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⑨아마존 업은 홀푸드 등장에 벌벌 떠는 英수퍼마켓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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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하면서 제품 가격을 확 낮추고 유기농 식품 시장에 뛰어들자 이제는 미국 유통업계 경쟁사들이 떨고 있습니다. 품질 좋은 제품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홀푸드에 시장 점유율을 뺏길까 봐서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지난 8월28일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를 완료하고 홀푸드 매장 판매를 시작한 첫날 홀푸드 경쟁업체인 식료품 회사 스프라우와 수퍼발루 주가는 각각 9.8%, 2.7% 하락했습니다. 월마트도 0.8%, 타깃 코퍼레이션도 1% 정도 떨어졌고요.
그런데 아마존 품에 안긴 홀푸드의 적극적인 시장 공세로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수퍼마켓 체인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홀푸드는 전 세계 총 460개의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데 대부분 미국 전역과 캐나다에 있습니다. 영국에 현재 들어와 있는 매장은 7개에 불과하죠. 그러나 아마존이 진두지휘하는 홀푸드가 포화된 북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승기를 잡고 나면 세계 시장 공략에 뛰어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소비패턴과 관련한 빅데이터와 유통 노하우, 온라인 배송 네트워크 등을 등에 업은 홀푸드의 적극적인 영국 시장 공세는 기존의 영국 수퍼마켓 체인들에게 엄청난 위협이 될 수밖에 없죠. 당장 아마존 품에 안긴 홀푸드의 판매 개시 첫날인 8월28일 영국 내 홀푸드 매장은 바나나와 토마토 등의 가격을 30%가량 내려 판매했습니다. 영국인들에게 품질은 좋지만 비싸지 않은 유기농 제품의 맛을 살짝 보여줬죠.
영국 식료품 시장은 독일계 저가 수퍼마켓 체인인 알디와 리들, 가격이 중간 단계인 테스코와 세인즈버리, 고가 수퍼마켓 체인인 막스앤스펜서와 웨이트로즈가 나눠 먹고 있습니다. 아마존 품에 안긴 홀푸드의 향후 영국 공세 전망에 대한 우려에 홀푸드가 아마존에 인수된 후 매장을 연 첫날인 8월28일 테스코와 세인즈버리 주가는 각각 1.8%씩 떨어졌고 막스앤스펜서는 장중 1.4%가량 떨어졌습니다. 특히 홀푸드와 마찬가지로 품질 좋고 상대적으로 고가의 식료품을 선보이는 막스앤스펜서가 만약 홀푸드가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영국 공략을 가속화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영국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부동산, 교통비, 외식비 등 다른 것들은 다 비싼데 수퍼마켓을 가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가격이 저렴합니다. 우유 1리터, 식빵 한 줄, 500g짜리 요구르트 1개, 바나나 한 손, 복숭아나 자두 500g, 쌀 1kg, 계란 6개, 치즈 200g 등을 1파운드(약 1500원) 남짓에 살 수 있습니다. 저가 수퍼마켓 라인인 알디와 리들, 중가인 테스코와 세인즈버리를 이용해 외식하지 않고 집에서만 음식을 해먹는다면 한국에서보다 훨씬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죠. 이처럼 영국 수퍼마켓의 식료품 가격이 낮게 유지돼 온 것은 그만큼 이들 수퍼마켓의 시장 점유 확대를 위한 가격 경쟁이 치열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계속해서 가격을 낮추고 끊임없이 이벤트성 할인판매를 이어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식료품을 살 수 있죠.
영국 수퍼마켓 체인들의 제 살 깎아 먹기식 출혈 경쟁은 지난 수년간 이어져 왔습니다. 이들은 만약 아마존이 공격적으로 홀푸드 식료품 가격을 낮춰 영국 시장에 들어오면 또 다른 출혈 경쟁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당분간 직접적으로 영국 내 홀푸드 매장을 더 열지는 않더라도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배송 및 유통 네트워크를 통해 홀푸드 제품의 온라인 배송을 확대하는 식으로 영국 내 식료품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현실화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영국 식료품업계로서는 홀푸드의 행보를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 셈이죠.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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