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IS 격퇴 '일등공신' 쿠르드족, 이번엔 '나라 없는 설움' 날릴까

유회경 기자 2017. 9. 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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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부 시리아 한 사격장에서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를 앞두고 훈련을 받고 있는 시리아민주군(SDF) 모습. 쿠르드족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SDF에 대거 참여해 있다. AP 연합뉴스

25일 독립 주민투표

세계 최대의 국가 없는 단일 민족 쿠르드족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퇴조를 활용해 독립 염원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지역에서 악명을 떨치던 IS는 현재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합동 공세에 의해 급격히 세를 잃어가고 있다. 이라크, 시리아 등 IS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이란 등은 IS가 점령했던 지역을 놓고 저마다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여기에 큰 변수가 있다. 바로 쿠르드족이다. IS 격퇴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희생을 감수한 이들 쿠르드족은 그 대가로 민족의 염원인 독립국가 건설 혹은 자치 권한 확대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고유 언어와 문화를 지닌 쿠르드족은 ‘중동의 집시’라는 별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터키(1600만 명), 이란(600만 명), 이라크(500만 명), 시리아(200만 명), 아르메니아 국경에 걸쳐 있는 ‘쿠르디스탄’이라는 지역에 주로 거주하고 있다.

고대 한때 중동 지역 최강을 자랑했던 메디아 후손을 자처하는 쿠르드족은 쿠르디스탄과 주변 지역에서 크고 작은 국가를 세우며 생존하다가 15세기 오스만튀르크 제국 등장 이후 나라 없는 민족으로 전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캅카스 계통인 쿠르드족은 7세기 무렵 아라비아 반도에서 발흥한 이슬람이 세력을 확대하자 이민족으로선 최초로 이슬람교(수니)로 개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드족은 그동안 독립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왔지만 강대국의 배신, 주변국의 반대, 국제사회의 외면 등으로 나라 없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오죽하면 ‘쿠르드족에는 친구가 없고 산(山)만 있다’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다. 이라크 정부군이 IS의 이라크 내 최대 근거지 키르쿠크주(州) 모술을 탈환하면서 쿠르드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다.

이라크 정부군의 모술 점령 과정에서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KRG)가 운영하고 있는 ‘페슈메르가(죽음에 맞서는 자)’ 민병대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미국을 지원한 대가로 북부지역에 자치정부를 세웠다. KRG의 영토는 공식적으로 다후크, 아르빌, 술라이마니야 등 3개 주지만 니나와, 키르쿠크 등 북부 4개 주도 현재 페슈메르가가 통제하고 있다. 마수드 바르자니 KRG 수반은 IS 격퇴 과정에서 생긴 발언권에 힘입어 오는 25일 독립 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쿠르드 관할 3개 주를 비롯해 쿠르드족 주민이 많은 키르쿠크, 니나와주 일부다. 이러한 시도는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반대에 직면했다. 일단 이라크는 이에 대해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키르쿠크주가 이라크 부의 원천인 원유 매장 밀집 지역이라는 점도 고려가 됐다. 이라크 정부는 군사적 대응까지 예고하고 있다. 터키, 이란 등도 이러한 쿠르드족의 움직임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국 내 쿠르드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도 기존 질서를 흔들지 말라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다만 중동지역 국가들의 공공의 적 이스라엘만이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하고 있다. 중동 지역 적대 국가들의 교란을 유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시리아에서도 사정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민주군(SDF)과 러시아·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은 IS에 맞서 힘을 합쳐 싸우고 있는 상태. 이미 전세는 반(反)IS 쪽으로 넘어와 있다. SDF는 20일 IS의 최대 거점인 시리아 락까를 80% 탈환하는 등 탈환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이제 관건은 SDF와 시리아 정부군 중 어느 세력이 IS의 빈자리를 차지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터키는 자국 내 쿠르드족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인민수비대(YPG)가 밀접하게 연관됐다고 보고 SDF의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애매하다. 시리아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갖고 있고 YPG가 주축이 된 SDF를 지원하고 있지만 시리아 내 쿠르드족 자치국가가 생겨나는 것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라 없는 설움 속에서 오랜 기간 살았던 쿠르드족이 주변 대다수의 반대 속에서 기적적으로 독립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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