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선희 "죽전휴게소서 수백만원씩 약 10회 국정원 돈 받아"

박사라 2017. 9. 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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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선희 "어르신들 돕고 싶다며 접근" 주장
"나중에 사진을 보고 민병주 전 단장 확인"
"200만~300만원 담긴 봉투 건네"
檢, "액수 더 많아. 집회 관련 추가 수수"
국정원 수사 가속도, 관련자 계속 소환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중앙포토]
“2010~2011년 (경부고속도로) 죽전 휴게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40대 남성을 10회가량 만나 한 번에 200만~300만원씩 후원금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진재선)에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21일 소환돼 조사를 받은 추선희(58)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국가정보원의 자금 지원을 받은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날에 이어 22일에도 검찰에 소환된 추 총장은 문제의 남성이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 활동 총책임자인 민병주(59) 전 심리전단장이었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추 총장은 나중에 해당 남성이 민 전 단장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만난 시점 등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민 전 단장을 추가로 불러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 총장은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각종 집회를 주도한 혐의(국정원법 위반)를 받고 있다.

추 총장이 운영하는 강남의 한 해장국집을 검찰이 압수수색한 지난 20일, 현장에서 중앙일보 기자와 만난 추 총장은 “당시에는 돈을 건넨 사람이 국정원 직원인지 몰랐다. 댓글 공작에 참여해 달라는 주문 등은 없었고 어른들(어버이연합 회원들)을 돕고 싶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추 총장은 “그 남성이 ‘지방에서 중소기업을 하는데 서울 어디에 바이어를 만나러 간다. 중간쯤인 죽전휴게소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경부고속도로 죽전휴게소과 서울 내곡동 국정원은 직선거리로 약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추 총장은 이날 오후 7시쯤 조사를 마치고 나가며 “민 전 단장의 사진을 나중에 보고 깜짝 놀랐다”며 남성의 정체를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추 총장은 어버이연합이 국정원 댓글 공작에 참여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어버이연합 회원은 나이가 대부분 70~80대여서 컴퓨터를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댓글부대의 핵심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는 것이다.

추 총장은 민 전 단장에게서 넘겨받은 돈의 총액은 3000만원 안팎이라고 검찰에서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어버이연합이 국정원에서 받은 돈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달이 받은 지원금 말고도 시위를 개최할 때마다 추가로 돈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현수막ㆍ피켓 등도 국정원 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 총장은 “받은 돈은 회장에게 보고를 했고 어버이연합 운영비로 사용했다. 집회 개최와 관련해 강모라고 소개하는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이런저런 제안을 받은 적은 있지만 거절했다. 어버이연합은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움직인 순수민간단체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죽전휴게소. 추선희씨는 이곳에서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만났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검찰의 수사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은 수감 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자금 지원 등을 알고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또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다음 주 박 시장 측을 조사한 뒤 원 전 원장과 민 전 단장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날 2009~2012년 사이 국정원 사이버외곽팀을 관리하며 불법 선거운동 등을 벌인 혐의(국정원법 위반·공직선거법 위반 등) 등으로 심리전단 과장급 중간간부 장모씨, 황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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