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정의 원더풀 페스티벌] 자연과 공존하는 법 알프스서 배우다

이귀전 2017. 9.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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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의 행복, 스위스 리기산
 
리기산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니 알프스 봉우리와 어우러진 호수의 그림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전망을 선사하는 최고의 전망대로 남쪽으로 스위스 쪽 알프스의 중앙부 산들이 보인다. 북면 아래는 깎아내린 듯한 절벽이 펼쳐진다.

1871년 유럽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등산철도를 타고 산 정상 리기 쿨름역까지 간다. 
자연이 빚고 인간이 가꾼 유산… 차창밖 햇살에 반짝이는 피어발트슈테터 호수와 녹음짙은 초원은 한폭의 그림이다

눈을 뜨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었다. 알프스의 만년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호수를 건너와 얼굴에 부딪힌다. 가슴 깊숙이 들이 마신 상쾌한 공기가 잠에서 덜 깬 몸을 일으켜 세우는 듯하다.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태양 아래 어슴푸레한 새벽, 기지개를 켜는 호수 물결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호숫가에 자리 잡은 호텔에서 바라본 풍경.
루체른 호수는 피어발트슈테터라는 길고 어려운 이름도 있다. 슈비츠, 운터발덴, 우리, 루체른 등 4개 주에 둘러싸여 있어서, 4개의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라는 뜻이다.

아침 식사 전에 산책을 나섰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호숫가에 자리 잡은 호텔에는 호젓한 물가를 따라 산책길이 이어져 있다. 이른 아침이지만 조용한 호숫가에서 조깅하는 사람, 출근하는 사람,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호수 위에서는 유유히 떠 있는 백조들이 아침 단장을 하듯 이리저리 털을 고르고 있다. 이 평화로운 시간을 조금 더 즐기고자 발걸음을 멈추고 호숫가 벤치에 앉았다. 

사람을 겁내지 않는지 백조가 물가에서 나와 다가온다. 조금은 당황이 돼 어찌할 바를 몰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준비해 온 빵을 건넨다. 백조는 마른 빵을 받아들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물가로 향한다. 호수를 배경으로 사람과 백조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 낯설다.

스위스 루체른에 접해 있어 흔히 루체른 호수라고 불리지만 이 호수는 피어발트슈테터라는 길고 어려운 이름도 있다. 스위스에 네 번째로 넓은 호수이며 슈비츠(Schwyz), 운터발덴(Unterwalden), 우리(Uri), 루체른(Luzern) 등 4개 주(州)에 둘러싸여 있어서, 4개의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라는 뜻이라고 한다.

특히 필라투스산과 리기산, 티틀리스산 등 알프스의 아름다운 영봉들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어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하다.

중세시대부터 발달해온 루체른은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움과 인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모두 지니고 있다. 유명한 목조다리 카펠교와 우아한 교회들이 로이스강을 따라 그림 같은 경관을 만들어 내고 중세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과 광장들은 매력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한다. 도시 자체도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루체른에서 반일 정도 시간을 들이면 유람선, 케이블카, 등산 철도 등을 통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피어발트슈테터 호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선착장.

루체른 주변 경관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산의 여왕이라 불리는 리기산에 오르기로 했다. 호텔로 되돌아와 아침을 먹고 유람선을 타기 위해 루체른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 옆 선착장에서 유람선이 출발한다. 왕복 3시간 정도 소요되며 중간에 가벼운 하이킹도 즐길 예정이다. 오후 6시에 있는 공연 전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출발했다. 공연장은 유람선 선착장 옆 ‘KKL홀’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유람선을 타고 피츠나우(Vitznau)로 가서 유럽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는 등산 철도를 갈아타고 산 정상에 위치한 리기 쿨름(Rigi Kulm)역까지 올라간다. 등산철도는 1871년 개통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았다고 한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는 등산 철도를 피츠나우에서 타고 리기산 정상에 위치한 리기 쿨름(Rigi Klum)역까지 올라간다.
알프스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하이킹을 즐기는 여행객.
알프스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하이킹을 즐기는 여행객.

