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실세' 배넌-왕치산 베이징서 비밀회동..경제·금융 관계 조율 주목

박상주 2017. 9. 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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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치산 요청으로 배넌 중국 방문 후 비밀회동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 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의 2인자 격인 왕치산(王岐山)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와 비밀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중국의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배넌이 중국 최고 권력층의 집단 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왕 서기와 비밀리에 단독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배넌(왼쪽)이 지난 3월 23일 공화당 보수파들을 만나 트럼프케어 지지를 설득하기 위해 워싱턴 의회를 방문하고 있다. 2017.09.21.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중국 공산당의 2인자 격인 왕치산(王岐山)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지난 주 중국 베이징에서 비밀 회동을 했다.

배넌과 왕치산 서기는 모두 미중 간 경제 및 무역 관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들이어서 이번 비밀 접촉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중국의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배넌이 중국 최고 권력층의 집단 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왕 서기와 비밀리에 단독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왕 서기와의 비밀 회동에 앞서 배넌은 홍콩에서 열린 중국의 글로벌 금융기관인 CLSA의 투자설명회에 참석해 연설을 한 뒤 베이징으로 갔다고 FT는 전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측이 배넌의 홍콩 투자설명회 참석 전 미리 접촉을 했다. 중국이 배넌의 연설 주제였던 미국의 경제 민족주의와 포퓰리즘 움직임에 대해 물어보기를 원했다”라고 말했다.

왕 서기는 이날 배넌과 90분간의 면담을 갖고 배넌의 경제 민족주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그러나 왕 서기와 배넌 간 이번 만남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왕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2년 말부터 당 기율위윈회를 이끌며 '부패 호랑이(거물급 부패 인사)'들의 숙청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을 굳힌 1등 공신으로 떠올랐다. 그의 당 서열은 6위이지만 사실상 시 주석에 이은 2인자로 통한다. 왕 서기는 올해 69세로 '칠상팔하(七上八下, 68세 이상은 은퇴)' 원칙 적용 대상자이다. 왕 서기의 유임 여부는 오는 10월 19차 공산당 대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FT는 왕 서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배넌을 만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배넌과의 회동은 시 주석이 자신의 오른팔인 왕 서기를 기율위에 잔류시키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왕 서기는 당 기율위 서기를 맡기 전까지 주로 경제 및 금융분야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20여 년 동안 미중간 경제 및 금융을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했던 것이다. 또한 시 주석의 경제·금융 개혁을 도와주는 역할도 했다. FT는 시 주석이 미중 관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왕 서기를 계속 유임시키거나 물러나더라도 측근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왕 서기는 공산당 기율위 서기직 이외에 정부관료 직을 맡고 있지 않지만 행크 폴슨 전 미 재무부 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회장 등 국제 인사들을 꾸준히 만나왔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의 리셴룽(李顯龍) 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극우 성향의 온라인 매체인 ‘브라이트바트’ 뉴스 설립자인 배넌은 “미국은 지금 중국과 경제전쟁 중이다. 중국에 대한 보다 강한 제재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해온 대표적인 반중 인사다. 배넌은 지난해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본부의 최고경영자(CEO)로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포퓰리즘 메시지 전략을 입안했다. 배넌은 또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실현하는 한 방법으로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주도했다.

【베이징=AP/뉴시스】지난 2016년 3월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부패척결 사령탑을 맡은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07.13

배넌은 지난 7월 말 존 켈리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직후인 8월 18일 전격 경질됐다. 이후 극우매체 브라이트바트 뉴스로 복귀했다. 배넌은 그러나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선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수석전략가 직에서 경질될 당시 그는 자신이 외곽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호위하는 ‘윙맨(wingman)’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윙맨이란 편대비행을 이끄는 캡틴을 호위하는 비행기의 조종사를 뜻한다. 또한 미식축구나 하키 등에서 센터의 좌우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도 윙맨이라고 말한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최근호에서 “막강한 조정자(The Great Manipulator)”라는 타이틀 아래 배넌을 커버스토리에 담기도 했다.

배넌은 이번 CLSA의 투자설명회에서도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윙맨이 되기 위해 백악관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배넌은 지난달 7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외곽에서 항상 트럼프 대통령의 '윙맨'이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배넌은 그동안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관계에서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배넌은 중국 때문에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해 왔다.

중국측은 트럼프 당선 이후 그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접근했다. 중국측은 쿠슈너 선임고문을 통해 원만한 미중 관계 정립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쿠슈너 선임고문은 백악관 내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배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준비 차 이번 주 중국을 찾을 예정이다. 로스 장관도 배넌처럼 대중무역 강경론자 중 하나다. 로스 장관은 지난 6월 중국을 겨냥해 철강 수입에 따른 국가안보 리스크를 막기 위해 “대담한 행동(bold action)”을 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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