유적은 제외했으나, 일제강점기와 근대 유적 수십 건이 포함되어 계산됐던 데이터상의 오류도 발견했다. 경기도 양주시의 자체 문화재 지도를 참고해 문화재청 지도에는 없는 유존지역을 추가 반영하면서 현대 유적과 무형문화재에 해당하는 유존지역 6건이 들어갔던 점도 발견해 바로 잡았다. 일부 데이터 오류가 합산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근대 이후의 유존지역과 시간차 깜깜이 공사를 반영하면서 통계치는 새롭게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지난 18년간 경기도와 인천에서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 부근에서 확인된 깜깜이 공사는 24,505건이었다. 면적으로 19.7㎢, 국제 규격 축구장 2,762개에 해당하는 넓이다. 기존에 계산됐던 '축구장 2,493개 넓이'보다, '축구장 269개 면적'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이 문제 공사들은 유존지역 외곽 경계에서 100m,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500m, 시도 지정문화재는 300m의 관심 범위를 설정해 계산한 통계치이다.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 바깥에서 문화재 조사 없이 이뤄진 모든 공사도 다시 따져봤다. 그 합산 면적은 237.8 ㎢로, 여의도 면적 82배, 축구장 33,303개에 달했다. 근대 이후 유적, 유물과 보호수, 시간차 깜깜이 공사 등 추가 변수까지 모두 따져보니, 기존의 분석 결과보다 여의도 면적 2배 정도의 행정 사각지대를 새로 찾은 셈이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추가 분석에 따라 새롭게 달라진 매장문화재 SOS 지도 버전 2.0을 제작해 공개했다. 미시적으로 추가된 영역과 깜깜이 공사지점이 반영됐다. 새 지도에서도 매장문화재 유존지역과 유존지역 사이를 파고들거나, 에워싸는 소규모 난개발의 패턴을 변함없이 확인할 수 있다.

(참고 : 포털 기사에서 인터랙티브 지도가 자동으로 뜨지 않으면, 인터넷 주소 http://bit.ly/2xjuLZC 에서 지도를 볼 수 있음.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는 인터랙티브 지도가 구현되지 않을 수 있음)


이번 분석에 따라 '수원 화성에서 경주 신라 고분까지... '깜깜이 건축 공사'의 민낯' 기사에서 밝혔던 매장문화재 인근의 소규모 개발 압력 분석 결과에도 약간의 순위 변동이 있었다.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300m 이내에서 집계된 3만㎡ 미만 신축 공사의 합산 사업 면적을 전국 시군구별 순위로 따진 것이다. 경기도 화성시가 1위로, 소규모 난개발 압력이 가장 크다는 사실은 또 다시 확인됐으나, 경주가 3위에서 2위로, 평택이 5위에서 3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앞선 연속 보도에서 지적한 대로 평택시의 난개발 문제와 경주시 문화재 행정의 허점 등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상의 데이터 분석은 주소가 정확하지 않은 건축 공사나, 도로, 하수관거 공사 등과 같은 중소규모 토목 공사는 제외한 분석 결과이기 때문에, 현실의 문제점을 과소평가한 결과물이다. 문화재청이 설정한 유존 지역의 부정확성에서 오는 한계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기자는 앞으로 새로운 변수가 발견될 경우, 추가로 자료를 업데이트해 인터넷 기사나 기자 블로그(http://blog.naver.com/barrious12)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취재 • 기사 • 데이터 분석 : 함형건 기자 [hkhahm@ytn.co.kr]
지도 시각화 : 김노현
그래픽 디자인 : 강현우

=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관련 온라인 기사

①'소리없는 난개발'…매장문화재 SOS 지도
http://www.ytn.co.kr/_ln/0106_201708311445521186

②천하명당 정조대왕릉, 용의 여의주는 어디로 갔을까
http://www.ytn.co.kr/_ln/0106_201709051616444311

③[매장문화재 데이터 분석] 수원 화성에서 경주 신라 고분까지...'깜깜이 건축 공사'의 민낯
http://www.ytn.co.kr/_ln/0106_201709082015093189

매장문화재 SOS 지도 어떻게 만들었나
http://www.ytn.co.kr/_ln/0106_201708311539190282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관련 방송 리포트

① 소규모 난개발의 습격…매장문화재 SOS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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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방치된 백제 토성…소규모 난개발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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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문화재청 지도 정보 무더기 누락..."행정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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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유적 발굴해놓고 나 몰라라...55% 부실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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