유람선에는 관광객들이 가벼운 하이킹 복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주변 경관을 담기도 하고 망원경으로 멀리 산을 보기도 한다. 옆 자리 할아버지가 건네준 망원경과 친절한 설명으로 선상에서의 1시간이 금방 흘렀다. 피츠나우 선착장에 도착해 등산 철도로 갈아탔다. 차창 밖, 햇살에 반짝이는 피어발트슈테터 호수와 녹음이 짙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 뜯는 소들이 보인다. 그림 같은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진다. 

1797m 높이의 리기산 정상은 리기 쿨름역에서 내려 10여분 정도 더 걸어 올라간다. 길을 따라 오르니 가파른 길과 경사가 완만한 길의 갈림길이 나온다. 두 길 모두 산 정상으로 이어져 있다. 조금 더 여유로울 듯하여 넓고 완만한 길을 따라 산 정상에 다다른다. 전망대에 올라 산을 내려다보니 알프스 봉우리와 어우러진 호수의 그림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길과 경사가 완만한 길의 갈림길. 두 길 모두 리기산 정상으로 이어져 있다.
리기산 정상을 향해 걸어가는 여행객들. 리기 쿨름역에서 10여분 정도 더 걸어 올라가면 리기산 정상이다. 가파른 길과 경사가 완만한 길의 갈림길 두 길 모두 정상으로 이어진다.
리기산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니 알프스 봉우리와 어우러진 호수의 그림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전망을 선사하는 최고의 전망대로 남쪽으로 스위스 쪽 알프스의 중앙부 산들이 보인다. 북면 아래는 깎아내린 듯한 절벽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전망을 선사하는 최고의 전망대다. 남쪽으로 스위스 쪽 알프스의 중앙부 산들이 보인다. 아이거, 융프라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 북면 아래는 깎아내린 듯한 절벽이 펼쳐진다. 많은 호수와 함께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인 쥐라 산맥이 보인다. 곳곳에 푸른 호수와 알록달록 마을을 품은 산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자연이 빚고 인간이 가꿔온 아름다운 자연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다 전망대를 내려왔다.

전망대 밑에서는 어린 학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조심스레 설문지를 건넨다. 스위스 관광청에서 관광만족도를 조사 중이라 한다. 세계 최고 관광국인 스위스에서도 꾸준히 관광객 증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보니 최고의 만족은 자연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톱니바퀴 열차가 아닌 완만한 경사로로 화려한 꽃밭을 걷기로 했다. 알프스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즐기는 하이킹이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밭에 시선을 두고 발걸음을 옮긴다. 신의 선물인 자연 속에서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산을 덮은 야생화를 바라보며 발길을 옮기니 꽃길을 걷는다는 표현이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리기산 중턱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소박한 점심과 신선한 베리류로 만들어진 케이크를 즐길 수 있다.

산중턱 레스토랑에서 소박한 점심과 신선한 베리류로 만든 케이크를 즐기니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시간이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잊고 즐기다 되돌아가야 하는 시간임을 깨닫고 서둘러 기차에 오른다. 조금 전 정상에 오를 때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되돌아가는 유람선 여행 역시 떠나올 때 높은 산에 머물던 시선이 아름다운 호수와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마을에 머무니 색다르다.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관람객들이 음악회가 열리는 스위스 루체른 KKL홀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달라지는 풍경을 즐기다 보니 유람선이 어느덧 선착장에 다다랐다. 배에서 내리니 음악회가 열리는 ‘KKL홀’로 모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만발한 느긋한 하이킹 발걸음은 산에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빠진다. 서둘러 호텔로 향했다. 하이킹 복장을 벗어 음악회를 위한 복장으로 갈아입으니 설렘이 가득하다. 공연장 앞,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관람객 사이를 지나 실내로 들어선다. 공연 시작 전 2층 콘서트홀에서 바라보는 호수는 산에서 바라본 호수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아름다운 자연만큼이나 감동적인 공연이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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